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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파주

아침에 일어나보니 핸드폰으로 간밤에 눈이 내려 출근길 정체 예상이라는 방송문자가 와있다.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음. 눈이 제법 쌓여있다. '오늘은 걸어서 출근해야지.' 마음 먹는다.

 

파주로 이사오고 며칠 안돼서 큰 눈이 왔다. 사람들은 지각하거나 파주까지 못들어왔다. 나는 같이 사는 친구와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날은 정말 갑작스레 대단히 많은 눈이 왔고 길이며 나무며 차, 집, 세상에 하얗지 않은 것은 없었다. 발목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아무도 없는 길을 룰루랄라 걸어오는 기분이 참 좋았다.

 

등산화를 챙겨신고 출근길에 나섰다. 저번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많은 눈으로 세상이 온통 하얗다. 눈이 오는 날은 확실히 파주로 이사온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눈오면 출근길 막히는데 편하게 오는 건 사실 덤이고, 정말 좋은 거는 사방을 둘러서 하얗게 눈 덮인 겨울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겨울은, 이래야 제 맛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을 덮고 있는 눈이 왠지 포근하게 느껴진다.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논과 밭이, 땅 속 씨앗들이 봄 기지개를 킬 것만 같다.

 

저 눈처럼 말없이 조용히 살고 싶다. 실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떠들며 살고 있다. 입을 열 때마다 몸 속 무언가가 빠져나가 가슴에 구멍이 뚤리고 점점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아침부터 일은 안하고 눈 내리는 거 보고 있다. 자유로에 사고 났다고 하던데 역시나 사람들이 늦는다. 키보드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만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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