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 대학교 학보사 기자를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그 기자가 나와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 주제는 대략 "보육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돌아보는 돌봄노동" 정도였던 거 같다.

 

기자가 보내준 기획의도를 잠깐 보면,

 

<기획의도>
지금까지 노동분야에서 소외되어왔던 돌봄노동을 조명해, 노동가치 평가를 남성중심적인 ‘생산’에서 ‘돌봄’의 영역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돌봄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주장한다....사무국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돌봄 노동에 대한 인식 전환과 노동 가치 평가에 대한 기준에 대한 고찰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하는 과정은 내가 이전에 고민했던 것을 이야기하는 과정을 넘어서서

나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었다.

 

보육노동자가 저임금에 계속 머무는 이유를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하나는 여성노동자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건 단지 보육뿐만은 아닌 거 같은데

단적인 예로 남성노동자들의 해고문제로 집회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그런다. '으이그.. 저 사람 처자식들을 어쩌라고.. 잘 됬음 좋겠네..' 그런다. 그런데 여성노동자들의 해고문제로 집회를 하고 있으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됬네. 원장이 심했네.. 잘 됬음 좋겠네' 그런 반응이다. 여성노동자들은 벌지 않아도 누군가가 벌 사람이 있다는 시선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임금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들을 한다.

 

두번째는 이게 기자가 원했던 대답인 거 같은데, 보육노동이라는 것이 특별히 기술이 없어도 되고, 어려운 일도 아니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보육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영유아 성장에 대한 지식, 영유아 질병에 대한 지식, 영유아들의 심리에 대한 지식, 미술이나 음악, 언어지도 방법, 보육정책에 대한 지식, 보육에 대한 철학 등 다양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데도 '아이를 돌보는 일'은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돌봄노동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면 보육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갈까?

 

대답은 'yes'이다.

 

그런데, 나는 임금을 제대로 받기 위해(제대로 받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돌봄노동의 가치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편으로 위험스러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보육교사들은 돌봄노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강조하며 이야기를 한다.(자신의 노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의 초기성장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성격이 정립되고, 사회성이 정립되고, 사람과의 관계맺는 방식도 아이가 배우게 되고, 식습관과 생활방식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지금 시기 어떻게 돌봄을 받느냐에 따라 이후 이 아이의 정체성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돌봄노동이라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는 일이 아니고,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영아는 영아대로 안았다 놨다 하면 손목과 허리가 엄청 아프다. 또 유아의 경우에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교사에게 달려들어서 감당하기 쉽지 않다. 또 정신적으로는 더 힘든 일이다. 집이나 다른 곳에서 힘든 일이 있고,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아이들에게 언제나 웃으며 대해야 한다. 아이들이 화가 나게 행동을 해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나는 아이가 아니라 보육교사이기 때문에.

 

위의 두 가지 사실에 대해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돌봄노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주장하는 것은 지금 시기 돌봄노동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재에 필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돌봄노동의 가치가 연구되고 했을 때, 오히려 다른 노동을 평가절하시키고 저임금을 받아 마땅하다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예를 들어 청소나 물건 판매와 같은 노동은 보육노동보다 가치가 났다고 평가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그토록 가치있다는 주장의 연장선에서는... 그런데, 사실 자신을 재생산할 수 있는 데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시키는 재생산노동, 다른 사람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구조 때문에 존재하는 성노동 등은 이후 없어져야 하는 노동이지만, 그 이외의 대부분의 노동들은  이 사회에서 필요한 노동이지 않은가?

 

돌봄노동이나 또 여러 다른 노동들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라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임금문제는 가치에 따라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 8시간 일을 하면(그 시간은 더 줄어들어야겠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정도의 액수로 매겨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보육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돌봄노동의 가치가 생산노동의 가치에 비해 평가절하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돌봄노동의 가치평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고민이 필요한 듯 하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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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6 16:07 2006/10/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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