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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자극.

금토일, 미루를 데리고 엄마집에 갔다.

상구백이 바쁘니 별짓을 다 한다.

 

미루는 할아버지를 무진장 조아라 한다.

처음엔 그냥 환하게 웃는 할아버지를 조아라한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참 다양한 방식으로 할아버지가 놀아주더라.

음...둘이 아무리 봐도 궁합이 맞는 듯 하다.

활동적이고 자극을 조아라하는 미루에겐 호들갑스럽게 놀아주는 할아버지가 와방 제격인 것이다. 다행이 나의 아빠는 아기한테 "안돼~" 라던가. "이놈"이라던가 하는 부정적 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게 아이랑 놀아주시니...이 얼매나 황홀한 일인가. ㅋㅋ

 

게다가 약간 컨디션이 안좋아지려고 하면 다른 놀이감을 제안하며 놀아준다.

예를 들면 자다 깨서 좀 징징거리는 녀석에게는 "할아버지가 동전 돌려줄까?"하며 이전에 아이가 놀면서 좋아라 했던 놀이를 제안하는 식으로 말이다. 음..나름 노련하시다. 여튼 먹고 씻기고 재우고 하는 것들은 나 몰라라 하시지만 그래도 길어진 활동시간에 재미나게 놀아주시니 그저 감격스러울 밖에. 게다가 미루도 이전보다는 마이 의젓한 모습을 보이고 그래서 더 활동시간이 편안해졌다.

 

할아버지가 잘 놀아주는 것도 좋긴 하지만

이번에 가서 와방 느낀 것인데 엄마네 집에 가면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나랑 있을 때는 섬세히(?) 반응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일정한 자극을 줄 수 밖에 없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다양한 자극, 다양한 어휘들, 다양한 상황, 다양한 반응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아웃풋을 한다는 거다. 음...신기 신기 신기.

 

물론 장소가 안정적인 것도 한 몫한 듯, 모르는 장소에 오면 아무래도 너무 많은 자극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할아버지 집은 나름 아는 장소이다 보니 엄마가 잠시 안보여도 맘 편히 잘 논다는 것. 음..조아조아 아주~ 조아.

 

이번에 다양한 말들을 배웠는데

할아버지랑 놀다 할머니한테 전화를 했는데 할아버지가 옆에서 "빨리 오세요~ 해."라고 하니까 따라 하더라. 그거야 따라하는구나 했는데,

조금 있다 상구백이랑 전화를 하는데 지가 알아서 빨리 오라는 손짓과 함께 "빨리 오세요~" 하는 거이다. 오...말뜻을 알고 어떨때 쓰는지도 알고 하는구나...잼나라. 오잉이다요.

 

또 하나

할아버지랑 안방에서 신나게 놀다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나와 할머니에게로 와서는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하는 거다.

그러더니 방 바닥을 한번 집고는 서서 "아 뜨거~" 하는 거다.

알고 봤더니 미루가 놀면서 안방에 있는 전기 매트의 온도를 최대치로 올렸더란다. 그걸 보고 할아버지가 "아구 큰일 났네. 불 날뻔했네. 아구 뜨거워라" 했다는 거다. 미루는 그 상황을 전달하러 온거고. ㅋㅋ

 

의사표현도 안정적이게 하는데

낮잠을 재우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이녀석은 매우 더 놀고 싶었나 보다.

이전 같으면 그냥 땡깡을 부렸을텐데 이번에는 좀 오래 버티는 녀석의 기세를 꺽으려 단호하게 "자야지~" 했는데, 눈에 힘을 주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자기 시러욧!" 하는 것이 아닌가. ㅋㅋ 얼마나 진지하게 하던지 웃음이 풋하고 나왔다. "그래 그럼 나가서 더 놀자" 그랬다요.

 

어휘도 엄청 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늘고 의사표현도 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도 받고 한 이박삼일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오늘 아침에 놀이집 갈때 그리 의젓할 수가.

의젓하게 놀이집 현관에서 인사를 하는데...

너무 의젓해서 왠쥐 찡했다.

 

이래도 저래도 찡하다. 짜식.

이따 마이 이뻐해줘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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