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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렁.

농담 같은 안내문이 나를 위축시키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오게 했던 것이다. 고민할 정도는 아니야. 어떤 곤란에 부닥칠 때마다 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넘어왔다.

 

나는 공부를 못 해, 야마다 에이미, p.48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듯 고민들도 벗어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진심은 있었던가 싶은 생각마저 드는 지금. 미안하다거나 슬프다거나 원망스럽다거나, 죄다 입밖으로 내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다. 나는, 피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피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눈에도 귀에도 마음에도 담지 않을 것이다.

 

농담 같은 것들, 의식하지 않았던 어떤 순간들이 나를 이끌고 있었던 걸까. 그런 순간들의 동력을 인정하지 않는 공간이었을까. 애정과 신뢰는 때로 지나치게 가볍다. 끝끝내 버릴 수 없는 것은 나 자신이겠지.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아요.

 

+ 가장 힘들었다고 느껴지는 시간을 길게 늘여놓고 한가운데를 짚었을 때, 나는 계속해서 되뇌였다. 억지로 3일을 버티고 나면 그 3일은 어느 새 3개월이 되고 어느 새 3년이 되어 있을 거라고. 처음엔 그 3일이 힘들었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3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의식하지도 않은 어느 날 3일이 아닌 13일쯤 지나 있었고, 곧 3개월이 될 것을 알게 됐다. 곧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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