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꽃개

분류없음 2015/06/16 03:09

 

치즈를 좋아하는 아이들 두 명과 때때로 만날 일이 있어 그들을 만날 때 그들이 좋아할 것 같은 치즈를 산다. 고향 땅에 있을 때 와인 안주로 종종 먹던 카프리제에 들어가는 생모짜렐라, 언니들이 종종 사줬던 브리치즈 정도 외에는 먹어본 것이 별로 없다. 나는 치즈에 문외한이다. 잘 모른다. 치즈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주로 누가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몇 가지 종류가 현존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나중에.

 

 

그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치즈인지라 하나둘 먹어보게 되었다. 우선 아이들이 환장해하는 그 치즈가 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해 먹어보게 되었고, 다음으로 간식삼아 먹을만한 것을 고르려다보니 이것저것 시험삼아 "먹어보게" 되었다.

 

 

우선 냄새. 기가 턱 막힌다. 오래된 헛간 냄새부터 발냄새, 심지어 어떤 것은 두리안 냄새. 처음엔 이 냄새 때문에 적응하는 데에 한참 애를 먹었다. 아마 김치를 처음 접한 비한국인들이 겪었을 당혹스러움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몇 년 동안 여러 번 시도 끝에 찾아낸 나에게 꼭 맞는 치즈 --- 짜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오는 날 물새는 운동화를 신고 한참을 돌아다닌 뒤 따뜻한 집에 돌아왔을 때 맡을 수 있는 영롱한 발냄새와 함께 시큰함과 쌉싸르한 맛이 혀끝에 감돈다. 일단 입에 넣고 혀로 감싸면 발냄새는 사라지고 슴슴한 기운과 함께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이 함께 피어오른다. 그 와중에 과일 향도 약간 느낄 수 있으므로 플레인 빵이랑 궁합이 맞을 것 같고 와인 중에서도 오크향이 없거나 적은 게 잘 어울릴 것 같다. 가격은 킬로그램에 $39.90인데 작은 덩이를 $7.89에 구입했다. 대체 이 치즈의 카테고리와 이름이 무엇일까. 지금은 다만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2015/06/16 03:09 2015/06/1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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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씻어라

분류없음 2015/06/15 13:43

"삼시세끼" 궁극의 인간 버라이어티. 케이블을 포함, 북미의 티비를 보지 않는 내가 봐도 "먹는 일을 알아서 해결"하는 이런 류의 궁극적인 예능은 기상천외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더구나 보기에 좋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이 아궁이 앞에서 불을 때어 밥을 하고 국을 끓이며 심지어 화덕을 만들어 빵을 굽는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생활이자 또 한편 지속가능한 놀이. 단, 그것이 생활을 보장할 때에. 이런 "기본"을 상품으로 전환한 비상한 기획력이 놀랍다. 아마도 나중엔 화장실에서 똥을 누는 것까지도 상품이 되리라.

 

이서진이 자다가 일어나 손도 안 씻고 반죽을 치대는 장면에 기겁했다. 잠을 자면서 그 손으로 무엇을 했을지 나도 모르고 당사자도 모를텐데 이제 막 일어난 것이 분명한 그는 일어나자마자 반죽을 맨손으로 치댄다. 피디는 아마도 그의 "반죽"으로의 몰입을 극대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청자로 하여금 그 몰입에 공감하도록 애쓴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장면에 그만 무너졌다. 모르겠다. 섭씨 백도가 넘는 화덕에 들어가면 어차피 '살균'이 될텐데, 하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하지만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절차와 프로토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그들에게 도저히 공명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만든 텃밭, 아궁이, 비닐하우스, 밍키와 잭슨의 어울림까지 모든 것을 부정하게 만든 계기였다면 과도하려나. 이어지는 빙수 장면. 커다란 볼에 너댓이 수저를 넣어 휘저으며 함께 먹는다. 맛있단다. 좋단다. 맙소사.

 

 

*폰에서 쓰면 텍스트가 주르륵 붙어버린다. 이유가 뭘까. 오늘 (로컬타임으로 6월 15일) 다시 들어와 고쳤다. 

