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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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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7
    무화과
  2. 2009/04/27
    울면서 던지기
    무화과

새 -루시드폴 새벽녘 내 시린 귀를 스치듯 그렇게 나에게로 날아왔던 그대 하지만 내 잦은 한숨소리 지친듯 나에게서 멀어질테니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마 어쩔 수 없다 해도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마 어쩔 수 없다 해도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마 어쩔 수 없다 해도 새라는 제목의 노래들을 좋아했다.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으로 시작하는 옛날의 민중가요 '새'는 비록 노래로 바꾸면서 시어들을 싹뚝싹뚝 잘라내어 말이 잘 연결이 되지는 않지만, 그 섬뜻한 서러움을 잘 표현해 낸 가사들. 그리고 가사를 담백하게 읊어내는 낮은 목소리가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고등학교 때는 전람회 2집에 있는 '새'를 많이 들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워크맨에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를 듣던 시절, 전람회 2집 첫번째 곡이었던 '새'는 전람회가 가지는 특유의 고전적인 느낌의 무게감이 가장 잘 드러나 있었다. 너무 무겁지도 않지만, 통통튀지 않고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그런 무게감. 마치 바퀴가 얇은 사이클이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다가 정식 엠티비를 탈 때 느껴지는 무게 중심 같은 거. 하지만 그 무게감은 정 반대의 속도감과 두바퀴를 통해 만나는 것처럼, 전람회의 가볍지 않은 멜로디와 가사들이 새의 날개에 실려 훨훨 그렇지만 외로운 날개짓을 하는 느낌을 전해주는 곡이었다.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한 동안 이상은에 푹 빠져 있었다. 철거촌에서 밤에 규찰을 설 때도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이상은의 노래들을 읊조리곤 했다. 삼도천, 어기여디여라, 너무오래 등등... 그 중에서도 심하게 감정이입이 된 노래는 '새'였다. 시적인 비유들의 가사들에 푹 빠졌고, 무엇보다도 이 좁고 우스운 땅위에 내려온 새가 내 모습이라는 착각에 하루하루를 살았다. 어쩌면 나도 구름의 숲과, 노을의 냄새, 바다건너 피는 꽃의 이름을 알고 싶었는지도, 돈을 세는 사람들을 아무 의미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날아오를 하늘이 있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갑자기 루시드 폴의 새가 가슴에 박혔다. '난 단지 약했을뿐 /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가늘고 섬세하게 떨리는 루시드 폴의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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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던지기

사라지고 없는 것들을 사람들은 과거라 부르고 때때로 그 과거의 것들 중에서 감성적인 기억들을 일컬어 추억이라 부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기고 이제는 과거라 불리는 시간으로 사라진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졌던 마지막 경기 장면들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그 경기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경기가 동대문 구장의 마지막 경기였다니 왠지 갑자기 서러움이 벅차오른다. 그 경기는... 2007년 대통령배 결승전, 서울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였다. 고교야구에 커다란 관심을 두는 편이 아니라서 당시에는 잘 몰랐을 귀에 익은 선수들의 이름이 보였다. 먼저 이날 역전홈런을 포함해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서울고의 3번 안치홍 기아타이거즈에 2차 1순위로 지명되어 올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2009 신인왕의 가장 강력한 후보이다. 그리고 올시든 두산베어스에 역시 2차 1순위로 지명된 허경민. 수비하나만은 최고라는 평가만큼이나 3루쪽 깊숙한 타구를 전성기의 이종범을 연상시키는 빨랫줄같은 타구로 잡아내곤 했다. 이 둘은 이 당시 각각 팀의 유격수였고, 아직 2학년이었다. 이들보다 한 학년 위에는 전국(?)에서 날리는 선배들이 있었다. 광주제일고의 에이스 정찬헌. 대통령배 MVP를 받게 되는 그는 광주제일고의 에이스였지만, 신인 지명에서 연고지인 기아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서울의 엘지에 2차 1순위로 입단하게 된다. 당시 기아는 빠른볼을 가진 젊은 투수들이 이미 넘치고 있었기때문에 정찬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정찬헌은 분명 고교 랭킹 넘버를 다툴 훌륭한 투수였지만 그날은 1회에 구원을 나와서 바로 실점을 한 후, 잘던지다가 안치홍에게 역전 홈런을 맞는다. 그날 정찬헌의 상대는 당시 고교랭킹 1위의 투수 이형종이었다. 눈물의 역투로 유명한 이형종의 경기가 바로 이 경기였다. 아무리 초고교급의 투수라고 해도 거듭된 경기들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마운드에 올라서야 상대방을 압도할 수 없다. 게다가 3루수의 결정적인 송구 실책등, 고교야구 다운 실책을 연발하면서 서울고는 하지 않아도 될 실점을 허용하며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다. 결국 9대6으로 리드한체 9회를 맞이한 서울고. 창단 첫 우승과 동대문구장에서의 역사적인 마지막 경기의 승리를 거머쥐기 직전 피로와 책임감이 누적된 어린 이형종의 어깨는 흔들리고 만다. 한 점을 내주고.... 아웃카운트는 하나가 남았지만, 이미 이형종의 어깨는 한계에 다다른 시점. 볼넷과 몸에 맞는 공등으로 루상에 차곡차곡 주자들은 쌓이고.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이형종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져 눈물이 없다해도 충분히 울고 있었다. 2스타라이크에서 던진 마지막 힘을 짜냈을 회심의 투구가 아슬아슬하게 볼판정을 받고, 이형종은 정말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원망을 가득담은 표정을 짓고 애써 눈물을 참고 또 참고 있었다. 그 때 그 어린 에이스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일까? 도망칠 곳이 있었다면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을까... 피할 수 없는 상황과 일들에 대해서 이미 그것에 맞서기 위한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이겨낼 요령도 강한 마음도 아직은 없었던 어린 에이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그 쓸쓸하고 외로운 마운드에서 그는 울면서 공을 던졌다. 나는 이형종이 정말 도망치고 싶었던 그 순간 아무도 원망하지는 않았을것만 같다. 피할수 있었다면 피했겠지만... 그 상황에선 그로서는 울면서 던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것이다.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하지만 이미 소진되어버린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황. 그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눈물이 자꾸만 맘 한켠에 남는다. 그 상황에서, 울면서 던질 수밖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상황에서 그의 표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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