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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출근하려고 나서는데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이미 자전거 탈 생각으로 가방과 장갑과 모자를 챙겨 나왔다. 

빗줄기가 가는걸 보니 이미 한차례 지나간 거 같다. 그래서 그냥 자전거로 출근하기로 했다.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타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아주 상쾌하고 즐거운 일이다.

물론 위험하니까 이런 날은 어지간하면 차도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조금 돌아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논둑길로 내려간다. 노래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무언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일전에 수원구치소에 있을 때 삭발을 했다. 그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애써 부여잡고 있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린 기분. 머리를 밀고 방에 들어와서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었던 한겨레21과 전쟁없는세상 수감자 우편물과 인권오름을

필요한 자료만 남기고 모두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일요일에 잠실에 있는 트리지움이라는 아파트에 갈 일이 있었다.

신천역 옆인걸 보니 예전에 잠실 3단지가 있던 부지 같다.

고등학생 때 헤집고 다녔던 동네인데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서울은 기억을 삭제한다.

아파트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했다. 무슨 테러리스트 검색하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확 상했다.

다지원 공동체 강의를 들었다. 한겨레 두레 공제가 이번주 주제였다.

나는 잘 관심이 없던 상조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 안 된 것이 없고,

죽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경건한 의식이 아니라 서비스를 사고 파는 행위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을 들어보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과

돈 없으면 죽는 것도 맘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일도 죽는 일도 참 무서운 세상이다. 이 세상 살아갈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주말에 비해 날이 많이 풀렸다. 이제 곧 봄이 오려나보다.

봄을 기다려진다. 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세상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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