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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10~16일)이 끝났다. 우리 언론이 베이징까지만 따라가서 그렇지 12일부터 이틀 간 미얀마, 또 이틀 동안 호주를 방문한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미얀마에서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미국-아세안(ASEAN)정상회의 등을 통해 중국과 각을 세우는 아시아 국가들을 결속하고, 호주에서는 미국, 호주, 일본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향한 군사축선을 가다듬었다.
서쪽과 남쪽에서 중국을 겨눈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호주 퀸스랜드 대학의 연설에서 남은 임기 2년을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면서 “한국과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협력을 심화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서 미사일 방어는 곧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다. 자신의 임기 안에 사드를 배치하겠다, 못질을 한 것이다. 동쪽에서도 중국을 더욱 옥죄겠다는 거다.
사드는 시소다. 미국이 한 번 누르면 한국은 “사드 배치 검토”로 기울고, 중국이 한 번 구르면 한국은 “사드 배치 불가”로 기운다. 미국 국방부가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문제를 한국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9월 30일)”고 밝히자 우리 국방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협의한 바도, 협의 중인 바도 없다(10월 1일)”고 반발하는 희귀한 장면이 나온 것도, 주한 중국 대사가 “사드의 한국배치를 매우 우려, 반대한다(10월 14일)”는 해괴한 발언을 한 것도 다 시소놀이 일환이다.
불안하지만 나름, 정부가 중심을 잡은 건 10월 2일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미국 국방부로부터 사드 배치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명확한 답변을 들었다”고 말하고, 얼마 후 미국 국방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 한국 정부와 아무런 공식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확인해 준 것이다.
미 국방부의 철썩 같은 약속을 오바마는 왜 한 달 만에 간단히 뒤집었을까? 국방부의 말은 오바마의 말이다.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자기 얘기를 한 달 만에 바꾸려면 명분, 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바마가 낚아챈 그 명분이나 계기는 무엇일까?
11월 11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20분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20분! 악수하는 시간, 통역하는 시간을 빼면 두 사람의 대화 시간은 차마 10분이 못된다. 한두 마디씩 하고 끝낸 것이다. 양국의 외교장관이나 외교수석 등 배석자도 일체 없었고, 양국 국기도 없었다. 왜 이런 비정상적 정상회담이 열린 것일까?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청와대는 “오전에는 정상회담이 열리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가 다시 “오늘 열리는 것에 무게를 두고 조율하고 있지만 100%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불발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우왕좌왕했다(오마이뉴스 11월 11일)> “아펙 회의 기간 중 한미정상회담 가능성이 크다(9일)” 출국 직전 미리 큰 소리를 친 청와대를 미국은 퇴로도 없는 구석, 사지로 내몰았다. 왜 그랬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세션 선도발언에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FTAAP(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에 대해 적극 지지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마련된 한중 경제동맹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 주요 2개국(G2)이 경제블록을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동아일보 11월 12일)>
미.중 경제전쟁에서 슬쩍 중국에 기울자, 미국이 즉각 요격에 나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불발’ 강력한 미사일을 장전하자 박 정권은 아찔했을 것이다. 표적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받겠다는 자세, 아니었을까?
배석자도 없고, 국기도 없고, 심지어 20분짜리여도, 정상회담이라고 언론에 떠들 수만 있다면 청와대는 받아야만 했다. 그 비루한 정상회담을 얻기 위해 박 대통령은 또 무엇을 주었을까? 오바마가 갑자기 확신을 얻어 “사드 한국 배치”를 공언하는 이유가 그 거래와 무관할까?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가입 강권을 한사코 얼버무리며 미국이 쳐놓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던 청와대가 왜 이번에는 확, 베이징에 기울었을까? 청와대를 움직인 중국의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어느 일방에 이권을 줬다면 우리에게도 그만큼의 이권을 줘야 한다!” 100여 년 전, 조선을 식탁에 올려놓고 칼을 갈던 서구열강이 조선조정을 압박하던 방식이다. 전시작전지휘권 환수 무기 연기, 중국과 마주앉기 직전 박 정권은 국가의 주권을 미국에 영구적으로 양도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권을 줬다. 중국이 이를 그냥 지나쳤을까?
중국에게 이권을 주고, 그만큼의 이권을 러시아에도 주고, 그만큼의 이익을 일본에게도 주고, 또 누구에게도 주는 식으로 돌아가며 뜯기던 구한말의 비극, 박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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