2015/06/15 13:43 2015/06/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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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은책

분류없음 2015/06/13 01:39

 

존경해마지 않는 어떤 분께서 책 하나를 추천해주셨다. Jonathan Haidt의 "The Righteous Mind: Why Good People Are Divided by Politics and Religion" 한국어로 나온 책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진작에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로 나와 있다. "바른 마음"이라는 타이틀은 갸웃갸웃하긴 한데 부제는 그럴싸하다. 오히려 부제가 메인 타이틀이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존의 Look inside 서비스로 잠깐 들여다보니 첫 페이지를 스피노자의 글귀로 시작한다.

 

 

"I have striven not to laugh at human actions, not to weep at them, not to hate them, but to understand them."

 

 

스피노자의 고백 같기도 한 이 글귀는 그가 말년에 집필한 "정치학논고"에 담겼다. 나는 아직 정치학논고를 읽지 않았다. 최형익의 번역본이 있는데 이수영의 에티카에 관한 책과 아우라가 비슷한 번역이 나오지 않는다면 최형익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영문 번역본은 가타부타 비교평가할 깜냥이 없어 그냥 캠브리지나 펭귄 본을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저 글귀를 거듭 읽다보니 논어 위정편 어떤 구절이 떠오른다. 

 

The Master said: When I was fifteen I set my heart on learning. At thirty I took my stand. At forty I was without confusion. At fifty I knew the command of Tian. At sixty I heard it with a compliant ear. At seventy I follow the desires of my heart and do not overstep the bounds.

 

子曰(자 왈), 
吾 十有五而志于學(오 십유오이지우학)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從心所欲(칠십종심소욕)하야 不踰矩(불유구)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 살에 독립하였으며 마흔 살에는 미혹되지 않게 되었고 쉰 살에는 천명을 알게 되었으며 예순 살에는 말의 본 뜻을 알게 되었고 일흔 살에는 뜻대로 하여도 법도를 어기는 일이 없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인생을 살았던 스피노자, 공자. 그들이 나에게 던지는 메세지.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비웃고, 애통해하며, 미워하느라 애쓰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는 점이다. 그걸 아는데도 비웃고 애통해하고 미워하면서 사느라 진이 빠졌겠지. 아는데도 그게 잘 안되는 거지. 

 

"열다섯 살에 '이렇게 살아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몰랐어. 어쨌든 서른 살엔 제대로 살아봐야 겠다 싶어 독립을 했는데 먹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드냐, 그러니 결국 마흔 살이 되고 나서 보니까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그것 자체가 마구 흔들리는 거야. 오십이 되니까 아, 이런 게 인생인가 싶더라. 그냥 되는대로 살라는 게 하늘의 이친가 보다 싶더라고. 그러다가 예순이 되니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냥 흘려들어도 별 문제가 없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거지. 결국 일흔이 되니 내가 뭐라고 하든 뭔 일을 하든 사람들이 별로 상관을 안 하더라." (공자는 일흔 셋에 죽었다.)

 

 

스피노자와 공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위에 쓴 건 전적으로 나의 추측이다. 다만 그들이 살아낸 그 삶이 참으로 고단했을 것이라는 점. 따라서 저런 글귀를 남기지 않았겠느냐, 추측해보는 것 뿐이다. 인간의 행동은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는 그런 명제는 없다. 따라서 공자의 위정편 메세지 (2:4) 는 뒤집어서 읽어내야 한다. 인간은 단순하지 않지만 또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그것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자. 

 

 

조너선 하이트의 책을 도서관에 신청했다. 기다리는 즐거움.

 

 

덧. 유경순 선생께서 새로운 책을 내셨다. 건강하고 치열하게 연구 성과를 끊임없이 이어주시는 듯해 감사하다. 나로서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은 둘째 권을 읽고 싶다.

