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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취직한

선배는 주를 번갈아 맞교대로 8시부터 8시까지

12시간을 일하고서 100만원을 채 못받는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 5주동안 15번 논술학원에 가서

5000원짜리 밥을 시켜면으면서도 250만원이 넘는

돈을 받는다. 필요 이상의 너무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일하는 것 이상의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본 슬로브핫의 딸들.

YMCA의 여성회원들은 회원의 60%에 달하고

자원활동의 90%를 차지하면서도 투표권이 없어서

남성이사들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남성'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한 번도 나의 성별 때문에

피해를 입어본 적이 없는 나는 여성들에 비해 이미 많은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환태형의 원폭60년, 그리고... 를 봤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원폭피해자의 문제.

지난해 여름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난 대체 무엇을 보고

돌아온 것일까. 역사적 사실이 그저 머리속에 머물른채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직까지 진행되는 고통의

역사를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최고의 악이라는

핵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비해, 나는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도 좋은 몸과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돌아오라 자이툰, 미안해요 이라크

별음자리와 돕헤드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노래라기 보다는 하나의 절규이고 읍소였다.

광화문네거리는 겨울을 넘어서 이미 연말의 분위기에

나무마다 전등을 달고 한껏 취해있었고,

추위마저도 온통의 네온사인과 크리스마스 장식에

발딛을 틈이 없었다. 과연 이라크의 연말도 이러할까.

미안해요 이라크.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도, 아직도 더 가지기위해 아둥바둥하는

나는 얼마나 부끄러운가.  미안해요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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