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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quipa /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3


 



산따 까딸리나 수도원은 16세기에 지어졌다. 아레끼빠가 삐사로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지 10년이 채 안 되어서다.
열여덟에 결혼했다가 서른에 아이없이 혼자가 된 마리아 데 구스만이라는 여인이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 수도원을 지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엄청난 부자였던 모양이다.

 

이 수도원의 초기 수입원은 수도원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수녀들이 내는 돈 500뻬소였다는데, 수녀가 될 어떤 소녀의 아버지가 중세의 고풍스런 글씨체로 쓴 편지를 보면, 딸아이가 일단 들어갈 때 100뻬소를 내고, 정식 수녀가 되는 날까지 나머지를 다 내겠다고 적혀 있었다.

 

도시의 거의 두 블럭 가까이 차지하는 이 수도원은 도시 안의 도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수도원 안에는 스페인의 지명을 딴 몇 개의 거리가 있고, 각 수녀의 집(대개 거실-침실-부엌), 예배당, 공동부엌, 작업실, 공동빨래터, 묘지,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인 로꾸또리오, 몇 개의 회랑... 등등등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게다가 미로 같은 공간들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수녀들 개인 공간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 개의 공간이 다 연결되어 있고, 마지막 공간은 바깥 길과 연결되어 있는 식이다. 문을 열면 또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또 문이 있는....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수녀들은 이 비밀의 공간에 스스로 유폐된 생활을 한 걸까? 다람살라에서 오체투지하는 스님들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도대체 저것으로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오직 신만을, 혹은 오직 어떤 경지만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수도원에서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막다른 벽으로 올라가 닿아 있는 계단들이었다. 그 계단을 오른다 해서 어딘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화분 한 두개 층층이 놓아두려고 힘들여 계단을 만든 것은 아닐테고..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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