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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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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3
    시 3편
    무화과
  2. 2008/06/23
    단편들(3)
    무화과

시 3편

밤 미시령                                        -고형렬

 

 

저만큼 11시 불빛 저만큼

보이는 용대리 굽은 길가에 차를 세워

도어를 열고 나와 서서 달을 보다가

물소리 듣는다

다시 차를 타고 이 밤 딸그락,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듯

시동을 걸고

천천히 미시령으로 향하는

밤11시 내 몸의 불빛 두 줄기, 휘어지며

모든 차들 앞서 가게 하고

미시령에 올라서서

음, 기척을 내보지만

두려워하는 천불동 달처럼 복받친 마음

우리 무슨 특별한 약속은 없었지만

잠드는 속초 불빛을 보니

그는 가고 없구나

시의 행간은 얼마나 성성하게 가야 하는지

생수 한 통 다 마시고

허전하단 말도 허공에 주지 않을뿐더러

-그 사람 다시 생각지 않으리

-그 사람 미워 다시 오지 않으리

 

 

 

남해 금산                                                    -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겨울노래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는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란蘭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시가 나에게로 왔다. 그 어두컴컴한 한 시절의 시멘트 뱃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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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1.31평의 좁은 방

화분은 시들어가고 바깥의 하늘은 너무나 멀어서

나는 하늘의 색깔을 알아챌수가 없고 화분의 본래 색깔도 기억나지 않고

그 넓디 넓은 우주에 혼자 남겨진 적막감

그 좁은 방에서 도대체 어디에 발을 두어야할지

저 넓은 바깥세상에서 내 자리는 도통 있을거 같지 않았고

그 감정들이 갑자기 뭉클 뭉클 떠오른다

아마도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어서일까?

저 넓은 광화문의 빽빽한 촛불들 사이에서도

이사준비로 짐들이 너져분한 발딛을틈 없는 사무실에서도

선뜻 내 자리를 찾을수 없는 느낌

이름을 남기고 싶은 허영심과 인정받고 싶은 욕심들

혹은 지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두 마음 사이에서 어쩔줄 몰라 허우적거리는 느낌

나는 이 감정들을, 이 느낌들을, 멍하니 지나가는 시간들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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