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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김여진 ‘너에게’-배우 김여진(37)씨가 김용하 홍익대 총학생회장에게 쓴 블로그 글

김여진 ‘너에게’

 

  

 오늘 처음 본 너.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

미안, 이름도 못 물어봤네

잘 생겼더구나. 속으로 흥 미모로 뽑혔나 보군 했다.

미안 물론 아니겠지.

주민 분들께 홍대의 지금 상황을 알리러 나가셨다가

그제야 막 들어오신 어머님들이 너를 맞으셨지.

 

난 한쪽 구석에서 국이 넘치지 않게 보고 있었고. (사실은 트윗보고 있었지ㅋㅋ)

너와

어머님들과 나누는 얘기 듣고 있었어.

네 얘기의 요지는

어머님들 도와드리고 싶다. 진심이다.

하지만, 난 “비운동권”이라고 해서 뽑힌 사람이다.

 

나를 뽑아준 학생들은,

어머님들을 돕는 건 돕는 거지만

자신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 거 싫다 한다.

학교가 “외부사람”들로 채워지고

투쟁적인 분위기가 되는 거 싫다 한다.

그게 사실이다. 그런 입장을 가진 학생들이 날 뽑아서 내가 회장이 된 거다.

돕고 싶다.

그렇지만, 먼저 “외부 분들”은 나가주셨으면 좋겠다.

학습 분위기 저해하는 현수막 등을 치워 주시라.

그럼 학생들과 뜻을 모아 어머님들을 지지하겠다.

진심이다

맞나?

 

옆에서 들은 거라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국은 다 끓었고 저녁식사를 하려고 반찬들을 담기 시작했지.

어머님들은 너에게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고.

서로 입장이야 어떻든

때가 되었으니 밥은 먹자고.

 

나도 그렇게 말했지.

사람은 밥을 먹어야 더 친해지고 그래야 말도 더 잘 통하는 법이라고.

넌 내 옆에 앉았지.

내가

“자기도 많이 힘들지? 일단 밥은 먹자.”

그 한마디에, 잘못 본 걸까? 약간 울컥하는 것 같았어.

얼굴은 자꾸 더 굳어지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던

너.

 

난 아주 짓궂게, 집요하게 같이 밥을 먹자 했지

어머님들이 밥 먹고 가라는 데 안 먹고 가면 더 욕먹을 거라고.

 

넌 정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어.

“정말, 그러고 싶은데요. 정말, 이 밥을 먹고 나면, 밥도 대접받고 외면한다고 또 뭐라고 할 텐데..”

 

물만 한 잔 달라고 해서 입만 축이고

우리가 거의 밥을 다 먹을 동안

그저 앉아 있기만 할 뿐 결국 한술 뜨질 못하더구나.

어머님들도 나도 안타까웠다.

 

무엇이 널 그렇게 복잡하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누구의 잘못일까?

 

스펙에, 취업에, 이기적이길 “강요” 받고 있는

너와, 너를 지지하는 학생들만의 잘못일까?

 

너희를 그렇게 두려움에 떨게 하고

아무것도 못 보게 하고

언론의 화살을 다 맞게 만들고

어머님들이 주시는 밥 한 끼 맘 편히 뜨지 못하게 만드는 건

누굴까?

 

나부터 반성한다.

나의 두려움과 경쟁심과 무관심과

너희를 비난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했던

그날들을 반성한다.

 

너.

네가 받고 있는 지금의 비난과 책임은

너의 몫이 아니다.

 

어머님들이 “노조”를 만들어

이렇게 맘대로 부려먹고 잘라버릴 수 없게 될까 봐

어머님들의 시급의 몇 배에 달하는

 

대체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쓰고 있는 학교 당국

어떠한 대화도 나누려 들지 않는 학교 당국

 

너희의 총장, 이사장, 재단, 스승

그리고 이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이다. 비난이다.

 

너의 책임도 없다 못하겠다.

아무리 양보해도,

“학습권”과 “생존권” 중에,

너의 “ 지지자들과의 약속”과

타인이지만,

한 사람으로써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는 그분들의 호소 중에

너희의 권리와 보편적 정의중에

 

너, 무엇이 더 우선된다고 생각하니?

정말은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니?

 

그렇더래도 난

네가 지금 짊어진 짐은 부당해 보인다.

네가 받아야 할 몫은 아니다.

 

“악용”이라는 단어를 썼었지?

너희의 입장이 악용된다고.

 

그래 맞다.

넌 지금 악용당하고 있다.

너의 뒤에 지금 누가 숨어 있는지. 보이니?

 

맘이 아팠다.

네가 자리를 뜬 후

목이 메더라.

 

그리고

많이 미안해졌다.

 

힘들다. 이제 그만 그 짐 내려놔라.

그리고 꼭

밥 한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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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버지의 발화점' - 2011.1.09.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1주기에

2011년 1월 9일은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인 '아버지의 발화점'(정창준)이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하고 있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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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발화점

 

정창준 / 2011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

 

바람은 언제나 삶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 들었고 그래서 우리

의 세입은 더 부끄러웠다. 종일 담배 냄세를 묻히고 돌아다니다 귀

가한 아버지의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여름 밤의 잠은 퉁퉁 불

은 소면처럼 툭툭 끊어졌고 물묻은 몸은 울음의 부피만 서서히 불

리고 있었다.

 

올해도 김장을 해야 할까. 학교를 그만둘 생각이에요. 배추값이

오를 것 같은데. 대학이 다는 아니잖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라

도 하면 생계는 문제 없을 거예요. 그나저나 갈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길, 두통약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남루함이 죄였다.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한 것, 아름답게 성형하지

못한 것이 죄였다. 이미 골목은 불안한 공기로 구석구석이 짓이겨

져 있었다. 우리들의 창백한 목소리는 이미 결박 당해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낮은 곳에 있던 자가 망루에 오를 때는 낮은 곳마저 빼앗

겼을 때다.

 

우리의 집은 거미집보다 더 가늘고 위태로워요. 거미집도 때

가 되면 바람에 헐리지 않니. 그래요. 거미 역시 동의한 적이

없지요. 차라리 무거워도 달팽이처럼 이고 다닐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아니 집이란 것이 아예 없었으면. 우리의 아파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고층 아파트는 떨어질 때나 유용한

거예요. 그나저나 누가 이처럼 쉽게 헐려 버릴 집을 지은 걸까

요.

 

알아요. 저 모든 것들은 우리를 소각(燒却)하고 밀어내기 위한 거

라는 걸. 네 아버지는 아닐 거다. 네 아버지의 젖은 몸이 탈 수는

없을 테니. 네 아버지는 한 번도 타오른 적이 없다. 어머니, 아버지

는 횃불처럼 기름에 스스로를 적시며 살아오셨던 거예요. 아 휘발

성(揮發性)의 아버지, 집을 지키기 위한 단 한 번 발화(發火).

 

* 조세희 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화법을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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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신묘년 새'해'를 맞이하며

2011년 신묘년 새해, 울산 방어진 대왕암공원에서.

 

수평선 위를 검은 먹구름이 뒤덮고 있어도

마침내 뚫고 떠오르는 새'해'처럼

2011년도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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