 

 

2015/06/13 01:39 2015/06/1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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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랑지랄

분류없음 2015/06/09 13:58

 

며칠 전 페이스북의 한 친구가 링크한 것을 읽고 기함을 토했다. 일명 "동성애 반대운동 참사랑운동 '리얼러브 메세지' (링크를 링크하려고 보니 없어졌다. 다만 이 기사 하나가 증거로 남아 있다. ) 이성애 커플/부부 둘이 얼굴을 공개하고 남녀간의 사랑이 참사랑이고 참사랑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메세지를 전하는데 형식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취해 다음 커플/부부를 지목한다. 그 링크를 보고 처음에는 지랄도 풍년이구나 싶었다. 그래, 그럼 너희들에게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못하고 절대로 이혼하지 못하는 축복을 내려주마. 개쿨씩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 잔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 거다. 바야흐로 무식의 시대 (the age of ignorance), 무식과 증오의 시대로 접어들었구나... 짝에게 이 이야길 해드렸더니 단호하게 한 말씀: "할 일이 정말 없나봐요. 그 시간에 차라리 종이배를 접지." 쿄쿄쿄, 종이학도 아니고 종이배. 머리에 쓰잘데기 없이 윙윙거리는 잔상을 없애기 위해 에티카의 한 부분을 다시 읽었다. 

 

 

[…] we shall easily see what the difference is between a man who is led only by an affect, or by opinion, and one who is led by reason. For the former, whether he will or not, does those things he is most ignorant of, whereas the latter complies with no one’s wishes but his own, and does only those thinks he knows to be the most important in life, and therefore desires very greatly. Hence, I call the former a slave, but the latter, a free man. […] A free man thinks of nothing less than of death, and his wisdom is a meditation on life, not on death.

 

(…) 감정이나 풍문에 의해서만 인도되는 사람과 이성에 의해 인도되는 사람과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우리는 쉽게 알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신이 대부분 모르는 것들을 행하는 반면, 후자는 다른사람의 소망이 아니라 자신의 소망을 따르고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들을 행하며, 따라서 매우 위대하게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전자를 노예라 부르고, 후자를 자유인이라 일컫는다. (…) 자유인이 죽음만큼 적게 생각하는 것은 없으며,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생각이다. 

 

* 영문은 1996년에 나온 펭귄 클래식 번역본 151쪽이고 한글은 이수영 님이 2013년에 내신 "에티가, 자유와 긍정의 철학" 269-273쪽에서 따왔다. 

 

 

사실, 저 이성애자들/기독교도들의 쓰레기같은 증오발언에 상처를 받긴 받았다. 상처라기보다는 뭐랄까, '망연자실'이었다면 제대로 내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이 어쩌다 저런 지경이 되었을까 싶은 애잔함도 한켠에 있었고 저렇게 살다가 죽어서 지옥불에 떨어지면 "이를 갈면서 울고불고 (마태복음 8:12)" 난리를 치겠구나 싶어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구원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랬다. 

 

 

하지만 저들이 저렇게 된 데에는 자신들의 자유의지로 저렇게 된 것이지 목사새끼들이 밀어넣어서 저리 된 것도 아니요,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이성애자들에게 자극받아 저리 된 것도 아니요, 동성애자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질투해 저리 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저들은 저들이 행위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치를 것이다. 회개해도 소용없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다자연애를 하든 일대일연애를 하든 자신들이 빚은 관계 속에서 자신들만의 진테제를 만들어내면 되는 거다. 동성애가 이성애에 반대로 쓰이는 말이 아니듯 각자 알아서 - 이성애자는 이성애자 나름대로 가치를 갖고 당사자들이 알아서 곱디곱게 자신들의 "참사랑"을 빚으면 되는 거다. 동성애를 반대해야 성립되는 게 참사랑이라면, 그런 사랑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갈 데는 지옥 밖에 없다. 그 좋은 참사랑지랄 링크는 왜 지웠대. 거봐라. 그게 바로 지옥이라는 거다. 

