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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금교실을 열며..

 

 

 

[김애라5집-02. 선물.mp3 (4.84 MB) 다운받기]

 

 

  오늘 문득 인생 뭐있나 싶은 생각이 다시 들어..  퇴근하고 지난 국제노동조합의  식전행사로 한중일 200여명의 노동자 앞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3년여를 벽장에 모셔 놓았던 해금을 꺼냈습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먼가 행위를 하면 기분 좋아지는 일이 있다는 것..  (술, 담배 말고)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나 연세드신 노인분들에겐 아주 직접적인 일이 되어버립니다. 병들고 아프면 자존감이 없어지며 외로움이 밀려들게 되는데..  이때 내가 좋아하는 행위를 통해 즐거웁다면.. 가진 것은 없어도 내 삶은 풍요롭게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살아가는 낙이 없으면 쉽게 죽는단 얘깁니다.  누구나가 좋아하는 일 한 두개 즈음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저에게는 운좋게도 그게 음악인 거구요.  근데 음악은 연주하면 없어져버려.. 뭘 맨들어 냉겨 볼까도 생각했었는데요.. 음악하는 사람들의 무기는 얼굴을 맞대고 누군가와 공연을 하며 즐거움도 나누고 내 얘기도 솔직히 나눌 수 있는 엄청난 거시기라 생각합니다.    

 

  방바닥에 좀벌레가 돌아다녀..  옷도 파먹고 해서 내심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해금은 멀쩡하고 말총만 좀 뜯어먹은 듯 합니다.  송진을 많이 바른후 팽팽히 댕겨 모셔놨었는데..  줄이 많이 끊어져서 쓰메끼리로 끊어진 줄을 베싹 잘라줬습니다.  한 두줄은 반대로 댕겨 끊으면 되는데..  너무 많은 줄이 끊어져서 도구를 이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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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해금은 예전 국악체험행사서 아주 저렴하게 장만한 해금인데..  너무 오랫만이라 안줄 바깥줄 조율하는 법을 까먹었습니다.  조율기를 갱신히 찾아 끼우고..  기억을 더듬어..  솔도??? 안줄 개방현을 E 바깥줄은 C로 맞췄습니다.  전통주아 때문인지..  안줄 바깥줄은 3년여 세월이 지났지만 거의 틀어짐이 없어 조금만 조여주면 되었습니다.  울림통은 예전에 카슈 칠이 맘에 안들어 사포로 벗겨내고..   EM원액을 복판까지 발라줬는데.. 좀이 슬지 않았습니다. 좀벌레는 EM 냄새를 싫어하나 봅니다.

 

  깽깽~~

 

  손이가는대로 섬집아기,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 올려다 봐요 밤하늘의 별을, 진주난봉가, 누나의 얼굴, 계약직 아줌마, 마른잎 다시 살아나, 그날이 오면..  등등을 연주해 봤습니다. 손과 귀가 고맙게도 연주법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 처럼 몸으로 배운 것은 몇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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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저리 굴러먹다 열받아서 시작한 노조간부 10여년..  다행히 위장병이 남지 않고 사람들만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인생 뭐있나 싶어..  싸인곡선 같은 농현 연습도하고..  유튜브보고 산조를 독학합니다. 누군가에게 배워야한다고들 얘기하지만..  고딩부터 10여년 넘게 풍물패 쇠잽이 출신이란 자존감에.. 굳이 해금산조를 독학하려 합니다.  출근하면 예전에 만들었던 줄도사 1.0 도 다시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연습하고요.  오랫만에 비님도 오고..  후덕지근한 비오는 저녁.. 퇴근후 김치국에 밥한그릇 뚝딱 비우고..   먼지 털어 해금이를 연주하고나니 오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난 것처럼 속이 후련해 졌습니다.

 

  그럼..  건강하세요.

 

  건강연구소 부설 해금교실 별많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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