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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 박민규

= 아무튼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건데, 왜 사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한다는 건 참, 하하, 묘한 설정인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살아요. 잘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내가 잘살면 다른 누군가가 못살 것이라는 느낌도 들어요.

 

- 이 세계에서 고통의 총량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의미인가요?

 

= 예. 그래서 지금은 막연하게 특별히 아무것 안하고 그냥 있다가 가고 싶어요.

 

(씨네 21 김혜리 기자와 박민규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막연하게, 특별히, 아무것 안하고, 가 그까이꺼 대충은 아닐 테지만, 나는 이미 보아뱀의 뱃속에 들어간 코끼리처럼, 그냥, 숨만 쉴래.

 

후후하하. 세 번쯤 웃었고, 총 열 편 가운데 세 편쯤 좋았다 - 작가는 대책없이 톡톡 튀어올랐지만 그의 대책없음에는 세상에 대한 나름의 통찰과 세상살이에 대한 연민이 있어 좋았다 - 유쾌한 모든 구절들을 뒤로 하고 갑을고시원 체류기의 마지막을 인용해 보자, 그럼 이해가 갈테니.

 

어쨌거나

그 특이한 이름의 고시원이

아직도 그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 거대한 밀실 속에서

혹시 실패를 겪거나

쓰러지더라도

또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그 모두가 돌아와 잠들 수 있도록.

 

그것이 비록

웅크린 채라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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