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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01, 02 - 구치소에서

무제 01

 

                       - 구치소에서

 

 

거침없이 여문 바람

겨울 산 허리에 걸려서고

찌푸린 구름은 몸을 숙여

한바탕 제 설음 토해낸다

 

구치소 뒷 마당

빛바랜 시멘트 담장은 흠뻑 젖었고

검찰조사 3일 째

지장찍고 돌아오는 발걸음따라

괜한 한숨이 달려왔다

 

몇 평 남짓 테투리가 정해지면

포승줄 엮인 몸뚱이는

심장 밑둥부터 쉬이 지치고

고단했던 욕심이 접히니

미룬 숙제마냥 피곤이 늘어선다

 

나의 처음을

복기해가는 순간

앞 날의 계획은 부질없고

녹슨 창살 따라

흐르는 빗줄기만 더 굵어간다

 

 

무제 02

 

 

내 들어앉은 새로운 터는

울산구치소, 겨울비그치고

모범 2사1방 창살 가득

햇살로 도배를 한다

반투명 아크릴로 만든 창문 지나

나무바닥으로 넘혀 흐르고

아낙네 화사한 손길로

방안 가득 감싸 돌아 흩어져

하루 걸러 면회오는 아내의

환한 미소처럼 번지고

토닥 토닥 자장가되더니

지친 몸뚱이 꿈길로 내민다

 

귀하디 귀한 겨울 햇살

 

 

※ 이랜드투쟁으로 인해 구속되었던 기간 두달...

   갇혀있는 몸이어도 늘 긴장하며 바쁘게 쫓겨 살던 때보다는 여유로와

    미루었던 글들을 써나갈 줄 알았지만..

    딱 2개.. 그것도 구속된 내 모습에 대한 푸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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