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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공연

오소영 공연을 봤다. 공연 중간에 해프닝(?)이 있었고, 원래는 스탠딩에 맞춰 설계된 무대를

맨 앞자리 의자에 앉아서 보느라 목과 허리가 고되기는 했지만, 공연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오소영은 시와와는 다른 무엇이 있다.

자신을 좋아하는 오래된 팬들은 1집에 배어있는 '정서'에 공감해주시는 분들, 이라고 오소영이 공연 중간에 말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거 같다. 아마 2집을 발표한 지금 오소영과는 또 다른, 딱 그 시절 그 나이의 오소영만이 가질 수 있는 방황과 혼란 같은 것들이 음악에 그대로 묻어있다.

 

나는, 20대에 제대로 방황해보지 못했다. 항상 길은 복잡하지 않았고, 그냥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언제나 해야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내 앞에 놓여있었고, 대체로 나는 그 일들이 즐거웠다. 실증을 느낄 때쯤, 혹은 생각이 바뀌어 갈 때쯤이면 또 어느샌가 새로운 일들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20대에 불만은 없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절에만 허용되는 '방황'을 한 번 쯤 해봤으면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무언가 통과의례 같은 걸 못 치르고 지나온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내 또래를 좋아하지만, 그들에게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들 외부에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홀로 사람 바글거리는 명동 한 복판에 서있는 기분이랄까.

 

오소영 1집은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뒤늦게 아쉬워하는 그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나는 오소영 1집을 들으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숨어있는, 내가 경험해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었던 상황과 감정이 오소영의 노래에 반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소영 1집이 나에게 겪어보지 못한 과거라면, 2집은 내가 살아야 할 미래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여성들은 30대 후반을 지나면서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 같다. 완벽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러면에서 아주 급진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여유와 유머를 가진다고 하면 내가 받는 느낌을 어느 정도 표현한 것 같다. 오소영 2집도 그런 느낌이 든다. 1집에서의 방황과 불안함, 이런 것들을 다 극복하고 결론처럼 내려진 명쾌한 대답은 아니다. 그런 건 왠지 딱딱한 아스팔트길 느낌이 든다. 그보다는 발바닥 아프고 가끔씩 희미해지고 하는 들판에 난 풀밭 길이다. 길이지만 길이 아니기도 해서, 길을 둘러싸고 있는 풀밭들과 어울어질 수 있는 길. 방황, 불안함을 그대로 품어 안고 천천히 세상과는 다른 나만의 빠르기로 걸어가는 길. 워낙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이라서 남들 삶에서 배우려는 노력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내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몇몇 내 친구들과 같은 느낌을 오소영 2집에서 받았다. 롤모델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공연 보고 나와서 잊고 지내던 말이 생각났다. 한 때 나는 내 이상형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 결혼한다면, 이상은이나 이소라와 결혼할거라고^^ 그래 노래잘하는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다. 그래서 날마다 아침에 노래 불러 달라고 해야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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