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무현의 마피아식 정치

나는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인데 그중 재미있게 본 영화가 '대부'이다.

알파치노와 마론브란도의 연기력도 좋았고,

여느 깡패영화보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이고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암흑세계를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뿐 아니라 음악이나 전반적인 명암의 톤 역시 장중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1, 2, 3편의 영화를 지금까지 몇 번을 본 것 같은데

기억나는 대사는 별로 없다.

기억하는 유일한 대사-구절-은 좀 처럼 말을 듣지 않는 다른 조직이나

관료들에게 최후 통첩을 할 때 즐겨 쓰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요즘 정가에서는 노무현의 연정 제안을 두고 양 거대 정당들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노무현이 던진 연정 조건은 지역주의 정치를 해소하기 위해

연정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권력을 주겠다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이다. - 노무현과 박근혜의 영수회담의 결과에

따라 정세전환의 여지는 있지만 -

 

어찌 보면, 노무현의 제안은 임기의 절반이 지났지만 경제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고 사회적 양극화는 커져가고 그렇다고 열린우리당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능력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그의 도박사적

정칙스타일이 이런 식으로 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노무현의 이러한 행동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정치상황을

흔들고자 하는 일종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 정작 흔들리는 건 한나라당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다.

 

이런 면에서는 마피아보다 못한 제안이다. 적어도 철저히 힘의 논리에

의해 유지되는 마피아는 자신들의 우위가 확실하지 않을 때는 절대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무현은 열린우리당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생각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노무현의 제안에 흥분만 하는 한나라당도 측은하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DJP연합의 예를 들어 보자. 물론 그 때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상호협상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힘을 가진 DJ에 의해

JP가 팽당하고 말았다.

그러니 권력을 넘겨주겠다는 노무현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를 덮석

받아 물지 못하고 정국주도권을 계속해서 노무현에게 넘겨주어야하는

한나라당의 심정도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한 방 날릴 것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가 한다.

과거 DJP연합의 사례를 들어가며 역제안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즉 노무현이 한나라당에 들어오면 여당의 입장에서 열린우리당과 연정을

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다면 노무현의 대답은 무엇일까?

받아들인다면 한나라당은 좋은 것이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손해볼 것 없다.

상황에 따라 여당이 될 수도 있고, 노무현을 역공할 수 있는 기회도 되니 말이다.

 

이와함께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얼마나 신뢰하지 못하면 이런 제안을 하겠냐고

열린우리당도 깔 수 있으니 이야말로 '일석이조', '도랑치고 가제잡고'가 아닐까!

 

내가 전여옥 여사라면 그 특유의 독설을 섞어 이런 제안을 한 번 해 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