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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만평작가와의 대화

# 내가 보낸 메일(7/29)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동당대전시당에서 정책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민병기라고 합니다.

 

이렇게 뜬금없이 메일을 드리게 되어 겸연쩍은 면은 있으나 펜레터라고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7월 28일자 충청투데이에 실린 만평을 보았습니다.

저의 뇌리를 스쳐가는 무엇인가가 느껴지더군요.

물론 평소에도 화백님의 만평은 하루도 빼지 않고 잘 보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신문을 구독하거든요. ^-^)

 

그날 만평에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은 얼마 전 비슷한 내용을 글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인데 마르쿠제의 '해방론- An Essay on Liberation)입니다.

 

그 중 한 부분을 첨부해 봅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제 연락처는 016-574-9881 입니다.

 

 

 

이 사회는 숨 막힐 정도로 많은 상품들을 생산하여 요란하게 내보이면서도 그 희생자들로부터는 생활의 필수품마저 대대적으로 빼앗는다는 점에서 외설적이다.


이 사회는 그 호전적인 영역에서는 모자라는 식량에 독을 넣고 불을 지르면서 그 자신과 자신의 쓰레기통은 꽉꽉 채워 넣는다는 점에서 외설적이다. 이 사회의 정치가들과 연예인들의 말과 웃음, 이 사회의 기도하는 자들, 이 사회의 무지, 그리고 이 사회에 기생하는 지식인들의 지혜도 외설적이다.


외설이란 기존 사회의 어휘에 속하는 도덕적 개념이다.


기존 사회는 고유한 도덕성의  표현이 아닌 다른 어떤 것에 이 말을 적용하면서 뜻을 오용한다. 실제로는 음모를 드러낸 채 발가벗고 있는 여자의 사진이 외설적인 것이 아니라 겹겹이 껴입은 제복 위에 전쟁을 통해 수여받은 훈장을 드러내고 있는 장군의 사진이 외설적이다.


또한 히피의 의식이 아니라, 전쟁이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교회 고위 성직자의 선언이 외설적이다. 언어의 치료는 도덕적 기준을 기존 질서로부터 그것에 대한 저항으로 옮길 것을 요구한다. 동일하게 사회학과 정치학의 용어들도 급진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취해야 한다. 즉 잘못된 중립성으로부터 탈각되어야 하며, 거부의 관점에서 방법론적으로 또 도발적으로 도덕화되어야 한다.


도덕성은 필연적으로, 원초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니다. 비도덕적인 사회의 면전에서 도덕성은 정치적인 무기가 된다. 즉 민중으로 하여금 징병 소환장을 불태우고 국가 지도자들을 비웃으며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교회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펼치도록 몰아가는 효과적인 힘이다.


- 마르쿠제, An Essay on Liberation.

 

# 000의 답 메일(7/30)

 
졸작에 대한 관심 감사합니다.
 
지방지에 만평을 연재하는 입장에서 미처 중앙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건들여가면서 철저히 저만의 정체성을 세워나가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가 않고, 이러저러한 작가의 인지도상에서의 핸디캡이 있어 때로는 외롭고 때로운 답답하기도 하답니다.
근래, 하이닉스 메그나칩등의 일련의 노동운동이 언론보도상에서 소외되고, 항공사 노조의 파업을 '귀족노조의 땡깡'으로만 치부시켜 분위기를 몰아가는 유력중앙지들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서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이것이 만평에까지 영향을 미처 '정말 사태의 본질을 파악이나 하고 그리는 것인가' 싶은 만평들이 진보를 자처하는 작가들의 지면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있습니다. 물론 조종사들의 진정성을 우리가 100%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이든 만평가든 노조운동을 접근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액연봉/귀족노조'쪽으로만 화두를 잡고 몰아쳐 가는 것을 보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저보다는 님이 더 사실과 본질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이것을 아예 그리질 않았습니다. 1%의 오류가 두려웠기 때문이죠. 더구나 지방에서 나날이 터지는 이슈 다루는 것도 다급했구요. 잡설이 길어지는 군요.
님의 메일에 힘을 많이 받았고, 기회가 된다면 쇠주라도 한잔 하면서 외로움을 덜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서울지사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서울에서 마감하고 있습니다. 겸사겸사 대전본사에 내려갈 일이 있으면 전화한번 드리겠습니다.  
*마르쿠제의 글 잘 읽었습니다. 책도 꼭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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