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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8회 –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기

 

 

 

1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권이 점점 좁아져서 나중에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대로 살 수밖에 없게 돼. 그렇게 안 되려면 자기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길밖에 없어. 그러니까 너도 좋아하는 걸 한번 곰곰이 찾아봐. 그게 여자가 됐든, 돈이 됐든, 뭐 책이 됐든 말이야.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가 어딘 줄 알아? 삼성? 현대? 아냐. 내가 좋아하는 거 할 수 있는 회사가 세계 최고 회사야.”

 

 

한승태씨가 쓴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일이 고되기로 유명한 병아리 부화장에서 일하던 어느 50대 아저씨가 한승태씨에게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분은 그 고된 일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풍류를 즐기면서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를 듣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며 제 삶을 잠시 돌아봤더니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더군요.

중간에 허우적거렸던 기간이 좀 길게 있기는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해야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랬던 것이니

전체적으로 제 삶은 제 의지대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닌

피하지 않는 운명!

나의 삶도 운명이 되어야겠다.”

 

 

예전에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를 했을 때

그 대문에 써놓았던 글입니다.

삶과 세상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던 그 폐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당당하게 삶을 만들어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내 삶은 ‘피하지 않는 운명’일까?

 

음...

지금까지는 그래왔던 것 같은데

지금도 그럴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에 제사가 있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제도나 형식적인 관행들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저는

제사가 다가오면 은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는 아예 제사에 참석을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은 제가 제사를 집전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시고 동생들 입장도 있어서

제사를 없애자고는 얘기하지 못하고

간소하게 하자고만 할 뿐이지만

제사의 준비와 절차를 둘러싸고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고

동생과 부딪힌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서로가 조심하면서 아주 간략하게 진행하는데

그럴수록 제사의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다보면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합니다.

그러다보면 자기중심적이고 참을성 없는 인간이 되어

사람들과의 관계도 폭넓게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제가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세상살이라는 것이 이런 간극을 좁혔다 넓혔다 하며 흘러가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마음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는 일도 오전 10시쯤이면 더워서 나와야 합니다.

하우스에서 나와 물 한 잔 마시고 팽나무 아래 평상으로 갑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얼마 전 수확한 마늘을 까고 있으면 세상 더없이 편안합니다.

사랑이도 그곳이 좋아서 제 옆에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장마가 시작될 테고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기승을 부리겠죠.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즐길 수 있는 호사를 최대한 누려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더군요.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 칠 때에는 이 말이 별로 와 닿지 않았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는 가슴에 예리하게 박히더군요.

나의 불행이 강물에 흘러갔듯이 나의 행복도 강물에 흘러갈 테니...

 

불행도 행복도 지상에서 잠시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하기에

지금의 불행이나 행복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초연하게 살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저는

가슴 속에 박힌 가시를 빼지도 못한 채 알싸한 통증을 가만히 느끼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지금도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 치고 있을 이들을 점점 잊으며 살아가고 있었네요.

 

 

 

(FIND THE SPOT의 ‘노후대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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