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남주에 대한 기억

돕헤드님의 [나는 나의 노래가] 에 관련된 글.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었다.

원래 집 좀 산다고 잘난 척 하는 아이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내가 더 잘났는데, 부모잘만나서(자기가 노력하지 않은)

내 위에 서려는 아이들이 싫었다.

다행히도 불만은 우리 부모님에게 향해지지 않았다.

부모님이 열심히 사신다는 것을, 나에게 충분히 좋은 부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불만은 세상으로 향했다.

가난은 세상이 만들고 대를 물려가는 것을 알았기때문이다.

 

그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듣고 안치환의

앨범을 샀다. 그 앨범에는 김남주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가 여러곡 있었다.

희망이 있다(나와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아이고, I go(날마다 날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야...

그것이 김남주 시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당장 옥중시전집을 샀다.

 

그리고 나는 대학에 가면 학생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는 나의 무기로 시를 가지고 싶었다.

시의 기교를 배우기 보다는 시를 쓰는 세계관을 배우고 싶어서

사학과에 갔다(사학과에서도 안배우더라만)

 

김남주와의 만남은, 하이네를 알게했고, 네루다를 만나게 했으며

브레히트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래서 한 때  나는 세계의 혁명시인

들과 함께 혁명의 감성을 키워가곤 했었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그 후 병역거부운동을 하면서

나의 생각은 계속해서 변해갔지만,

그 때마다 김남주의 시는 새로운 의미로 나에게 읽히며

항상 힘이 되곤 한다.

지금도 무언가 막막하고 답답할 때는

이미 누래진 김남주의 옥중시전집 두권을 꺼내 읽곤 한다.

 

돌멩이 하나, 나의 칼 나의 피, 옛 마을을 지나며, 자유 등등 좋아하는

김남주의 시를 헤아릴 수 없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이 시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창살에 햇살이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다스워지는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자꾸 자라나
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
내 목에 와서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서 닿으면
그녀와 주고 받고는 했던
옛 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

 

 

사랑은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별을 우러러보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