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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박경리라는 소설가가 타계했다..

사실, 그이는 나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었던 사람은 아니다. 다만, 소설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한사람의 문인이 특히나 한국 소설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거목이라 할 만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 만으로 잠시 잠깐 고개를 돌려 회고해야만 하는 웬지 모를 압박이 먼저 달려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빈소가 나의 집 바로 앞이다.  토지를 읽지는 않았지만, 김약국의 딸들 이라는 소설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도...

 

그의 약력을 읽으면서 딸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딸의 남편, 그니까 사위가 김지하 시인이라는것도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김.지.하 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이미 머언 옛날이 되었지만 나에겐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떠올랐다. 때는 바야흐로, 91년 5월... 애꿎은 젊은이들이 연달에 목숨을 내 놓았던 시절이었다. 그때, 한겨레 신문 한귀퉁이에 실렸던 김지하 시인의 말, "당장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고 했던, 그 말! 난, 여전히 그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시대의 불의에 목숨 걸고 항거한 젊은이 들에게 애도는 커녕, 굿판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걷어치우라는 말을 서슴치 않았던, 그것도 지식인이라 불리웠던 더구나 시인이라는 사람이.. 나는 그 망발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며 잊어서도 안된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건, 박경리의 죽음을 추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지만, 연결선상에서 튀어나온 김지하라는 이름을 간과하지는 못하겠다. 이것은 나의 기억력을 검증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비슷한 뻘짓을 하던 서강대 총장이었던 박 홍은 계란세례라도 받았지만...

 

빈소에는 엄청난 거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고 메스컴은 보도 하고 있다. 그들이 과연 박경리의 소설을 다 읽었던 사람들일까?  박경리가 그렇게 우리 현대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소설가 인가? 라는 사실도 새삼 궁금해졌다.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박경리는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가는구나...행복한 삶을 산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가 토지를 탈고 하는데 걸린 시간이 25년이라고 하는데 그 인고의 세월을 그는 어떻게 견뎌 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내가 겪는 고통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니, 내 삶은 참으로 부질 없는 삶이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개개인의 삶은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존중 받아야 될 삶이기는 하지만..고통의 깊이 또한 절대로 비교우위로 저울질 해서는 안되지만...박경리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 분명하다.  일단은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출세가도를 달린 사람이기도 하니까.. 

 

나는 여기서 멈칫, 나의 꿈과 희망을 대비 시켜 보았다. 나는 글을 사랑하고, 글 쓰는 사람을 사랑한다. 한때는 장정일에 미쳐서 날뛰었고, 한때는 조정래에 미쳐서 그의 장편 소설 두편(태백산맥과 한강)을 읽었으며, 한때는 하루키에 한때는 윤대녕에...그리고 어느날은 양귀자에...많고 많은 소설을 읽었고, 작가를 탐닉하면서 내가 가지게 된 꿈이 있다. 죽을때 죽더라도 이름을 남기고 죽자, 와 사람들의 가슴에 남길만한 한토막의 구절이라도 적힌 책을 만들자는 꿈... 야무진 꿈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살다가 가고 싶다. 그 꿈을 이루는 날에 눈을 감는다면 아마도 나는 성공한 인생을 산것이라고 큰소리 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 그 죽음이 온다고 해도 말이다.  박경리가 죽은 나이는 82세다. 적지 않은 나이임이 분명한데, 나는 속으로 조금만 더 살다가 가면 좋았을것을 하는 아쉬움을 담고 있었다.  아직 멀쩡하게 살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이게 무슨 어불성설인지 모르겠지만...죽음이란 이렇게 공허하고 허무하게(박경리는 예외이다, 출세하고 이름도 날리고 죽었으니까) 예고 없이 다가 오기도 하는구나를 문뜩 발견한 오늘 이었다..

 

* 결국, 코앞에 떨어진 일을 미룬 채 포스팅으로 마무리 하는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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