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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엔 난입, 재벌은 가석방?

정부와 여당이 재벌 총수 등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을 추진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감옥에서) 나와 경제를 살릴 기회를 줘야 한다”며 청와대에 가석방을 건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며 “(가석방 의견이) 청와대에 어떤 식으로든 전달되지 않았겠나 생각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렇다 할 말이 없지만 여당 대표와 정부 경제수장이 한 목소리를 내는 만큼 ‘범죄인 재벌 풀어주기’는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재벌 가석방’을 입에 올리는 근거는 ‘경제 살리기’다. 감옥에 갇힌 대기업 오너들을 풀어주어 투자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명분이다. 과연 재벌 총수가 감옥에 갇혀서 경제가 이 모양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벌 총수가 감옥에서 나오면 안 되던 투자가 이뤄지나. 지금껏 재벌 총수 사면이 투자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없다. 게다가 지금 형을 살고 있는 재벌 일가들의 죄목은 수백수천억 원대의 배임 횡령이다. 이들을 풀어준다는 것은 경제가 바닥을 쳐도 자기 뱃속 채우기에 골몰했던 이들의 죄를 사하는 꼴이다. 오히려 우리 경제를 좀먹고 망쳐온 장본인들에 대한 특혜 주기에 다름 아니다.

이른바 ‘땅콩 리턴’으로 재벌들의 특권의식에 대한 비판이 거센 여론 지형에도 맞지 않는 처사다. 재벌 일가라고 법을 무시하고 직원들에게 폭언 폭행을 일삼아 온 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태에서 이미 죄가 확정돼 형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자는 것은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행태다.

재벌 사면이나 가석방이 실제 추진된다면 정부 여당이 내걸고 있는 ‘경제 살리기’ 구호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명해진다. 정부 여당은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살리기’ 대책이라고 내놓은 방안에 서민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전월세 대책은 없고 오로지 ‘집값 올리기 방안’만 들어있다. 없는 사람들과 노동자들은 ‘경제 살리기’라는 말이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게다가 재벌 풀어주기는 ‘기업인들에 대한 특사나 집행유예가 없게 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마저 파기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곧 ‘엄정한 법집행’을 입에 올렸다. 이 말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운 노동자들이나 이들을 엄호해 온 이들에게 엄격하다 못해 무리한 법집행으로 나타났다. 정당한 파업을 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잡겠다며 엄청난 공권력을 동원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난입했던 정권이 범죄인 재벌에게는 관용을 입에 올리고 있다. ‘특별사면’이나 ‘집행유예’가 없겠다고 했던 공약이 있어 부담되니 ‘가석방’이라는 꼼수까지 생각해내는 이 정권은 그야말로 ‘재벌 편애’의 끝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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