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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욱 선생.

03년에 가장 자주 만났던 사람이다. 주치의 선생.

2년 만에 만났는데, 많이 늙어 있었다.

- 그간 힘드셨나봐요?

 

내가 만난 의사들 중에 가장 따뜻한 사람.

그래서 무척 좋아하는.



내시경을 시작하기 전, 초록색 천으로 눈을 가린 상태였는데,

선생은 내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줬다. 긴장하지 말란 뜻이었겠지. 곧이어,

- 금방 끝날 거야. 그런데 힘들긴 힘들어, 솔직히 말하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피냄새와 그 소리,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던 기침 소리,

숨막히는 고통을 호소하는..

 

같이 있던 사람이 '숨 쉴 수 있어요, 입으로'라고 나를 타박하는 동안에도 선생은

- 잘 하고 있어, 다 되어 가

라고..

 

결국 예정돼 있었던 조직검사는 하지 못 했다.

아프진 않았지만 무척 괴로웠던 몇 분이 지난 뒤,

입안에 고인 피와 침을 뱉어내고.. 훌쩍훌쩍 눈물을 삼키며 일어섰다.

 

선생은 엘리베이터까지 나를 바래다 주고,

- 열 나거나 아프면 참지 말고. 알았지? 그래, 내일 보자.

 

아픈 건 싫지만, 신종욱 선생을 보는 건 좋다. ^^

이번에 치료가 끝나면 정말 무슨 선물이라도 해야겠다.

03년에 하지 못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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