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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출판사 분회 공동 성명] 나라말 출판사 매각 결정을 규탄한다!

 

[언론노조 출판사 분회 공동 성명] 나라말 출판사 매각 결정을 규탄한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고 해고당하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용역 깡패가 구타하고, 노동자들을 답답하게 하는 소식만 연일 들리는 여름날에 나라말 출판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복한 노동이 좋은 책을 만든다’는 생각을 함께 나눴던 출판노동자로서 이번 나라말 출판사의 매각 소식은 엄청난 충격입니다. 하루아침에 자기가 다니는 회사가 바뀌게 되는 상황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노동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아무리 그것이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매각’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고용승계는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안으로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일 뿐, 그것으로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가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가 평소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상식을 벗어난 업무 지시와 그것을 빌미 삼은 부당한 징계, 매출 하락을 핑계로 진행한 희망퇴직, 출판사 매출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제안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회사를 살릴 방안을 찾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소중한 일터를 다른 회사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출판사 문제를 처리하는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책을 만드는 노동자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우리가 만드는 책이 독자들에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생각하며,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한 권 한 권 책을 만듭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만을 놓고 출판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어떤 책을 내는지, 그 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피면서 직장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일을 해서 받은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좋은 책을 내고 싶고, 좋은 책을 내고 있다는 출판 노동자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으로도 살아갑니다.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는 우리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 출판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의 출판사 매각 결정을 규탄합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은 이제라도 나라말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하고, 그동안 매출하락의 책임을 조합원과 노동조합에 전가하며 조합원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짓밟은 출판사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출판사 조합원들이 어디서라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1년 8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보리출판사 분회, 창비 분회, 작은책 분회, 한겨레출판 분회, 돌베개 분회, 출판노동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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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때 서정시를 쓰고 싶었다. 서정시는 개뿔. 요새 가장 많이 쓰는 글은 공문. 그리고 성명서. 회사다니면 이런 글 쓸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웃기지도 않은 일들로 논리적으로 들으려고도 안하는 사람들에게 논리를 갖춰서 글을 쓰다니... 아...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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