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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먹고 싶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나의 육체가 나이를 먹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싫고 피부가 노화 되는 것도 싫고 머리가 빠지는 것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억지로 세월을 거스르지는 않으련다.

나는 억지로 젊어지기 위해서 추해지기 보다는 아름답게 나이먹고 싶다.

영화 송환의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는 할아버지처럼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먹고 싶다.

 

여기 아름답게 나이 먹어가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피부는 유독 새까맣게 그을려 있는데

그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 논밭의 햇살과 더불은 것인지

그가 노동자, 장애인 소수자들의 친구로 거리의 햇살과 함께한것인지

그 모두인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그는 그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일은 없게 되었다.

 

한 때 그와 함께 했을법한 이들은 이제는 꽤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서있다.

금뱃지를 달기도 하고, 교수가 되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하다못해 어느 단체 대표라도 되어있다.

양복쟁이가 되어있고 번듯한 사무실에서 이런 여름에는 에어컨과 함께 일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아직까지 그냥 활동가다.

활동가로서 황새울 논바닥을 뒹구르며, 이제는 그보다 20살도 더 어린 전경들과

몸을 맞대고 아직도 길바닥에서 싸우다 연행되고 유치장에 들락날락하고 있다.

 

그가 집에서 어떤 아버지인지, 어떤 남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집에는 그리 많이 충실하지 못했을것이라 짐작한다.

게다가 그는 너무나 썰렁하다. 아무리 그의 나이를 감안해 주더라도...

그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참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간다.

사람이 나이 먹으면서 욕심이란것이 덕지덕지 붙기 마련인데

그는 욕심이 붙을 자리에 솔직함을 드러냈다.

 

나이가 들면서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일 수록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 부족함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솔직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길거리의 향기를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무서운 것은 주름이 아니라 욕심과 허영과 자만인 것이다.

솔직해지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계속 발견해가는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아름다워진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높은 곳을 탐하지 않으며 자기 자리를 지켜가는 사람의

꾸준함과 솔직함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가 빨리 우리 곁으로와서 예의 그 썰렁한 말한마디라도 건네주면 좋겠다

오늘 촛불집회 뒷풀이에서 그와 함께 택시를 타고

아저씨에게 "아저씨 온수들려서 역곡들려서 부천역 가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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