참고로 증오를 반대하고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성애자/동성애자/양성애자 구별없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알아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두 곳을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 그들의 의지대로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스피노자 + 이수영 님의 고결하신 글귀로 쓸데없는 걱정과 상념을 떨쳐버리자규. 끝 

 


“... 노예는 수동적 정념에 지배되는 인간이다. 우발적이고 무차별적인 만남 속에서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살지도 못하고 오직 외부 대상의 본성에 의해 지배되어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증오도 결코 지속적이고 확고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삶. 언제 실존이 위협당할지 몰라 늘 공포와 희망의 교차 속에서 마음 졸이는 삶. 이들은 결코 “나쁜 마주침”을 피하지 못할 것이며, 죽음보다 못한 삶을 전전하다 결코 죽음에 이를 것이다. 기쁨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오직 슬픔과 증오와 복수심만이 지배적일 것이다. (…) 분노와 증오와 공포와 헛된 희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노예이다.”

 

 

전혀 상관없는 덧: 영화 차이나타운 보다. 한 단어 영화평. "친절" 

2015/06/09 13:58 2015/06/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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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잡았다

분류없음 2015/06/06 07:15

꽃개님의 [국민의눈물] 에 관련된 글

 

5개월이 걸리긴 했지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적절하다. 

 

일단 손만 잡았어

 

최상이자 최악의 시나리오. 어떻게 이 양반들은 중간이 없냐. 

 

한국형 사민주의 실험의 성공을 위하여. 

 

 

2015/06/06 07:15 2015/06/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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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다지구

분류없음 2015/06/04 13:54

 

아 젠장 

 

이 나라에서까지 피싱 전화 통화를 할 거라곤 미처 몰랐다. 

 

 

지난 번에 걸려온 전화는 받지 못해서 보이스메일로 받았다. 페르시안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쪽 억양이 들어간 영어를 쓰던 그이는 자기가 Peel 지역의 경찰인데 누가 나에게 Sexual Assault 건으로 고소했으니 자기에게 전화를 달라는 거였다. 그 색히가 불러준 전화번호 말고 전화걸려온 데를 구글링해봤더니 이란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어제는 은행 업무 시간이 지난 저녁에 어떤 인도 억양을 쓰는 놈이 Canada Direct TD Credit 이라면서 전화를 했다. 이게 참 아사모사한 게 주거래은행이 TD 은행이라서 잠깐 솔깃. 내 계좌에 문제가 생겨서 자기가 해결해주기 위해 전화를 했으니 정보를 달라는 거. 전화해줘서 알려줘서 고맙다고 내 계좌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답했더니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란다, 응 그래 그렇게까지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내가 내일 거래 지점에 나가서 담당 직원하고 직접 해결할께, 라고 했더니 지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다 ???? 지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그럼 다운타운에 있는 본사로 가야 하나? 어쨌든 담당직원을 직접 만나서 해결할께 고마워, 라고 다시 말했다. 그랬더니 브랜치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서 안타깝게 되었다, 너는 다시 못 올 기회를 놓쳤다. 네가 불이익을 당해도 더 이상 책임져 줄 수 없게 되어 유감이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걸려온 전화번호를 구글링해보니 annoying number 로 이미 리포트되어 있는 번호다. 개색히 내 개인정보는 어떻게 구했냐. 

 

 

만약 물정을 잘 모르는 나이드신 분들이나 이민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경찰이라면서 전화를 해서는 누가 너를 성폭력으로 고소했으니 불라불라 떠들면 식겁할 것 같기는 하다. 또 네 은행계좌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당황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둘 다 너무 뻔하다. 우선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경찰이 직접 전화를 해주는 일은 없다. 출석통지서가 우편으로 오기 때문이다. 계좌에 문제가 생겨도 계좌에 문제가 생겼다고만 하지 전화를 통해 해결해주겠다는 오퍼는 절대 하지 않는다. 엑세스 카드를 들고 지점을 방문해서 직원과 직접 대면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런 일은 그리고 대개 잘 발생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피싱, 사기 등등 지구는 정말로 둥글구나. 

