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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며칠 몸이 맘대로 안움직여 짜증스러웠는데 이제 슬슬 제 자리로 돌아왔다 싶어

간만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어제 내린 눈에 길이 살짝 얼어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날씨가 많이 춥지 않은 거 같아, 냉큼 페달질을 해버렸다.

다만 아직 완전하지 않은 몸을 생각해 속도를 무리하게 내지 않았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오는 길은 서두르지 않아도 자전거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지만

조금 무서운 도로다. 평소에 차 통행량이 많지 않아서 언뜻 보기엔 자전거 타기 좋아보이지만

통행량이 적은 탓에 차들이 무식하게 질주하기 때문에 위험천만하다.

서서히 페달을 밟으며 평소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바퀴가 휘청거렸다. 정확히는 얼음판위에서 구르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자전거가 기우뚱 한거다. 깜짝놀라 자세를 다잡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었고 속도를 빨리 내지 않아서 넘어지지 않았지만

노래를 부를 여유는 사라지고 온 몸이 뻣뻣하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사무실로 오는 2/3 쯤 되는 곳에 90도가 넘어서는 급 커브길이 있다.

평소에도 이 코너는 위험하고 어려워서 속도를 죽이고

뒤 차가 어느정도 떨어져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지나간다.

게다가 오늘은 길도 얼어있고 이미 한 번 위험한 순간을 거쳤으니

더욱 긴장하고 온 정신을 집중하고 커브길로 접어들었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며 조심조심 몸의 체중을 자전거 오른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코너를 절반 정도 감싸안고 지나간다. 아직 방심하면 안된다. 다 왔다고 생각되는 때가

긴장을 풀어버리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때다.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고 자전거의 중심을 지켜간다.

원심력과 구심력과 중력이 가장 적절한 지점에서 작동해야 한다.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러던 순간, 아주 느리게 바퀴가 돌지 않는다. 쭈욱 미끄러진다. 몸을 일으켜 세워 자전거의 중심을 잡아본다. 하지만 이미 무게중심은 중력의 작용방향으로 쏠려있다. 결국 꽈당! 오른쪽 허벅다리가 차가운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었다. 이미 조심하고 있어서 속도를 바짝 줄였기때문에 넘어지며 세게 부딪히지 않았다. 뒤 따라 오는 차들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줄이기에 충분했다. 새로 산 바지를 처음 입고 나온 날이었는데 세게 부딪혀서 바지가 기스나거나 찟어졌다면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아팠을 거다.

 

이런 저런 위안거리들로 다시 페달을 굴려 길을 재촉하다가 문득 챙피한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타면서 넘어진 게 얼마만이더라... 아마 재작년 봄 일본 여행 갔을 때 이후 처음인 거 같다.

그때도 비오는 날,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가려는데,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설치된 쇠로된 경사로를

속도도 줄이지 않고 각도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오르다 그만 미끄러져 버렸다.

아 또 있었구나. 역시나 일본 여행에서 비오는 날. 숙소를 찾기위해 오르던 가파른 산길 오르막에서

방향을 갑작스레 바꾸다 바퀴가 그만 미끄러져 버리며 꽈당하고 넘어졌다.

그때도 이번에도 비나 눈, 혹은 얼어있는 길.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들에서 나는 넘어졌다.

당연한거다. 이런 것들에 복종하는 것은. 비와 눈와 추위는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 자전거타다가 넘어졌다고 챙피해 하지 말자.

 

 

라고 출근하자마자 썼는데, 좀 지나고나니 넘어졌던 허벅지도 은근히 아프고

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챙피하다. 자전거타다 넘어졌는데 아프고 챙피한 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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