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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탄저균

치사율 80%가 넘는 살아있는 탄저균이라는 세균전의 무기를 우리 정부의 허락없이 미국 국방부가 지난 5월 27일 경기도 평택시 오산 미군기지안에 오배송했다고 발표한지 2달이 지났다. 오래 기다렸던 미국 국방부 자체조사결과보고서가 지난 7월 24일 발표됐다. 이 「살아있는 탄저균의 우연한 배달,검토위원회 보고서」라는것은  내용도 정확한 원인도 모른다고 했다.

발송처(미국)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수신처(한국)라도 철저하게 대비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사이 한미합동조사를 실시하자고 민간시민단체와 야당이 국방부에 요구하면 한국 국방부는 미국 국방부 자체 조사결과를 받아보고 하자고 거부해왔다. 그렇게 오래 기다렸던 7월 24일자 미 국방부 자체 조사결과를 두고 지난 7월 29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한미 합동위원회 산하에 한미합동실무단(JWG) 회의를 열었지만, 양국 입장차이로 향후 활동이 불투명하다. 그래서 미군당국에만 의존하는 정책에서 탈피해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근본적 대책을 세워서 미국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탄저균에는 2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나는 탄저균은 생물화학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군사 무기적 측면과, 다른 하나는 위험한 물질로 일반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 질병을 준다는 국민의 생명. 안전 측면이 있다.

전자는 미국이 가입한 생물화학무기협약(BWC)과 UN의 세균독소무기금지협약의 위반으로서, 명백한 국제법위반이므로 미국내 입법을 통해 관련자 형사 처벌과 민사적 손해배상문제 조치하는 미국의 국제법상 국가책임의 문제를 논할 수 있다.

후자는 독일 보충협정이나 미일 SOFA 협정처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엄격한 규정을 도입하여 위험한 물질의 반입을 사전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후자로서, 한미 SOFA의 허술한 규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여, 위험한 물질을 우리 정부가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주한 미군의 형사범죄 및 노무 등 여타 다른 문제로 SOFA 개정 요구가 나올 때 마다, 약방에 감초처럼 논의되는 것이 법적 구속력 없는 SOFA 제28조 운영을 다루는 한미합동위원회의 합의절차나 합의 권고 채택으로 국민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적당히 국면 회피를 하곤 했다.

이번에도 한미합동위 운영상의 합의절차나 합의권고를 통한 시도가 거론되고 있다. 그래서 한미 SOFA가 2001년 제2차 개정이 된지 14년이나 흘러간 것이다. 탄저균과 같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위험물질반입 자체의 근본적 예방책은 SOFA의 근본적 개정을 통해야 한다.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지닌 한미 합동위원회의 조치로는 결코 안 된다. 과거 한강 독극물사건이나 현재 녹사평 주변의 용산미군 기지 환경오염 문제도 모두 한미 SOFA 합동위 합의절차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현재 아무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우리와는 다르지만, 독일 보충협정 개정 의정서(1993) 제54조(보건과 위생) 제5호는 근본적으로 위험물질 반입차단 문제를 명시하여 해결하고 있다. 동협정 제54조 제5호 규정은 『독일법이 일정 화물의 수입금지를 하는 경우, 이 금지화물은 국민건강이나 식물경작에 결코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하에 독일 당국의 승인을 받는 경우 미군당국에 의해 수입될 수 있다...』 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더구나 독일환경법은 직접 미군기지 내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독일 보충협정 개정 의정서는 위의 규정을 구속력있는 SOFA 협정의 개정의정서에서 명문화하고 있다. SOFA 합동위 산하 소관 분과위 합의절차나 합의 권고안으로 규정하지 않고, 법적 구속력이 있게 실효성 있는 규정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보충협정 뿐만아니라, 미.일 SOFA교환 각서 및 과거 미-필리핀 기지협정도 미군영역과 시설내에에서 병력체계의 변화나 위험무기의 기지내 반입, 반출은 반드시 사전에 일본 당국이나 필리핀 당국과 협의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접수국은 미군기지안에서 위험한 무기 및 물질의 반입을 일차적으로 사전에 통제할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미 SOFA 제9조(통관과 관세)는 미군에 보내진 군사화물에 대해서는 세관검사를 면제하고 있다. 또 제26조(보건.위생)의 양해사항은 위험물질 및 질병이 반입시 미군당국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규정은 있으나, 사전 반입하는 물질이나 질병을 검사하고 차단하는 승인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애매한 국제법상 SOFA 면책 규정 때문에 국내 법령상 탄저균은 생물테러 등 목적으로 사용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줄수 있는 고위험병원체로 분류돼 국내 반입시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는데도 회피해 간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 SOFA 규정도 독일보충협정의정서처럼 질병 및 위험 물질 유입을 사전 차단하는 규정을 국제법으로 구속력있게 새로이 명시해야 한다. 한반도가 원치 않은 미군의 이라크전 파병으로 한국민은 크게 놀란 경험을 갖고 있다. 약 16년전에 우리 정부도 모르는 열화 우라늄 탄이 미군기지안에서 잘 보관되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민간단체의 공개질의에 의하여 미군 당국의 일방적 발표를 통해 뒤 늦게 알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다시말해 주한 미군기지가 비록 국제법적으로 면책지역이지만, 타국의 SOFA나 관례를 보아서 이제 근본적으로 SOFA 개정을 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우리가 원하지 않은 국제분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  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의 개정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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