 

 

2015/06/04 13:54 2015/06/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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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잡담

분류없음 2015/06/03 12:34

 

이번 주엔 짝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많다. 어제 계획은 오전에 둘 다 이발을 하고 코리아타운에서 순대, 튀김을 먹는 거였다. 지난 주 금요일 하기로 했던 아파트 수도관 청소가 어제로 미뤄졌는데 그걸 깜빡 했다. 아침나절부터 물이 나오질 않아 좌절. 

 

 

오늘 화요일, 이발을 하면 딱 좋은데 하필이면 미용사 언니가 화요일 오프. 매드맥스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원래 지난 주에 보기로 했는데 둘 다 스케쥴이 맞지 않아 보류.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영화관 기프트카드 잔액으로 영화 세 편을 볼 수 있고 나의 영화관 멤버십 카드로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으니 둘이서 영화 두 편 정도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셈. 

 

 

지난 번에 화요일 디스카운트 아이맥스 영화를 보러 갔다가 좌석이 없어 맨 앞에서 본 일이 떠올라 일찍 나섰다. 지난 번에 갔던 영화관은 인도, 중국, 한국 등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의 상업적인 영화를 직수입해 헐리우드 영화와 함께 상영하는 곳이라 늘 사람이 많다. 이에 더해 한 층 아래에는 푸드몰이 있고 시내 한 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어린 친구들로 항상 북적인다. 오늘은 그 동네를 피하기로 했다. 

 

 

이 도시에 와서 물정을 전혀 모르던 첫 해 둘째 달에 오늘 들른 영화관에서 VIP 영화를 봤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게 VIP 영화관인지도 몰랐다. 영화가 왜 이렇게 비싸, 하고 들어갔는데 나와 짝, 딱 둘밖에 관객이 없었다. 이 영화관에 전염병이라도 도는 건가. 이 영화에 무슨 문제라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또 한참을 보다가 싹 잊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오자 다시 두려움 엄습. 내가 뭐 잘못한 건가? 여러가지 옵션이 있는데 하필이면 VIP 옵션으로 잘못 골랐다는 것을 한참 뒤에 깨닫고 젠장! 했던 기억. 

 

 

영화표를 미리 산 뒤 두 개 층 아래에 있는 그로서리샵에서 먹을 것을 샀다. 대구살로 만든 커틀렛, 베지테리안을 위한 샐러드바에서 샐러드 100그람, 스시 약간을 사서 함께 먹었다. 대구살로 만든 커틀렛은 처음 먹어보는 대단히 인상적인 맛이었다. 원래 타르토르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하는데 서빙하던 동아프리칸 여성이 누락했고 우리 둘 또한 애써 묻지 않았다. 아니 잊었다는 게 맞을까. 이 커틀렛은 아마 다시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국산 오뎅이 훨 낫다. 샐러드 중에 타이식 누들이 제일 맛있어서 서로 영화보고 나와서 약간 더 삽시다, 했는데 나중에 둘 다 잊었다. 집에 와서 기억이 났다. 스시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다시 한 층 위에 있는 인디고 책방에 들어 세일 중인 책을 몇 권 들춰봤다. 마야 안젤루의 "Rainbow in the Cloud" 를 조금 읽었다. 판형이 손에 꼭 잡혀 가독성이 그만이지만 양장이다. 도서관에 있겠지. 그리고 22달러로 폭풍세일 중인 "Hubble's Universe" 도 읽었다. 사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도서관에 있겠지. 옆 칸으로 옮겨 레고 블럭과 플레이모빌, Klutz 도서 등을 구경. 700 피스 정도 들어 있는 레고테크닉이 90달러 정도. 가만 있어 보자, 내가 저걸 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계산하다가 관뒀다. 3.99달러 하는 미니피규어를 하나 사겠다고 짝에게 말할까 하다가 그것도 관뒀다. 오늘은 둘이 영화를 보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지출하는 것 외에 계획에 없던 구매는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집에서 나오기 전에 혼자서 맹세했던 바가 있다. 아마 짝에게 이야기했다면 당장 사라고 하셨을 것이다. 늘 짝은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 주신다. 나 또한 그러려고 애를 쓰는 편이지만 잘하고 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출근길/퇴근길에 꼭 안고 인사하기, 사과 먼저 하기, 고맙다는 말 자주 하기 등등 나 자신에게 약속한 것들을 일상에서 지키기 위해 애쓰는데 늘 부족한 것 같다. 어쨌든 짝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미니피규어가 여전히 아른아른하기는 하다. 나중에 나중에 ... 

