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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에서 비가 내린다

요새는 비가 오면 크게 온다.

그래도 비오는 날이 좋다. 다음날 맑게 개인 하늘을 기다리는게 좋고

빗소리가 하루종일 귀를 간지르는 것도 좋구

불어난 흙탕물의 한강을 보는 것도 좋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다리를 지나가며

비오는 한강의 풍경을 바라보는것은 더욱 좋다.

 

근데 안좋은 것도 있다.

걸음걸이가 이상해서인지 내 모든 신발은 발바닥이 다 갈라져 있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양말이 금방 축축하게 젖어 버린다.

운동화 하나는 발바닥이 갈라지지는 않았지만 뒷축이 완전히 닳아서

젖은 땅을 걸어다닐때는 신발을 신으나 안신으나 똑같다.

유일하게 멀쩡한 신발이 최근에 산 컨버스화인데 바닥은 멀쩡하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비를 방수하기엔 천쪼가리는 역부족이다

비오는날엔 신을 수 있는 신발이 하나도 없다ㅠㅠ

 

아침에 시와가 부르는 어크로스더유니버스를 들으며 버스를 기다리며

컨버스화의 윗면이 젖어 서서히 양말이 축축해지는 것을 불안한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머리에 한방울 물이 떨어지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산을 쓰고 있는데, 무릎도 아니고 하다못해 어깨도 아니고 머리 꼭대기에 빗방울이 떨어지다니...

고개를 살짝들어 보니 우산천이 닳아서 군데군데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버스를 기다리는 10분동안 우산에서 내리는 비 덕에 방금 머리감은 사람처럼 돼 버렸다.

비가내리는 우산, 물이 새는 신발. 그래도 비오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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