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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죠선생님이 안갈켜준 공부법] 졸업앨범 속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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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아저씨 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전 직장에서 시설소장님 가슴통증을 보고 빨리 큰병원가서 심혈관 검진을 받으라 알려드렸더니 동네병원에 심전도를 하고 이상이 없다고 배기다가 통증이 다시 생겨 큰병원가서 스텐트라는 시술을 하고 건강히 돌아오셨었습니다. 이번엔 일주일에 한번 오시는 전기안전관리자님이 지난 12월 황달이(눈 흰자가 눈에 띄게 노랗게 되는) 와서 간이 안좋아진거 같으니 병원가보시라고 말씀드렸습더니 며칠후 서울 삼성병원 응급실까지 가서 수술 받으시고는 건강한 모습으로 오늘 돌아오셨습니다.  제가 황달왔다고 한 다음날 오줌 색이 변해서 바로 병원갔다가 삼성병원 응급실 까지 가셨다합니다.  초기보다 더 초기라했다하고..  간에 어디가 맥혀서 조금만 늦으면 돌아가시는 큰병이었답니다.  오늘 전기시설을 둘러보시고는 고맙단 인사를 거듭하고는 가셨습니다.  그분께는 약산물과 싹틔우는 보리, 밀을 살 수 있는 시장안에 가게를 알려드렸습니다.   건강연구소장님께 아저씨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친구들 오늘 졸업했지요?  친구들과 선생님들 모습이 담긴 졸업앨범도 하나씩 받았고요.  그런데 아저씨 사진은 없어요.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로 곱게 양복입고 어색히 웃으며 앨범사진 찍었던 아저씨 사진은 없습니다.  친구들 깜빡하고 뭘 놓고가서 어머니께서 가져오시면 갖다주시고 잃어버린 신주머니를 교실까지 가져다 주시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사진도 졸업앨범 속엔 없어요   친구들 매일 맛있는 점심을 해주시던 급식소 조리원 아주머님들도 앨범엔 나와있지 않고요..  방과후 돌봄교실에 지도를 해주시던 돌봄선생님도 모두 졸업앨범에는 나와있지 않아요.  친구들이 화장실을 어질러놓으면 깨끗히 치워주시던 청소원님도 물론 빠졌습니다.  친구들 교실 손잡이를 일일히 소독해주시던 방역도우미들은 이미 아주 사라져버린지 오랩니다.  교사들이 볼때 그들은 모두 교원도 직원도 아닌 그저 유령일 뿐이죠.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들같이 폼나는 옷을 입지 않았었고요.  

 

  오늘 화가나서 졸업앨범 담당 선생한테 전화하니 다른 학교 물어봐서 다 뺏다고 합니다.  더 기가찼습니다.

 

  "행정실 사진에 실무사님도 모두 있는데 왜 내사진은 없습니까?  도대체 뭘 검토하셨다는거예요?"

  "죄송합니다.."

  "아니 뭘 어떻게 검토했다는거예요?  왜 조리원님들은 한명도 없어요?

  "다른 학교 물어보니 다 뺀다고 해서.."

  "아니 지금까지 밥 얻어먹었으면 졸업앨범에 사진 한장이라도 넣어야할거 아니예요?"

  "사진이 없어서.."

  "사진이 없으면 달래서라도 넣어야 하는거 아니예요? 도대체 뭘 검토했어요? 인쇄전에 행정실에 물어봤어야하는거 아니예요? 이거 교장까지 오케이 한건가요?"

  "교감선생님께만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내려가 말씀드릴게요 죄송합니다."

  "교감이요?   앞으로 이런 업무 맡지마시고 인수인계 똑바로 하세요."  뚝.

 

  더 말하다간 욕이라도 튀어나올거 같아 전화를 내던지듯 끊어버렸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평소 저를 투명인간처럼 지나치던 선생이라 화가 더 났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선생이 아니었다면 저는 실수라고 생각을 하였을 겁니다.   어찌된 이유인지 약 10여분후에 교장선생님이 다급히 행정실에 찾아와 거듭 죄송하다고 진정성 있게 사과를 대신하였습니다. 

 

  영화 한편을 찍어도 스텝들을 일일히 자막에 넣어 주고 사람이 아닌 장소협찬까지 빼곡히 적어주는데 이놈의 학교라는 곳은 교원, 학생 외엔 존재 자체를 아예 인정하려들지 않습니다.   왜냐면 교원이 생각할때 그외 나머지는 교육의 3주체도 아닐뿐더러 천한 일을 하는 돈만주면 다 써먹을 수 있는 '노동자'들이니까요.  노동자를 이렇게 천시 여기는 선생들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아마도 '나는 노동자가 절대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그리고는 사회나가면 모두가 노동자로 불행히?들 살아가게 되겠지요

 

  아저씨가 졸업앨범에 빠져서 화가 났던 이유는 친구들에게 아저씨가 사진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예요.   

  이자리를 빌어 대신 하겠습니다.  

 

  '친구들~ 졸업 축하해요!  앞으로 살아가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길을 잃게 된다면 친구들이 삽치기,땅따먹기,팔방하며 뛰놀던 학교 운동장과 시원한 나무그늘, 시소와 그네, 화단의 회향목 향기와 햇볕아래 잉잉거리던 벌들을 생각해주세요. 우리는 뭐가 옳은 일인지 이미 마음 속에 알고 있어요.  우리 친구들과 아저씨 모두 자랑스런 노동자로서 잼있게 살아가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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