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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허허로운 돋을 새김

하루 지내며 춥고 덥기를 반복하다

훌쩍 또 다른 하루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에 눌리다 보면

부질없다 여기는 한 숨도 절로 나온다

 

한 숨이 깔려서 안개가 되었다

천근의 무게로 바닥에서 꿈쩍 안하는

봄 햇살로는 가르지 못할

강철로 엮인 안개가 내 발목을 잡았다

 

뿌리치지 못했다

몇 번 발을 떼려 힘줄을 키워보았지만

기름떨어진 난로마냥 푸석한 연기내다

제 풀에 지쳐버릴 걸 직감했다

 

환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은

지옥문처럼 굳게 닫혀있고

십만년은 열리지 않았던 것 마냥

발갛게 녹이 슬어 있었다

 

용암이 되어 녹이고 싶었다

곰탕처럼 몸이 삭을 때까지 펄펄 끓어야 한다

그제야 한숨도 안개도 걷히고

봄의 한복판에 자립하리라 맘먹었다

 

 

- 봄날 허허로운 돋을 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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