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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제주연구소 창립선언문(2024.6.20.)

다른제주연구소 창립선언문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제주도는.

더 이상 우리 삶과 시선을 가두는 절벽이 아닙니다. 제주바다는.

더 이상 우리 몸을 숨기며 저항해야만 할 피난처가 아닙니다. 제주의 한라산은.

 

2024년 오늘!

21c 제주도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과 함께, 인간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가능한지 묻고, 그 답을 함께 찾기 위해 ‘다른제주연구소’라는 씨앗을 심습니다.

고립되고 척박한 섬에서, 4.3.의 숨 막히는 공포와 패배감 속에서도 끝내 살아낸 제주도민들의 삶 속에.

제2의 4.3이라고도 할, 개발지상주의 난개발과 투기붐의 광풍 속에서도 끝내 제주다움을 지키려 고군분투해 온 사람들의 투혼 속에.

무엇보다 21c를 함께 살아갈 70만 제주도민들의 가슴 속에.

그 마음과 뜻을 이어받아, 다시 ‘씨앗’을 심습니다.

2024년 오늘! ‘다른제주연구소’라는 씨앗을.

다르게! 대차게! 그리고 설레게!

 

‘혼돈’과 ‘위기’의 시대입니다.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기후재앙, 생태위기의 시대입니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에 따른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약자에게 전가되는 시대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까지 극우 포퓰리즘의 토양이 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입니다.

국가간, 자본간 패권경쟁에 따른 군사적 대립이 심화되고 평화를 위협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기존의 산업과 생활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태적·사회적·정치적 대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에 필수입니다.

 

제주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위기의 ‘경계·가장자리’에 서있고, 최전선에 놓여있습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역사를 압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그 천혜의 자연을 개발·성장이라는 명분으로 국내외 투기자본이 장악해왔습니다.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이 되었습니다.

세계평화의섬이라는 외피를 쓰고 군사기지화되었습니다.

토건•투기•관광‘자본’의 주도로. 제주의 자연 환경과 공동체를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해체했습니다.

21c 제주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며 전쟁과 평화의 가장자리에 놓여있습니다.

21c 제주도는 자본의 이윤 추구와 대안적 삶에 대한 바람이 첨예하게 부딪치며,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21c 제주도는 기후위기와 기후정의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21c 제주도는 역동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나갈 ‘대전환’의 최전선이기도 합니다.

이 위기의 최전선에서 누가 역동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어떤 가치관, 어떤 문화, 어떤 세력이 주도할 것인가?

이 부딪침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합니다.

이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생태적·사회적·정치적 대전환을 우리 스스로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뒤따라가기만 하면 휘둘리고 고립되며, 고립되면 피해자로만 남습니다.

고통을 당하는 피해자로만 남게 됩니다.

고통 속에서 저항만 하는 피해자로만.

‘대전환’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때 우리는 이 땅 제주도에서 21c에 걸맞은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기와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대전환’의 소중한 씨앗을 오늘 심으려고 합니다.

‘다른제주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아래로부터 함께!

‘다른’ 제주를 꿈꾸며.

 

21c 다른 제주는 생태이고 기후정의입니다.

다른 제주는 평화이자 인권입니다.

다른 제주는 돌봄과 공존입니다.

다른 제주는 자치와 민주주의입니다.

다른 제주는 성평등입니다.

다른 제주는 노동존중입니다.

다른 제주는 연대와 협력입니다.

 

우리는,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해 할 모두는 ‘집단지성의 힘’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다른 세계, 다른 제주를 향한 지식과 지혜를 키우고 전망과 신념을 단단히 가꾸어갈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주의 미래를 구상하고, 구체적인 상과 모습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대전환의 시대에 진보의 좌표를 찾고, 제주의 진보적 대전환을 위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 그리고 정책대안을 생산할 것입니다.

다른 미래를 꿈꾸는 연구자, 활동가, 그리고 다양한 제주도민들이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연구공동체를 일궈 나가려고 합니다.

진보적 이론·정책 역량과 소통하고 결집해 나가면서, 제주의 현안·한반도의 현안·세계의 현안과 흐름을 결합하는 전략과 정책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기존에 대안적 관점에서 실천하는 사회운동가들의 대안에 대한 지식, 제2공항·해군기지 반대 투쟁, 여성·노동·농업·환경·시민운동의 경험 속에서 축적된 사회운동 지식을 순환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제주의 현안에 개입하는 연구, 현실의 쟁점에 대한 연구, 토론하고 참여하는 속에서 진정성 있게 문제 자체를 분석하고 공론화하는 공동 연구를 해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제주의 다른 미래를 만들고 주역이 될 젊고 활기찬 역량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다른’ 제주를 향한 대전환을 위해,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

오늘 우리는 ‘다른제주연구소’ 창립을 함께 선언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2024.6.20.

다른제주연구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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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자연그대로농민장터 시농제 축문(2024. 03. 23. 250회)

2024년 자연그대로농민장터 시농제 축문

- 2024. 03. 23. 250회 -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24년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삼월 스무셋째날,

제주시 월광로 12, 우리들의 주말터전 담을텃밭에서,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를 함께 만들어가는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비자들이

함께 두 손 모아

제주도 농사의 신(神)이신 백주또 백주할망, 자청비 세경할망님께 고합니다.

