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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13
    돌멩이 하나(6)
    무화과
  2. 2006/05/13
    불복종의 이유(1)
    무화과
  3. 2006/05/13
    그냥(1)
    무화과

돌멩이 하나

불량공주동거인님의 [지킴이들이 아파요...] 에 관련된 글.

휴식을 취하는 것은 활동을 지속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차피 평생의 삶이 운동이라면,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기보다는 끊임없이 충전하면서 사는게 훨씬 좋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사는 활동가사회에서는 휴식은 왠지 낯설다.

주변에서 쉬라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치 않아서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킴이들이 아프다니 걱정이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사실 서울에도 아픈사람 여럿있다. 내가 보기엔...

그리고 나도 아픈건 아니지만, 약간은 지친다.

황새울의 들녘이 지치는 것이 아니라 집회와 촛불문화제, 선전작업등이 지친다.

난 항상 지치고 짜증나고 만사가 귀찮아질때는 시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다.

아무 생각없이 노래를 듣고, 시구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나의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래서 모두들 지친 몸과 마음 달래보고자 시와 노래 하나.

김남주의 시이자 안치환의 노래이다.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거냐고

죽음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쓰고나서 보니 조약골의 '활동가 친구'만큼이나 무서운 가사다ㅋㅋ

그래도 나 또한 묻지 않았다. 광화문 촛불이 얼만큼 세상에 빛을 비출지.

우리가 맨놈으로 국가폭력에 맞선듯 과연 얼마정도의 시간이나

대추초등학교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어쩌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싸울지도 모른다.

이기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있을 수 없기에 싸운다.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싸운다.

 

그러니까 모두들 아프지 말고 싸우자. 다치지 말고 싸우자.

가다못가면 쉬었다가면서 싸우자.

어차피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자들의 국가와 법치주의 사회에서

평생을 인간이기 위해서 싸워야 하니까, 쉬엄쉬엄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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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의 이유

송환에서 김동원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그 오랜 시간동안 감옥안에서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신념도 있겠지만, 인간성이 말살되는 상황에서 발동하는 오기가 아니었을까"

그 말에 적극 공감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단한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만으로 세상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신념이 항상 절대선이 아니기때문에 너무 투철한 신념은 때로는 위험하다.

 

사람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이데올로기나 신념보다

자신이 어떤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인격을 무시당하거나 인권을 침해당함을

스스로 느낄 때, 오히려 투쟁하게된다.

 

평택에서 벌어지는 투쟁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행태,

기지이전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태도애 데한 문제, 미군이 그동안 해왔던 잘못에 대한 문제

한국과 미국의 잘못된 관계의 문제, 군부대가 가지는 본연의 문제 등

여러가지 정치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리고 위의 문제들은 이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평택에서 이토록 격렬하게 저항이 일어나는 것은 위의 문제들 때문만은 아니다.

평택주민들은 생존권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움직이는 거다.

두 번이나 쫓겨날 수 없기 때문에 처절하고 끈질기게 싸우는 거다.

그리고 내가 평택투쟁에 계속 빠져들고 있는 이유는,

국가폭력과 공권력에 불복종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너무 많은 인권유린을 보았기 때문에,

오기가 작동한 것이다.

무자비한 국가에 대해, 의무는 커녕 강도짓하는 국가에 대해

어디 한 번 누가이기나 해보자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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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랫만이다.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어 가는 것은.

학교 졸업후 꾸준히 충전해놨던 에너지가 야금 야금 소진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2년 반동안 충전해놓은 것이 많아서 아직은 버틸만하다.

어쨋든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게 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 오랫만이라, 약간은 적응 안된다.

 

하기사 평택의 상황이 터지고 나서 근 일주일 동안

절반은 일하느라, 절반은 술마시느라 집에 제대로 못들어가고 잠을 잘 못자니

육체의 피로가 쌓이고 쌓였다.

그리고 그 일주일동안 웹자보다, 촛불문화제다 무엇가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작업들이

넘쳤으니 내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게다가 매일매일의 촛불집회를 계속 긴장하고 신경쓰며 있으니 피로감은 배가 된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바로 이것이다.

평택투쟁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들이 있다. 당연하다.

진보넷 블로그에도 여러 의견들의 글이 올라온다.

꼭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비폭력에 대한 회의감, 심한 경우에는 비웃음,

뭔가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들,

감성적인것에 대한 무시와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척하는 운동권 문화.

 

이런 태도와 글들을 접할 때, 내 몸과 마음은 그냥 쉬고싶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별로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고(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동물인데, 논리로 설득되고

논리로 실철하는 사람 없더라) 게다가 지쳐있는 상황이고,

또 게다가 논쟁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많은 경우 논쟁은 말꼬리 잡기가 되어 버린다.

나의 미숙함과 상대방의 미숙함으로)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갈 뿐이다.

비폭력이 오해받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것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낳는다.

 

여력이 된다면,

집회방식에 대한 논쟁과 투쟁방식에 대한 논쟁,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이야기,

운동권들의 짜증나는 폐쇄적인 문화와

염증나는 입으로 하는 정치와 급진적인 사상에 하나도 안급진적인 삶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보면 좋겠지만,

그냥 너무 피곤하다.

 

사실 갈수록 미군이고 뭐고, 평화고 뭐고, 전략적 유연성이니 뭐니,

머릿속이 복작해서 하얗게 되다 보니 잘 생각이 안난다.

그냥 대추리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살면 좋을거 같고

국가와 권력이 한없이 짜증나고 밉고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평택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그냥 피곤하니까 쉬고 싶다.

그냥 못견디겠으니까 국가와 싸우는 것다.

그냥 사는 거다. 인간이니까.

 

너무 똑똑하고 잘난 운동권들 싫다.

그냥 좀 살자. 논리적인 이유 없이도 그냥 하면 어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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