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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4/28
    오랫만에 자전거
    무화과
  2. 2009/04/27
    무화과
  3. 2009/04/27
    울면서 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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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 벚꽃,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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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9/04/03
    꼴찌해도 괜찮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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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9/04/01
    사이
    무화과

오랫만에 자전거

아침마다 영어학원을 다닌다는 핑계로 방치해두었던 자전거를 오랫만에 끌고 집으로 왔다. 벌써 몇 달째 하늘을 바라보며 눈과 비를 맞느라 자전거는 퍽 피곤해보였다. 체인은 기름기 없는 푸석한 모습이었고 프레임은 산성비를 맡았는지, 한 때는 중후해 보이던 무광택의 피부에 흙먼지가 잔뜩 눌러 붙어있었다. 괜시리 미안해지는 마음...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이동하는 도중에 책을 읽거나(그러다 자거나) 음악을 들을 수(그러다 잠을 잘 수)있는 좋은 점이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일은 또 다른 좋은 점들이 있다. 아... 운동은 별로 안된다. 자전거가 운동이 될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기구였다면 좋은 교통수단이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는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입안에서 자신감 없이 웅얼거리던 노래들을 크게 부를 수 있다. 내 옆을 스쳐가는 사람들이 그 소리를 못듣지는 않겠지만, 소리보다 빠르게 페달을 저어가면 내 부끄러운 음색과 얼굴을 들키지 않고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제낄 수 있게 된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혼자 울고 싶을 때나, 자기도 모르게 울컥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릴 것만 같을 때에도 자전거를 타는 일은 퍽 좋다. 너무 펑펑 울어 눈물에 앞이 흐릿할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화장실에서 문 잠궈놓고 수돗물 틀어놓을 필요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 번쯤 울상인 얼굴을 빠르게 스쳐가며 궁금해는 하겠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자신들의 산책을 즐길 뿐이다. 게다가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훔쳐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면 생각에 잠기기에 좋다. 물론 차도에서는 잡생각은 금물이다. 일단 살고봐야지... 한적한 밤의 자전거 도로는 아무런 근심 걱정없는 사람들에게도 한움큼의 생각거리를 던져주는데, 하물며 무언가 골똑히 생각할 거리가 많이 있을때는 말 할 것도 없다. 차가운 바람이 폐부로 스며들어 심각해진 머리를 식혀주니 어려운 생각에도 안성맞춤이고, 낮에 내린 소나기로 부풀어오른 풀내음이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니 슬픈 생각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문득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은 2009년 서울이라는 시공간을 벗어난 환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갑자기 저 멀리 커다란 네온사인과 함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절이 생각나면, 도망치고 싶기만한 마음들이 생각나면, 억지로 인식하지 않으려 했던 것인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이제는 떠나버린 것들이 갑자기 현실적으로 느껴지면, 갑자기 손가락 끝이 하나씩 아려온다. 열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아직도 아홉번이나 더 이렇게 문득 문득 이별을 실감해야 하나보다.

 

갑자기,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자전거를 타고 내달렸던 일본의 봄. 그래, 일본에 다녀온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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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루시드폴 새벽녘 내 시린 귀를 스치듯 그렇게 나에게로 날아왔던 그대 하지만 내 잦은 한숨소리 지친듯 나에게서 멀어질테니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마 어쩔 수 없다 해도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마 어쩔 수 없다 해도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마 어쩔 수 없다 해도 새라는 제목의 노래들을 좋아했다.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으로 시작하는 옛날의 민중가요 '새'는 비록 노래로 바꾸면서 시어들을 싹뚝싹뚝 잘라내어 말이 잘 연결이 되지는 않지만, 그 섬뜻한 서러움을 잘 표현해 낸 가사들. 그리고 가사를 담백하게 읊어내는 낮은 목소리가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고등학교 때는 전람회 2집에 있는 '새'를 많이 들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워크맨에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를 듣던 시절, 전람회 2집 첫번째 곡이었던 '새'는 전람회가 가지는 특유의 고전적인 느낌의 무게감이 가장 잘 드러나 있었다. 너무 무겁지도 않지만, 통통튀지 않고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그런 무게감. 마치 바퀴가 얇은 사이클이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다가 정식 엠티비를 탈 때 느껴지는 무게 중심 같은 거. 하지만 그 무게감은 정 반대의 속도감과 두바퀴를 통해 만나는 것처럼, 전람회의 가볍지 않은 멜로디와 가사들이 새의 날개에 실려 훨훨 그렇지만 외로운 날개짓을 하는 느낌을 전해주는 곡이었다.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한 동안 이상은에 푹 빠져 있었다. 철거촌에서 밤에 규찰을 설 때도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이상은의 노래들을 읊조리곤 했다. 삼도천, 어기여디여라, 너무오래 등등... 그 중에서도 심하게 감정이입이 된 노래는 '새'였다. 시적인 비유들의 가사들에 푹 빠졌고, 무엇보다도 이 좁고 우스운 땅위에 내려온 새가 내 모습이라는 착각에 하루하루를 살았다. 어쩌면 나도 구름의 숲과, 노을의 냄새, 바다건너 피는 꽃의 이름을 알고 싶었는지도, 돈을 세는 사람들을 아무 의미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날아오를 하늘이 있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갑자기 루시드 폴의 새가 가슴에 박혔다. '난 단지 약했을뿐 / 널 멀리하려 했던건 아니었는데' 가늘고 섬세하게 떨리는 루시드 폴의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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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던지기

