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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유니폼 언제 베껴유?"

 

  "9월이믄 새걸루 입는데유."

 

  "이거 아주 불편해 죽겄어유.. 얼른 베껴야지..."

 

  "아이구..  이 단결투쟁 조끼는 을메나 편한디유... 딴점서 이거 입고 일허니 진상고객두 다 웂어졌대유. 근디 이거 입을래믄 노조가입혀야해유"

 

  "그려...?   ^^"

 

 속씩이며(?) 일주일이나 늦게 배달된 상품권 봉투를 얼마전 진상한테 곤욕을 치뤘던 고객센타 ㅎㄹ누님께 전해드렸습니다.

 

  몸벽보한 조끼를 모두 입고 계신데요..  언제부터인가 모두들 유니폼 위에 입고계시죠. ㅋㅋ  자율복장에 입으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옷이 바뀌면 일이 잘 손에 붙질 않는거 같아요.  저는 걍.. 얌전한 자율복에 투쟁조끼를 입고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요. 전에 부터 신었던 작업화를 꼭 신고 있어요.  옷이 바뀌어 몸이 서먹서먹? 하더래도..  발은 제가 예전부터 하고 있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거든요.  늘어나고 뒷굽에 프라스틱이 갈라지며 접혀져 걸을때 헐덕헐덕 하며 이러저러 일을 했었거든요.  그 '작업화'를 신고 해왔던 회사의 시간들을 발이 모두 기억하고 있어.. 투쟁조끼를 입었지만 예전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어요.  고요하고 근엄?하고 느릿느릿.  ㅋㅋ 얼른 교섭이 잘되야할텐데요..

 

.  5명의 조합원 언니들 모두가 함께 하고 있는 조끼투쟁은 한 일주일은 직원들의 시선을 끌었던거 같아요.  그러면서 술렁거림도 있고.. 노조게시판에 가입서 달린 소식지도 막 가져가고..  근데 그게 끝이에요. 딴점에는 가입이 줄을 잇는 곳도 있다는데요.  이곳 충청도는..  멀 하자 그래서 쫘악 하는 그런 분위기가 절대루 아니고요..  남들 눈치를 보며 속내를 잘 표현 안하는 먼가가 있어요.  그래서 예전 우리 푸르미 노조 사무국장님이 전국을 돌며 선전전을 하다가..  이곳 대전.충청지방에만 오면 심이 빠지신다는 얘길 종종 했었어요.  먼 반응들이 웂다고요.  ㅋㅋ  다들 마찮가지 이겠지만..  내가 필요를 느껴야만 찾게되고 소중함을 알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러던 조합원들이 한 둘 늘어 5명인데도 투쟁조끼를 다 입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해고되신 전 푸르미 사무국장님을 뵈면 꼭 자랑할 계획입니다.  대전.충청도 노조원이 월메 웂는 심든 상황에서 투쟁조끼 다 입으셨다고요.

 

  오늘은 분노에 대해 다시 얘기를 하려고 해요.  물론 제가 쓰는 글 모두는..  저에게 쓰는 얘기예요. 나와 얘기하고..  나한테 날을 세우기도 하고.. 나에게 격려하기도 하고 하는 식인거죠.  나와 얘기도 하지 못하는데..  누구랑 얘길 제대로 하겠냐는 생각에요.  나는 잘하는데.. 넌 이렇게 하고 있니? 하는 글,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 글을 쓰는 건 아니예요.  설령 그렇게 쓸려고 해도.. 그럴만한 깜냥도 되지 않고요. 나올것도 없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건..  마치 악기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것과 비슷한데요.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피나는 연습은..  결국 나와의 대화인거고요..(그래서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고 하잖아요)  그러다가 옮겨가서 남들 앞에서 다시 나와 대화하는 연주를 연습을 하는거고..  그러다가 나랑 얘기중인데.. 이거 괜찮은데요? 어떠세요?  하고는 들어주는 타인과도 얘기를 주고 받는 식인거예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저와 얘기하는 중이란 말입니다.  방울토마도에 막걸리도 한 병 먹었고... 음.

