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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38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서른여덟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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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심어놓은 수박모종에 드디어 수박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아기주먹만한 작은 수박입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밭들에 심어놓은 수박들은 벌써 아이들 머리통 정도로 자라고 있는데

우리 밭에 심어놓은 수박만 소식이 없어서 조금 걱정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이제 겨우 하나의 수박이 달리기 시작한 거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조금 있으면 다른 줄기에서도 수박들이 달리기 시작할 거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참외에서도 열매들이 열리기 시작할 겁니다.

고추는 벌써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해서 따먹기 시작했는데

가지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 조만간 달리기 시작하겠죠.

순이 올라오지 않아서 포기했던 땅콩은 이제야 뒤늦은 순이 보이기 시작하고

토마토도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빨개져서 먹을 수 있겠죠.

지금은 무성한 상추만을 주식처럼 매일 먹고 있지만

조만간 좀 더 다양한 채소와 과일들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즐거운 일만 있으면 좋으련만

감귤나무에는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진딧물은 이미 처치를 했는데 응애가 좀처럼 잡히질 않고 있습니다.

응애는 다른 병충해와 달리 잎의 뒷면에도 살기 때문에 약을 치는 게 더 힘든데

응애를 잡기 위해 벌써 세 번이나 약을 해야 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는데다가 봄순이 올라오고 나서 이제 여름순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병해충이 활동하기 좋아지는 때입니다.

여름에는 하우스 안이 더 더워서 약을 치는 것도 많이 힘들어지는데

아직 병충해 방제는 자신이 없어서 매번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때 이른 장마로 후덥지근한 날씨가 수시로 몰려오는 요즘

무럭무럭 자라는 과일과 채소를 보며 마음이 환해졌다가

감귤나무에 달라붙은 병해충을 보면 다시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이렇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2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집안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온도 많이 떨어져서 선선한 게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중간에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서 사랑이 산책을 다녀오고

오래간만에 요가를 하는데 의외로 몸이 유연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개운한 기분으로 차를 한 잔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운치 있게 다가왔습니다.

 

 

국수를 먹고 싶어서 국수를 삶고

잘 익은 열무김치와 함께 말아서

텃밭에서 따온 상추와 고추를 반찬 삼아 먹는데

사랑이도 사료그릇으로 다가가서 같이 밥을 먹는 겁니다.

사랑이의 밥 먹는 소리를 들으며

국수를 먹는데

행복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불쑥 올라왔습니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혼자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죄짓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또아리를 틀지만

그 순간

너무나 행복해서

미안함도 잠시 잊었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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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일이어서 온가족이 모여서 외식을 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살고 있는 막내동생 부부까지 내려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얼마 전에 중간고사를 마친 조카도 시험결과에 만족한다며 편한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조카는 이쁘게 염색을 한 머리를 자랑했습니다.

 

 

작년 가을 아버지가 폐암4기라는 소식을 접하고 ‘생일 때까지 살아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무난하게 시작한 암투병은 의외의 복병을 만나면서 두 차례의 고관절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파킨슨병 판정까지 나오면서 혹이 하나 더 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항암치료는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 당장 죽음을 걱정해야하는 고비는 넘겼습니다.

고관절 수술도 잘돼서 최근에는 아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파킨슨병은 초기단계라서 아직은 심각하게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폐암판정과 동시에 세상의 냉정함을 다시 확인한 저는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세상에서 다시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러고 났더니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어져서 마음은 오히려 더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고통 앞에서 이기적이고 왜소한 제 모습을 확인하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부끄러운 제 모습을 확인하니 가족들 앞에서 좀 더 겸손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별로 의지할 데 없는 저는 참으로 별 볼일 없는 존재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낮은 자세로 세상의 언저리에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겨울을 견뎌내고 맞이한 생일

모두가 더없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4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랑이입니다.

어... 곰탱이님이 사연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오늘 발의 깁스를 풀었습니다. 이제 걷는 것이 좀 부드럽고 자유롭네요.^^ 한동안은 재활(?)에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야외 공연은 아주 풍성해서 좋았습니다. 어떤 영화에서 그러던데요, 천국에서는 바다의 지는 해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고요. 참 아름다운 노을 풍경입니다. 가끔씩 야외 방송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 역시 사랑씨는 아마추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네요.^^ 고마워요, 사랑씨!^^

 

 

 

 

와~ 곰탱이님, 곰탱이님, 이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예요?

와~ 축하 축하 축하해요.

어... 나도 옛날에 다리를 조금 다쳐서 음... 절뚝거린 적이 있었는데

음... 그때 한 발을 올리고 걸어 다녀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어... 매일 산책도 하고 어... 꼬리도 흔들고 그랬는데...

다리를 다치면 어... 걸을 때도 힘들지만 어... 꼬리를 흔들 때도 다리가 아픕니다.

그래도 저는 산책도 하고 어... 꼬리도 흔들었습니다.

그래서 어... 아니다, 아니다.

 

 

죄송합니다.

곰탱이님이 다리가 나았다고 하니까 음... 그냥 기분이 좋아서

어... 그냥 아무 말이나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 어...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어... 오늘 말을 많이 합니다.

음... 곰탱이님이랑은 이제 친구가 된 것 같습니다.

성민이가 곰탱이님 글을 읽어주면 꼬리를 흔듭니다.

 

 

어... 무슨 얘기 하려고 했는데... 어... 까먹었습니다. 푸흐흐흐

 

 

지난 번에 공연은 저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어... 성민이한테 또 하자고 했는데

성민이가 어... 나중에 시간나면 또 하자고 했습니다.

그때는 어... 곰탱이님도 와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 데려와도 됩니다.

그리고 어... 강아지도 많이 데려와도 됩니다.

싸우지 않겠다고 성민이랑 약속했습니다.

 

 

우와~ 제가 오늘 말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방송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래서 어... 말도 많이 하고 음... 더듬는 것도 줄었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성민이처럼 멋있게 말할 겁니다. 멍멍멍

 

 

오늘은 비가 와서 산책을 못 나가고 있는데

어... 곰탱이님 글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비비의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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