사라지고 없는 것들을 사람들은 과거라 부르고 때때로 그 과거의 것들 중에서 감성적인 기억들을 일컬어 추억이라 부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기고 이제는 과거라 불리는 시간으로 사라진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졌던 마지막 경기 장면들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그 경기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경기가 동대문 구장의 마지막 경기였다니 왠지 갑자기 서러움이 벅차오른다. 그 경기는... 2007년 대통령배 결승전, 서울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였다. 고교야구에 커다란 관심을 두는 편이 아니라서 당시에는 잘 몰랐을 귀에 익은 선수들의 이름이 보였다. 먼저 이날 역전홈런을 포함해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서울고의 3번 안치홍 기아타이거즈에 2차 1순위로 지명되어 올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2009 신인왕의 가장 강력한 후보이다. 그리고 올시든 두산베어스에 역시 2차 1순위로 지명된 허경민. 수비하나만은 최고라는 평가만큼이나 3루쪽 깊숙한 타구를 전성기의 이종범을 연상시키는 빨랫줄같은 타구로 잡아내곤 했다. 이 둘은 이 당시 각각 팀의 유격수였고, 아직 2학년이었다. 이들보다 한 학년 위에는 전국(?)에서 날리는 선배들이 있었다. 광주제일고의 에이스 정찬헌. 대통령배 MVP를 받게 되는 그는 광주제일고의 에이스였지만, 신인 지명에서 연고지인 기아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서울의 엘지에 2차 1순위로 입단하게 된다. 당시 기아는 빠른볼을 가진 젊은 투수들이 이미 넘치고 있었기때문에 정찬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정찬헌은 분명 고교 랭킹 넘버를 다툴 훌륭한 투수였지만 그날은 1회에 구원을 나와서 바로 실점을 한 후, 잘던지다가 안치홍에게 역전 홈런을 맞는다. 그날 정찬헌의 상대는 당시 고교랭킹 1위의 투수 이형종이었다. 눈물의 역투로 유명한 이형종의 경기가 바로 이 경기였다. 아무리 초고교급의 투수라고 해도 거듭된 경기들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마운드에 올라서야 상대방을 압도할 수 없다. 게다가 3루수의 결정적인 송구 실책등, 고교야구 다운 실책을 연발하면서 서울고는 하지 않아도 될 실점을 허용하며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다. 결국 9대6으로 리드한체 9회를 맞이한 서울고. 창단 첫 우승과 동대문구장에서의 역사적인 마지막 경기의 승리를 거머쥐기 직전 피로와 책임감이 누적된 어린 이형종의 어깨는 흔들리고 만다. 한 점을 내주고.... 아웃카운트는 하나가 남았지만, 이미 이형종의 어깨는 한계에 다다른 시점. 볼넷과 몸에 맞는 공등으로 루상에 차곡차곡 주자들은 쌓이고.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이형종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져 눈물이 없다해도 충분히 울고 있었다. 2스타라이크에서 던진 마지막 힘을 짜냈을 회심의 투구가 아슬아슬하게 볼판정을 받고, 이형종은 정말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원망을 가득담은 표정을 짓고 애써 눈물을 참고 또 참고 있었다. 그 때 그 어린 에이스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일까? 도망칠 곳이 있었다면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을까... 피할 수 없는 상황과 일들에 대해서 이미 그것에 맞서기 위한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이겨낼 요령도 강한 마음도 아직은 없었던 어린 에이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그 쓸쓸하고 외로운 마운드에서 그는 울면서 공을 던졌다. 나는 이형종이 정말 도망치고 싶었던 그 순간 아무도 원망하지는 않았을것만 같다. 피할수 있었다면 피했겠지만... 그 상황에선 그로서는 울면서 던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것이다.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하지만 이미 소진되어버린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황. 그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눈물이 자꾸만 맘 한켠에 남는다. 그 상황에서, 울면서 던질 수밖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상황에서 그의 표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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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삽의 흙 -나희덕

