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내게 농사는

내게 농사는                                                     박형진

 

 

양파를 캔다

한나절에 네고랑

캐고 나니 열두 시다

허리는 끊어지게 아프지만

점심 먹고 쉬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한 고랑만 더 해 보기로

마음먹고 나아가는데

남은 반 고랑이 네 고랑보다 더 힘이 든다

 

이렇게는 하지 말자고

몸 아플때는 다짐했지만

농사일이란 항상

붙잡으면 암지나 반듯해져야만

손을 놓을 수 있는 포승,

숨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치달아 매는 올가미,

머릿속이 점점 하얘져서

밭둑에 와를르 무너져 내려야만

자유를, 얻는다

 

뼈에 박힌 가난한 버릇에서 비롯한

 

그러나 늘 마음은

중심에 던져 자그자글 녹아 버리거나

아주 멀리

오래떠나고 싶은......

 

 

변산에서 저녁먹고 쉬는시간에 읽을거리들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시.

박형진 시인은 내가 변산에 머무는 동안에도 몇번 왔다 갔지만

부끄러워서 나대는 거 같아서 아는척은 안하고 먼 발치서 보기만 했다.

평생 농사일 하는 사람들도 밭일 할때는 힘들구나 하고 위안삼았던 시

 

망가진 기분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노래듣기는 쬐금 눈치보이고 시나 찾아보고있는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