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앞 죽천 둑방의 살구꽃도 이쁘다. 무심천 벚꽃도 화사하다. 백색의 목련도 정갈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내겐 이 꽃들보다 민들레와 보라색 반지꽃이 더 정겹다. 쭈그리고 앉아야만 제대로 볼수 있는 꽃. 땅바닥에 이파리를 바싹 부비며 꽃망울만 살짝 고개를 쳐든 그네들의 눈높이에 우리들이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 다정하게 바라볼수 있는 그네들이 더 좋다.
높게 보지말고 낮게 보라고, 자기들끼리만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눈높이를 맞추라고 땅에 붙은 그네들의 가르침이 너무나 소박하다. 그래서 더 좋다.
그러나, 그것이 제아무리 좋아도 봄에 피는 꽃들과 잡초가 어디 그것뿐이랴! 봄이 주는 기쁨과 감흥이 한두가지랴!
비에 흩뿌려 지는 복숭아 꽃잎처럼, 주산지의 새벽 물안개 처럼 봄날의 몽환을 뒤로하고 현실로 나온다.
생명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호모사피엔스들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한창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다리를 맹길어(만들어) 디리(드리)겠습니다.’하던 정주영씨도 없건만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이 지역구의 모든 학생들을 서울대에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황당무계는 여전하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청주시장을 뽑을때나 국회의원을 뽑을때나, 아님 대통령을 뽑을때도 마찬가지로 ‘청주공항 활성화, 청주공단 활성화, IT,BT,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후보검증의 잣대인 것도 여전하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비빌언덕을 대신해, 선글라스낀 쿠데타 독재자의 따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그녀를 따르는 것이 ‘오직 한길’이라는 정치이념도 여전하다.
‘갱제, 갱제’를 외치던 김영삼의 외마디 구호가 ‘경제’라는 원음으로 돌아와 선거판을 휘집는 것도 매한가지다.
어차피 봄은 하룻밤의 꿈이다. 어머니 젓몽우리 같던 벚나무의 꽃몽우리가 꽃을 피워도 밤새내린 봄비에 깨고마는 열흘간의 꿈이다. 그렇게 봄날은 간다.
봄날만 그러하랴! 선거도 매한가지다. 깨버린 꿈처럼, 선거가 끝나고 나면 후보들의 모든 흔적과 열의도 사라져버리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봄은 가도 민들레는 남는다. 여름까지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홑씨를 날린다. 가장 낮은 곳에서 낮은 곳을 쳐다보라고 가르치던 그네는 남는다.
오늘, 지인들에게 수십통의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내일, 높은 곳만 바라보고 성장만 외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경쟁에서 패한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자고 했던 민들레같은 진보정치인 한둘은 남겨둬야 하지 않냐고. 그래야 잠에서 깨도 들 허무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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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