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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라이프 / 요시다 슈이치

'히비야 교차로 땅 밑으로는 세 개의 도로가 달리고 있다.'

 

첫문장은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이 문장은, 히비야에 대한 반가움과(작년 가을 동경에 민주노총 원정투쟁단을 따라갔을 때, 매일 아침 지나간 곳이 히비야 역이며 공원이었다.) 고풍스런 움직임이 우아해 보이던 까페 뤼미에르의 전철을 상기시켰고, 결국 내내 '까페 뤼미에르'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예를 들어서 말이야, 미즈호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잖아, 그러면 뭐랄까, 내가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늘상 서로 붙어 있으면 집사람이 숨 막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난 침실로 들어와서 책을 읽는다고. 그러다 미즈호가 침실로 들어오면 너무 밝아 잠을 못 잘 거 같아서 다시 거실로 나가고.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고 있는 거지. p.41

 

전화를 걸 때 20:34였던 비디오의 시계는 수화기를 내려놓을 땐 20:43이었다. 1분만 더하면 딱 10분이 됐겠지만, 그 1분 안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리도 없는데 그 1분으로 뭔가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p.77

 

공원에서 보내는 시간에는 관찰과 전시가 공존한다. 빈틈으로 가득한 삶이 또 그러하여 공원은 세계로 확장되고, 나는 너를 얘기하지만 너는 나를 얘기하지 않고 그를 얘기하거나... 그렇게 만났다가도 비껴가고 돌아와 찾기도 하고 문득 떠난 길위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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