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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글을 만났다.

박건웅 작가가 작가 후기를 보내줬다. 자기는 글솜씨가 없으니 많이 다듬어 달라는 겸손한 부탁과 함께.쭈욱 읽어봤다. 확실히 유려한 문장은 아니었다. 맘춤법 띄어쓰기야 나도 잘 못하는 거 트집잡을 생각이 없다. 비문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문단 구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분량도 너무 길다. 책에 실릴 때는 아마 원문과는 많이 달라져있을거같다.

 

그런데 나는 박건웅 작가가 보내준 이 글이 딱 마음에 든다. 책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달라지겠지만, '책'이 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어떤 식으로 교정교열을 보더라도 지금 내 손에 있는 이 글이 가장 좋을 거 같다.

 

박건웅 작가의 솔직하고 담백한 마음이 담뿍 담겨져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마음이, 그림의 대상이 되는 허영철 선생님에 대한 진솔한 존경심이,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려 하는 겸손한 태도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칭찬받아 마땅할 것들을 전혀 자랑하지 않고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글솜씨로 마치 꾹꾹 눌러쓴 편지처럼 소중하게 쓴 것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진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고 화려하게 포장한 내가 쓴 글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금은 아직 책 작업 중이라 아직 박건웅 작가가 보내준 글을 이곳에 올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시점이 되면 꼭 내가 보관하고 두고두고 읽고 싶다.

 

역시 글은 글솜씨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것이며, 삶으로 쓰는 것이다.

참 좋은 마음을 만났다. 이럴 때 책만드는 일이 참 값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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