 

  다 그러신건 아니지만.. 투쟁이 길어지면 대부분의 분들이 생활고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x같은 상황들에 분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가하면 불안과 절망 등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그만 일에도 막 화내게 되고, 어떨땐 막 흥분했다가 어떨때 급 우울하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집니다.  이런게 지속되면 투쟁이 끝나고도 이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데요.  이런걸 의학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라고도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투쟁이 길어질때와 투쟁이 끝난 그 후도 당사자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스스로를 치료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내가 치료가 필요한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태이므로..  모든 투쟁이 끝난 이들은 반드시 이러한 부분을 '치료'받아야만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혼자서 음악을 통해 조금씩 치료?를 이루고 있는데요..  다시 파업인거죠. 음.    민노총에선 이슈되는 데만 매달려 생색이나 낼려고 하지 말고 투쟁이 오래 지속되거나 끝난 이들을 보살피는 행동을 다부지게 해야합니다. 첨부터 그럴 여력이 없다면 '책임감' 있게 투쟁을 시작하지 말아야합니다. 이러한 투쟁하는 크고 작은 희망들을 온전히 지켜내는 것, 이것이 민노총의 존재이유가 되어야합니다.  투쟁은 살기위해 하는 거니까요.

 

   투쟁이 길어지면 불안, 걱정, 분노, 무기력 등으로 인해 어디에 집중할 수도 없을 뿐더러 잠못드는 밤을 지새게 됩니다.  오늘은 이럴때 마음을 맑히기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보겠습니다.  마음을 맑힌다는 건 무엇일까요? 흔히들 마음을 비운다 합니다.  마음은 그릇 그 자체로 내용물이 아닌데..  그릇 자체를 어떻게 비운다는 말일까요?   마음을 추스린다고도 합니다..  마음은 리모델의 대상이 아니고 재건축의 대상입니다.  분노와 미움으로 요동치고 있는 마음을 이렇게 미온적으로 추스린다고 다스려질까요?  마음을 닦는다???  닦는다라는 표현은 속은 깨끗한데..  겉이 더러울때 쓰는 말입니다.  마음 속은 시커먼데..  겉에만 닦아낸다고 닦아질까요?  Bhãvanã 란 산스크리트어를 닦을 수 자로 오역하여 그걸 번역해서 종종 이런 표현을 쓰고 있으나 원어를 직역하면 '바꾸기'란 말이 맞는다합니다.  마음은 바꾸어야만 맑힐 수 있는 것이며,  마음을 맑히는 일은 곧 마음을 바꾸는 작업인 것입니다.

 

  마음을 바꾸기 위한 방법은..  먼저 욕심, 분노, 무기력, 걱정, 불안, 의혹 등의 마음으로 집중할 수 없는 산란한 마음을..  몰입할 수 있는 마음으로 바꾸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산란심을 삼매심으로 바꾸는 수행이라합니다.  여기서 삼매란 선한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는 마음 상태를 말합니다. 고스돕 칠때 몰입하는 마음은 집중한다는 거는 같지만 삼매심은 아니구요..  선하다는 건 공동체의 이익을 가져오는 행위라 요앞 글에서 말씀을 드렸어요.  우리 스님들께서 하시는 방법으로는 이러한 선한 한 가지 주제를 계속해서 묻고 답하시는 방법인데요.  우리들 일반 재가불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를 알지 못하므로... '염불' 이란 방법을 사용합니다.

 

  염불이 뭐냐면요..  부처님의 이름만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마음에 셔겨 넣는 작업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계속해서 부처님을 부르는 것입니다.  이것을 그리스도교에서는 호칭기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성인의 이름 혹은 아빠.. 아버지,어머니..를 단순히 계속해서 부르는 것과도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러한 염불을 효과적으로 꼭 해야하는 때로 알려주신 것은.. 바로 잠들기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리고는 쉴때 입니다.   우리의 뇌는 내가 생각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잠들기 전에 되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을 눈으로 그려본다는 것은 자면서 계속 마음에 새기는 작업이 됩니다. 이렇게 새긴 마음을 깨자마자 달아나지 않게 꼭 잡는 것이고요.  잠들기전, 잠깨고 나서의 목적의식적인 각인은 우리의 무의식을 바꿔놓아 결국 수행자의 행동과 삶을 바꾸어 놓게 됩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며..  온전히 투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염불'(호칭기도)를 해야만 합니다.   인간인 나는, 우리들 모두는 불안정하며 비합리적인 존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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