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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지회, 그들이 다시 공장을 멈추고 나올 때 그 때는 그들만이 아닐 것이다!

유성지회, 그들이 다시 공장을 멈추고 나올 때 그 때는 그들만이 아닐 것이다!

 

91일만입니다.

회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맞서 싸운지 꼭 3개월만입니다.

8월 17일, 유성기업지회는 법원의 ‘편파적’ 중재를 받아들여 현장복귀를 ‘조직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민주노조’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직장폐쇄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유성기업지회가 이번 투쟁을 진행하면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과의 관계, 야간노동의 문제점에 대한 폭로인데 --- 문제의 심각성은 알려졌지만 해결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 다짐합니다.

 

“부족한 것이 많은 ‘조정안’이지만 공장으로 돌아가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할 것이다. 이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현장복귀 시기와 방법 외에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노조간부 민형사상 및 수배자 건’과 ‘용역의 집단폭행 건’,

가장 먼저 진행될 ‘징계 건’,

뻔히 예견되는 ‘전환 배치와 현장탄압’

어용노조와의 갈등, 먼저 들어간 노동자들과의 관계 등

---

무엇보다도 이번 직장폐쇄의 원인이 됐던 ‘야간노동 철폐 건’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스스로도 이미 예상하고 있고,

파업투쟁 이후에 어느 현장에서나 익히 겪었듯이,

복귀한 후 현장은 그야말로 민주노조의 존립을 둘러 싼 노자간, 노노간 팽팽한 긴장과 대립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노조의 활동과 공간을 넓혀 나가려는” 유성기업지회와 민주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사측간 대립으로 불가피하게 다시 투쟁의 2라운드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유성지회가 이런 어려움을 ‘조직적으로’ 잘 헤쳐나갈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이제 유성의 ‘민주노조’와 ‘야간노동 철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91일간의 투쟁의 성과라면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이 투쟁이 회사측의 공격적인 직장폐쇄로부터 시작됐지만,

유성노동자들만이 감당해야할, 감당할 수 있는 싸움은 아니었습니다.

‘야간노동’과 교대제는 한국 자본주의 현실과 깊게 맞닿아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02년 노동부의 <근로시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체기업 가운데 44%가 야간노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약 40% 기업에서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고, 교대제와 야간노동이 모든 존재하는 기업이 35.6%나 됩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사업장에서 야간노동일 수는 전체 근무일 수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야간노동의 비중은 큽니다.

 

교대제와 야간노동이 “가동시간을 늘려 이윤 생산을 극대화하고, 생산설비를 추가로 늘리는 대신 노동자로 하여금 더 오래 일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려는 자본의 필요”(<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2007,메이데이)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야간노동 철폐는 한국 자본주의의 근간 가운데 하나를 건드리고 제기하는 투쟁이었습니다.

교대제와 야간노동을 통해 장시간 초과노동을 해야만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임금체계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야간노동 철폐’는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조건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싸움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 어떻게 재조직되고, 또 삶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기하는 싸움입니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소박하고 절박한 요구였지만, 이 요구는 한국 자본주의의 근간 가운데 하나에 문제 제기하는 요구였고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91일간 유성노동자들의 싸움으로 ‘야간 노동’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해 냈습니다.

그래서 ‘야간노동 철폐’를 위한 투쟁은 이제부터입니다.

그래서 유성노조는 다시 현장으로부터 굳건히 서야 합니다.

그래서 유성노조는 다시 한 번 ‘야간노동 철폐’투쟁의 중심에 다시 서야 합니다.

그 때 그들의 투쟁은 ‘직장폐쇄 철회’나 ‘민주노조 사수’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그들의 투쟁은 그들만의 투쟁이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돌아간 공장은 과거의 공장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공장을 멈추고 나올 때 또한 과거와 달라질 것입니다.

공장으로 돌아가는 그들에게 바로 이 점을 기대해 봅니다.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죠. 그렇게 해야만 해요. 주간연속2교대 시행 때문에 이번 일이 이렇게 확대된 것인데 반드시 다시 이야기 해야만 해요. 야간노동 철폐를 준비했던 모든 노동자, 노동조합들이 이제는 함께 할 것이고, 야간노동의 심각성을 공감했던 모든 시민들이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많은 노동조합들이 우리에게 미안하다면서, 우리가 희생양이 됐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분명, 다시 싸울 때는 유성기업지회 혼자만의 싸움이 아닐 것이예요.”(H모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 ‘유성기업 노조의 투쟁, 이제 다시 시작이다’, 참세상, 20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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