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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도 좋지만, 걸어서 출근해도 참 좋다.

자전거로 오면 10분밖에 안걸려서 시간 단축되는 건 좋지만

시간이 너무 짧아 안타까운 감이 있다.

걸어오면 30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 타는 길과 비슷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

노래를 들으며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 있다. 좋다. 굳이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복잡한 생각들, 재미있는 상상들을 할 수 있다.

 

오늘 아침은 걸어서 출근했다. 할머니한테 전화를 했다.

설날도 다가오고 해서 할머니한테 용돈을 보내드렸는데 고맙다고 하신다.

전화를 하는데 계속 울먹거리신다. 참 난감하게시리. 사실 할머니와 정이 아주 많이 쌓여있지는 않다. 같이 산 적도 없거니와 할머니가 옛날 분이다보니 외손자인 나와 내 동생보다는 외삼촌네 사촌들을 더 가깝게 느끼신다. 뭐 서운하거나 한 건 아니다. 암튼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걸 보니 전화도 더 자주 드리고 용돈도 종종 보내드려야겠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출근길은 교통량이 많은 길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차들이 무지무지 쌩쌩 달린다.

옆에 화물차라도 하나 지나갈때면 귀에 꽂은 엠피쓰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논둑길로 돌아 걸어간다. 논둑길로 접어들면서 한가지 걱정이 들었다.

커다란 개. 이상하게 나는 개가 너무 무섭다. 개한테 딱히 나쁘게 한 일도 없고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린 일도 없는데, 어렸을 적엔 우리집도 개를 키우기도 했는데

나이 먹을 수록 주사바늘과 더불어 개가 무서워진다. 얼마전부터 논둑길 비닐하우스 앞에

커더란 개가 살기 시작했다. 물론 줄에 묶여 있지만 내가 지날 때면 크게 짖어댄다.

자전거로 지날 때는 그래도 내가 휙 지나가고 혹시나 목줄이 풀려서 개가 쫓아와도

도망갈 자신이 있어서 덜 무서운데 걸어가자니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길을 더 돌아 논과 밭을 가로질렀다. 어제 내린 비에 촉촉한 흙이 신발에 엉겨붙는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개를 피해가는데, 어떤 젊은 여성분이 아무렇지 않게 개 옆을 지나간다.

크엉 크엉 짖어대는 개 옆을 유유히 걸어간다. 아... 왠지 좀 부끄러웠다. 그냥 저렇게 걸어가면 되는구나.내가 무서워하니까 개가 그걸 알고 더 짖어대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나도 당당히 개 옆을 걸어서 지나가야지! 물론 그 길을 맞닥뜨리면 또 어떤 판단을 할지, 그건 닥쳐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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