한 삽의 흙 -나희덕 밭에 가서 한 삽 깊이 떠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삽날에 발굴된 낯선 흙빛, 오래 묻혀 있던 돌멩이들이 깨어나고 놀라 흩어지는 벌레들과 사금파리와 마른 뿌리들로 이루어진 말의 지층 빛에 마악 깨어난 세계가 하늘을 향해 봉긋하게 엎드려 있다 묵정밭 같은 내 정수리를 누가 저렇게 한 삽 깊이 떠놓고 가버렸으면 그러면 처음 죄 지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가슴으로 엎드려 있을 텐데 물기 머금은 말들을 마구 토해낼 텐데 가슴에 오글거리던 벌레들 다 놓아줄 텐데 내 속의 사금파리에 내가 찔러 피 를릴 텐데 마른 뿌리에 새순을 돋게 할 수는 없어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말을 웅얼거릴 수 있을 텐데 오늘의 경작은 깊이 떠놓은 한 삽의 흙 속으로 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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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벚꽃, 라일락

바람이 뭉큰 불어왔다 보랏빛 라일락 향기가 났다 고개를 드는 순간 눈 앞은 분홍빛 벚꽃눈이 나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바라보니 도톰한 아리보리 빛을 머금은 목련잎이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목련의 앞뒤로 아직 풍성한 벚꽃과 은은하게 눈부신 라일락이 함께 피어있었다 하얀 바탕에 저마다의 색감을 수줍게 감추고 있었다 벚꽃이 지기도 전에, 목련이 한참일 때에, 라일락이 피어있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나는 한마디 밖에 할 수 없었다 세상이 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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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해도 괜찮아

돕이 얼마전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야구는 좋아하지만 국가주의를 싫어하는 나는 WBC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뭐 복잡한 이야기들이 얽혀 있지만 그냥 귀찮아서 결론만 말하면 나는 WBC를 별로 안좋아한다고 했다. 경기를 본 것도 우리 석민얼힌이가 선발로 나왔던 베네수엘라 경기 그것도 윤석민 들어가고 나서는 안봤지.. 암튼 WBC따위는 제껴두고 드디어 프로야구 개막 사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야구에 정신팔려서 야구기사 찾아보다 하루가 다 갈까봐 걱정하기도 했다(벌써 그러고 있다ㅠㅠ) 암튼 해설자들은 예의 "올시즌은 너무도 치열해서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는 뻔한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있고 나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개막경기를 볼수없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냥 야구 개막하니까 좋다. 내가 응원하는 기아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할거 같은데 그래도 상관없다. 기아 꼴찌해도 좋다 그냥. 그냥. 야구 개막하니까 좋다 야구장 가야지. 구경하러 가야지. 김밥싸서 들고 가야지. 맥주사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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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자각과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의식 사이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과 조용히 살다가 아무에게도 폐끼치지 않고 싶다는 바램 사이에서 결국 인생은 혼자살아가는 것이라는 믿는 이용석과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고 소리없이 흐느끼고 싶은 이용석 사이에서 떠나버린 당신과 떠나갈 당신 사이에서 내가 노력을 쏟아부은 사람들과 나에게 노력을 쏟아부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게 눈물을 보여준 사람들과 나에게 한숨을 보여준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않은 겨울과 오지않은 봄 사이에서 이장혁을 듣고 이소라를 듣고 기형도를 읽고 김연수를 읽고 내가 쌓아온 모든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수 있을만큼 부실하고 모른척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보잘것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픈 각성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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