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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고민이 없나?

산울림 노래 제목 가운데 '왜 난 고민이 없나?'가 생각난다.

너무 고민 없이 살아가는 거 같아서.

 

파주로 이사온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상과 좀 격리되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사람들도 덜 만나고, 조용히 생각도 좀 하고 책도 보고 내면에 집중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그래서 티비도 컴퓨터도 안가져갔다. 확실히 세상과 격리되는 거 같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 만나서 놀 때는 뻔질나게 서울 나가서 밤새 놀고,

오히려 서울 살 때 보다 더 많이 외박하면서 놀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만 격리되어 간다는 것이다.

 

물론 애써 찾아보는 인터넷 기사와 책들 덕분에 머리가 고민을 멈춘 건 아니지만

머리로 하는 고민은 얼마나 뜬구름 잡는 부질없는 짓인지 잘 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몸으로 느끼는 고민인데,

몸은 세상의 고통과 멀어져서 월급쟁이의 안락함에 젖어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세상 살아가는데 안락함이나 안정감이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지만

내 몸이 좀더 불편해지려는 노력을 거부할 때가 바로 삶이 보수화되는 때일텐데,

이대로 가면 그런 순간이 머지않아 닥칠까봐 두렵다.

 

왜 난 고민이 없나?

불편함이 없으니까 그렇겠지. 불편한 사실들에서 몸이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겠지...

이제 아주 쉽게 뱃살이 붙을 나이다. 이제 아주 쉽게 편안함에 안주할 나이이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스스로 합리화하기 쉬운 나이다. 그렇게 될까봐 무섭다.

생각마저 삶마저 월급쟁이 근성을 가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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