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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 동안 북한에서는 조선노동당 7차 대회가 열렸습니다. 1980년 제6차 대회 이후 무려 36년만이었는지라 북한 뿐 아니라 주변국의 관심도 집중되었습니다.
7차 대회에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개회사와 사업총화보고, 사업총화결정서, 폐회사가 차례로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6월인데요, 북한에서는 7차 대회 때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수행을 위한 200일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7차 대회의 전략과 노선으로 북한이 움직이는 듯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이 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통일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의 통일정책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통일관련 북한의 사업총화보고
북한은 통일을 그들의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남북분단은 비정상적 상황이며 통일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란 것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온 겨레가 일일천추로 갈망하는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기 위하여 적극 투쟁”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통일사업의 평가점을 첫째, 민족자주정신을 고수하였고 둘째, 겨레의 단합을 이룩하였으며 셋째, 민족번영의 새시대를 개척하여온 애국애족의 정의로운 투쟁이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남측 보수진영은 북한의 통일사업을 “적화통일”로 치부하며 반발하는데 비해 180도 다른 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또한 “민족공동의 의사와 요구에 맞게 우리 민족자체의 힘에 의하여 하나의 조선으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은 김일성 주석의 통일노선이었다고 하며 이를 주체적 통일노선이라 칭하였습니다. 북한의 주체적 통일노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조국통일3대헌장>으로 정식화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북한은 선군정치로 전쟁위험성을 제거해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으로 조국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이는 곧 앞으로도 북한은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날의 남북화해를 뛰어넘는 차원의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보수진영은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 위기의 근원이라고 보고 있는데 북한은 선군정치로 전쟁위험을 제거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상을 통해 보면 북한은 지난 36년간의 통일사업을 성과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2008년에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이래 남북관계는 후퇴를 거듭하며 남북대결구도가 심화되고 있지만 2000년부터 2008년까지 6.15/10.4 선언의 남북화해 흐름을 열어냈던 점을 크게 평가한 듯싶습니다. 아울러 이번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참패와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을 보고 대한민국의 민심은 남북화해 기류를 다시 열기를 바란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족자주의 통일원칙
앞으로의 과제와 관련해 북한은 “전체 조선민족의 한결같은 지향과 요구에 맞게 하루빨리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주변국들은 경쟁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우리민족만 남과 북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것은 “외세에 어부지리를 주는 자멸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의 통일노선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하였던 주체적 통일노선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체적 통일노선은 <조국통일 3대헌장>에 전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고 강조하엿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식화한 <조국통일 3대 헌장>은 조국통일3대원칙(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1980년 제안),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1993년 제안)을 가리킵니다.
이 가운데 통일의 원칙과 기준은 “민족자주”로 상정하였습니다. 북한은 민족자주를 “통일운동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하며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려는 투철한 관점과 립장, 든든한 배짱과 자신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민족대단결이자 곧 조국통일이며 통일강국”이라며 민족대단결을 “통일애국의 주체적 역량”을 형성하는 원칙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북과 남의 각 정당,단체들이 접촉과 래왕,련대련합을 실현하여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비평화적 방법의 통일?
아울러 민족합의에 기초한 평화안정과 연방제는 통일의 목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화안정과 관련하여 북한은 특히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제시하며 어떤 경우에도 다 준비되어 있지만 우리 민족이 또다시 전쟁의 참화를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비평화적 방법”의 통일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만일 남조선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것이며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력사적위업을 성취할것입니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흡수통일을 추구한다면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쓸어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비평화적 통일을 언급한 것은 지금의 동북아 정세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2013년부터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 즉 사실상의 핵증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전략적 인내로 나타나는 회피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4차 핵시험과 광명성 4호 발사. ICBM 기술 공개와 SLBM 공개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북-미 대결에서 일정하게 미국의 발을 묶었다고 자평하며 7차 대회를 개최한 듯합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박근혜 정부에게 남북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낮은 단계 연방제와 연방제
이번 당대회에서는 2000년 이후 주목되었던 ‘낮은 단계 연방제’와 ‘연방제’의 관계도 정리가 된 듯합니다. 남북은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의 제 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하였습니다. 이때로부터 이른바 “낮은 단계 연방제”가 회자되었습니다. 이번 당대회 총화보고를 보면 북한은 통일의 진입을 “낮은 단계 연방제”가 아닌 “연방제”로 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남북 지역정부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민족공동기구를 내오되, 민족공동기구의 권한이 미약한 단계를 말합니다. 이는 사실 연합제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시 김대중 정부도 6.15 공동선언의 제2항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이 있다고 합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화해협력이 그렇게 낮은 단계로 출발하더라도 민족통일기구의 권한과 역할을 꾸준히 높여야 한다는 입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중앙정부가 외교권과 군사권을 통제할 수 있는 연방제가 되어야 통일이 완성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민족합의를 이행할 것
북한이 제시한 자주적 통일방도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민족공동합의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첫째, 대결관념을 버릴 것을 주문하였고 둘째, 적대행위를 금지하자고 제안하였으며 셋째,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곧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황에서 북한은 우선적으로 남북군사회담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북한이 극단적인 경우에 비평화적 방법의 통일을 언급하긴 하였지만 현재 통일정책의 중심은 평화안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또한 민족공동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남북정부간 합의이므로 두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의 출발점이란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주변국들에게 남북통일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였다는 점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북한은 한국정부에 미국의 정치외교적 요구에 보조를 맞추어 흡수통일에 나서지 말고 민중중시의 입장에 서서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비롯한 민족합의를 이행해 통일문제에 책임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대한민국 정부가 합의했던 남북선언입니다.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전반이 대북정책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직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만이 대북정책에 어깃장을 놓고 있습니다. 북한의 요구는 조국통일은 절박한 문제이므로 2017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제시한 통일노선이 “평화안정”에 의거한 방향으로 순리적으로 풀어가려면 한국사회의 여론이 중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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