 

갑진년 용의 해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후회 없이 자기가 하는 일은 끝까지 하며, 자존감과 자존심이 강한 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갑진년은 매주 250회를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이어온 자연그대로농민장터의 해입니다.

그래서 갑진년은 ‘모두의 행복을 즐겁게 가꾸는 생태적 삶의 보금자리’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결의한 자연그대로농민장터의 해입니다.

 

백주할망 님! 세경할망 님!

 

수백 수천 년 전 당신들이 이 땅에 오곡 씨앗을 뿌려 농사의 길을 열었고,

그 농사가 수백 수천 년 이어지고 또 이어져,

2024년 갑진년 오늘, 우리들은 그 뜻을 이어 이렇게 다짐합니다.

 

“씨앗을 이어가는,

생태농사를 짓는,

지속가능한 삶을 사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내가 자연그대로 농민장터입니다.

함께 어우러진 우리가 자연그대로 농민장터입니다.”

 

이어가려고 합니다. 씨앗을!

제주도 언니네텃밭 여성농민들과 씨앗바람연구소와 씨드림모임이 나누는 씨앗을.

끊기지 않게 이어가려고 합니다.

제주자연농원, 맘놓고농원, 가장자리농원, 호이농장, 민경농원, 해녀의마구간, 들풀이쏭쏭, 자연친구 생태텃밭, 가이아의정원, 몰뱅이동산, 바람농장, 아라농장, 달콤농부네, 볍씨학교, 자급자족이씨, 아르카디아농원, 조천여성농민회 등

제주 곳곳에서, 크고 작은 밭에서,

씨앗을 이어가며 농원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제초제, 화학비료,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그대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씨앗을 대대로 이어가며 제주의 흙도 자연그대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지속가능한 농사, 생태 농사는 농민만의 몫이 아닙니다.

건강한 먹거리로 이어져야 지속가능합니다.

막걸린의 수제막걸리로, 지수할망의 김부각과 식혜로, 모전자전의 전으로, 곡간의 후무스로, 판포호호와 북클럽빵집의 빵으로, 템페두잇으로, 세아네수제청으로. 지구를위한 놀이터의 여성농민주방장, 예에쓰와 시간을 더하는 마을부엌 요리사 타임키친으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건강한 먹거리가 지속가능한 생태농사를 가능하게 합니다.

 

씨앗과 농원과 먹거리를 잇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삶과 가치 있는 소비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랄라밀랍초, 로사가든과 뿌리, 포옹의겹, 아로마소벤오일, 오디너리아로마라이프, 이재공방, 생태미장 모드, 타로마스터 써니, 춤추는 보리, 어나더페이지, 봉우리스튜디오, 디프다, 스콜라아뜰리에,

이들의 직접 만든 수공예와 마음을 치유하는 향기와 다양한 모임들이 어울어져,

자연그대로농민장터는 농산물과 먹거리만을 파는 장터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가치소비를 추구하며 장터를 찾아오는 소비자분들로 해서

자연그대로농민장터는

비로소

‘모두의 행복을 즐겁게 가꾸는 생태적 삶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씨앗 농사와 먹거리, 수공예와 가치소비가 하나로 이어지는 주말 삶의 터전이 됩니다.

 

제철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파는 농민장터는 음식을 나누는 먹거리장이 되고, 자연그대로 의식주가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서 수다떠는 수다장이 됩니다.

9살 준영이부터 10대의 재우, 20대 찬희, 30대 녕인, 40대 나루, 50대 복인을 거쳐 80대 지수할아방까지 세대를 잇는 공동체가 됩니다.

오늘까지 250회를 끈질기게 이어오면서.

 

백주할망 님! 세경할망 님!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시대입니다.

몸과 마음을 가르고, 개인과 사회를 가르며, 인간과 자연을 가르는 시대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구상과 실행을 가르고, 생산과 소비를 가르며, 도시와 농촌을 가르는 시대입니다.

자연그대로농민장터는 이 갈라진 모든 것들을 이어가고자 하는 작은 날개짓입니다.

 

오늘 250회 농민장터를 맞이해서, 시농제를 ‘텃밭잔치–씨앗의날’로 마련했습니다.

자연그대로농민장터, 한살림제주, 한살림제주생산자연합회가 함께 했습니다.

채식소모임과 원도심마을모임에서 토종흑보리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볍씨학교 풍물, 바숨 드림팀, 그리고 블로꾸 뺄라지다팀이 축하공연을 합니다.

토종농민 안상희농부님과 만남의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참,

올해 봄부터 곧 시작할 가이아의정원과 나루와 지영의 ‘자연그대로 텃밭학교’가 자연그대로 농민장터와 잘 이어질 수 있기를,

농민장터의 농작물을 가지고 막걸리 안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녕인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다리를 다쳐 한 달 가까이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광표 농부가 하루빨리 쾌유해서 장터에서 다시 보게되길,

 

백주할망 님과 세경할망 님께 청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어우러진 우리 모두가 자연그대로 농민장터입니다!

 

2024년 3월 23일

‘자연그대로농민장터’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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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15. 송령이골 벌초

'송령이골' 벌초(2023.8.15.)

* 제주 4.3.유적지, 1949.1.12. 의귀리전투에서 산화한 인민유격대 대원들의 집단매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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