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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죽음

전용철이 죽었다. 홍덕표가 죽었다.

난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그리고 난 그들이 삶이 어떤지 잘 모른다.

내가 경험한 농촌의 삶이란 김남주의 시와

대학시절의 농활이 전부였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이 여의도에서 경찰에 맞아죽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한 평생을 땅에서 살아온 그들이 죽어 돌아갈 곳은

그들이 태어나고 그들의 부모를 여의고 그들의 자식을 낳았던

바로 그 땅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안다.

그들이 거듭되는 흉년에 굶어죽을 수는 있어도,

돌림병이나 자연재해에 죽을 수는 있어도,

시꺼먼 아스팔트 위에서

아스팔트보다 더 시꺼먼 피멍이 들어가며

생전 처음보는 젊은이들의 방패와 군홧발에

죽어야하는 그런 삶은 아니라는 것을

 

어차피 살아있는 모든것은 죽는 법.

그 죽음은 사라짐이나 소멸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특히나 땅에서 살아오고 땅에서 목숨을 부쳐온 농민들은

특히나 파괴에 익숙치 않고 국가폭력에는 더더욱 익숙치 않은 농민들은

특히나 지구와 더불어 인간종의 생명을 지켜온 농민들은

 

죽음으로써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그곳, 땅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이,

노무현 정부의 허준영 경찰청장이

노무현 정부의 허준영 청장의 이종두 지휘관이

그리고 검은 모자 검은 장갑 검은구두의 전투 경찰이

인권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땅으로 돌아가야할 그들의 삶을 시꺼먼 아스팔트 위에서

 

소.멸.해. 버렸다.

 

농민들을 아스팔트 위에서 국가공권력이 죽이는 일만큼

죄스러운 일은 없다. 그것은 실정법의 위반일 뿐더러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며,

인간 삶에 대한 예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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