 

 

매드맥스는 할 말이 무진장 많은 영화다. 오늘 당장 이 드라이한 일기에 정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발은 내일 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생각난 김에 마야 안젤루의 시 하나로 마감. 

 

 

Insomniac

 

There are some nights when
sleep plays coy,
aloof and disdainful.
And all the wiles
that I employ to win
its service to my side
are useless as wounded pride,
and much more painful. 

 

Maya Angelou

 

 

 

2015/06/03 12:34 2015/06/0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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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왜왔어

분류없음 2015/05/30 06:20

 

이 나라는 동서 대륙 횡단 철도를 놓을 때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들여왔다. 로키산맥을 가로질러 철도를 놓는 그 험한 과정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명을 달리 했고 희생자들은 대부분 중국계였다. 철도를 완성한 뒤 이 나라 백인 정부가 취한 정책은? 그들 아시안 노동자들에게 인두세를 부과했다. 이 나라 국민이 되고 싶으면 돈을 내라.

 

 

철도노동자로 이 나라에 온 증조할아버지 덕택(?)에 이 나라에서 태어난 중국계 클라이언트 하나가 나에게 너는 왜 이 나라에 왔냐고 묻는다. 가족들도 같이 왔냐고 묻는다. 그건 내 사생활에 관한 거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묻는다. 그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있잖아. 여기에 왜 왔어. 남한은 살기에 좋은 나라라고 들었는데. 혹시 너 북한이 무서워서 왔어? 맞아 그 미친 나라랑 너무 가까운 게 무서워서 왔지? (니 맘대로 생각하시오) ... ...

 

 

남한이나 이 나라나 거기에서 거기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다.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인생을 구현해온 맥락이 다르다. 그 다름에 따라 각자 살아내는 게 인생인 걸.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어디가 더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는 장황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개 "너는 왜 이나라에 왔으" 따위의 이야기를 꺼내는 비백인 (남자)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우월함이나 장점을 피력하고 싶어서 그런 화두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냥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수밖에. 우쭈쭈쭈. 그러셨쎄여. 우쭈쭈쭈.

 

 

개인을 보려면 그 개인의 사사로운 역사와 함께 그 개인이 놓인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역사라는 가느다란 실 위에 아슬아슬 매달린 물방울 하나를 바라보는 심정. 그 물방울이 나였다가 너였다가 처연히 똑- 떨어진다. 해가 지고 나면 긴 밤을 걸쳐 새벽녘에 다시 방울이 맺히겠지.

 

2015/05/30 06:20 2015/05/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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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의추억

분류없음 2015/05/25 05:32

스티브유 씨. 한국이름 유승준. 


 
참 안타깝구나. 군대를 가고 싶어도 나이가 많아 현행법령에 의하면 갈 수가 없다. 그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했으니 한국 법을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다.  


 
군대를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가고 싶다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고.  


 
국적은 회복신청 소송을 제기하고 솜씨 좋은 변호사를 써서 법대로 잘 해결했으면 좋겠고.  


 
군대는 부득불 가고 싶다고 하니 스티브유특별법이나 원포인트 예외조항 같은 것으로 처리해서 그 자의 소망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군대를 가고 싶어도 나이나 다른 이유로 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이번 기회에 군대는 정말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 곳으로 제도를 확 뜯어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급도 많이 주고. 처우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제대로 다녀온 사람들을 열폭하게 만드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다.  

 

2015/05/25 05:32 2015/05/2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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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세상

분류없음 2015/05/22 12: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가져온 데 

http://sports.media.daum.net/sports/baseball/newsview?newsId=20150522095027812

 

 

2015/05/22 12:17 2015/05/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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