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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고양이...

아이가 밥을 잘 안먹는다. 편식이 무지하게 심하다. 같은 반에서 가장 작기도 하다. 매일매일 잔소리를 하고 잘 먹는걸 해준다고는 해도 딱 한번 먹으면 그걸로 땡~! 이다. 오랜 시간 경험한 일이라 더이상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다짐했는데도 안먹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정말 화가 나서 견딜수가 없다. 애가 안먹는게 내 잘못인가? 먹지 못하게 한것도 아니고 지가 안 먹는 걸 나보고 어떡하는 말인가?? 사람들은 나보고 그런다. 니가 제대로 해 먹이지 않아서 애가 안 먹는거고 저렇게 아프리카 난민촌 아이처럼 되었다고... 그런데 그게 정말 내 탓인가??

 

어제도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김치나 기타 밑반찬은 건드린 흔적도 없다. 그래서 소리소리 지르며 머라고 했다.  "그렇게 안 먹으면 더 이상 키도 안크고 거기서 멈춘다. 계속 그 정도 키로 살래? 비쩍 말라서?? 누구누구는 너보다 학년도 어린데 잘 먹으니 키도 크고 살도 찐것 봐라!" 하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대들지도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자기도 뭔가 심각성을 느낀걸까? 이 아이는 결코 부모의 말에 가만히 듣고만 있는 아이가 아닌데....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니 알았다는 대답을 하더라. 과연 달라질까?? 휴~~~  무슨 웬주가 진 사이인지 골치 아픈 일들이 한두가지도 아닌데 먹냐, 안먹냐 하면서 에너지를 소비 해야 하나...쩝~

 

고양이가 그렇게 키우고 싶단다. 난, 결사반대! 아이의 변은, 내 친구들은 거의 다 고양이나 개를 키우는데 나만 없다. 그리고 나는 거의 혼자 집에 있을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 마다 외롭고 심심해서 꼭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엄마는 왜 반대하는거냐? 만약에 고양이를 데리고 올 경우 내가 알아서 다 하겠다. 고 하는데...

 

며칠전, 컴퓨터에서 유기 가축을 보살피자?? 머 이런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그렇게 키우고 싶냐? 고 했더니...응!! 한다.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고 말해 버렸다. 그리고......그 다음날 집에가보니 라면 박스만한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뭐냐고 하니 고양이란다. 오늘 낮에 분양받아서 가지고 왔다고...헉!  말 떨어진지 하룻만에 사고를 치다니....지 혼자 충무로까지 가서 모르는 사람한테서 고양이를 분양 받아 왔단다...좀 놀랐다. 아직 혼자서는 한번도 전철을 태워 보지 않았는데...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나이인가? 내가 너무 아이 취급을 했나??

 

어쨌든 가지고 온 거니 알아서 잘 키워보라고 했다. 그랬는데, 다음 날 퇴근하고 와보니 고양이가 안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된거냐고 하니, 숨어 있댄다. 어디에?? 옥상 어느 구석에... 아후~~ 씨~ 그럼 그렇지! 니가 책임지고 가축을 돌볼 만큼은 아닌거야. 뭐라고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으나 참는다. 어떻게 하나 끝까지 지켜보자구...

 

처음부터 그랬겠지만 점점 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며 산다. 아이나 나나 또다른 동거인이나... 요새는 밖에서도 자꾸만 꼬여가는 일들때매 피곤해 죽겠는데 안에서까지 사고가 터지고 신경 쓸 일이 생기니 몹시 지친다. 그리고, 저렇게 커가는 아이에 대해서 나는 얼마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거며 혹시라도 나중에 욕먹는 엄마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기는 하다. 나 하나도 책임 못지고 사는 주제에 말야....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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