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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저녁, 규민의 손을 잡고 시장에서 골목으로 꺽어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절박한 목소리.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정말 위로받을 데가 없기 때문이야.

알았지?

그러니까 그냥 도장찍고 살라고 하고, 너는 그거 꼭 챙겨 니꺼로 해."

 

누구야?

찾아보니 가로등도 비껴있는 충충한 곳에 뚱뚱한 중년여자가 서있다.

비도 안 오는데 앞머리는 비 맞은 것처럼 축축 늘어져 얼굴의 중간까지 가리고 있다.

부시시한 파마머리에 부시시한 살결이 우중충한 조명에서도 까끌까끌하다.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넣고, 대충 봐도 키도 크고 뚱뚱한 거구의 아줌마.

술도 한 잔 걸친 것 같고.

아닌가, 그냥 목소리가 걸걸한 양반인지도.

 

나도 규민이에게 저렇게 호소해야하는 날이 올까.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말이야, 정말 위로 받을 데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날 이해해주련?

 

엄마는 위로 받을 데가 없어 담배로 위로를 삼는데도 자식에게 민망하구나.

 

요즘은 도통 영화를 보지 않아 무슨 영화가 어떻게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영화는 보지 않지만, 김혜리의 영화를 멈추다, 란 한겨레 신문의 한 섹션을 좋아했는데, 그것도 이제 연재를 마친단다.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순간은 없었는데 김혜리의 연재는 아쉬웠다.

 

지나 데이비스가 야구선수로 나오는 영화 생각이 났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에스케이가 승리했다며 헹가레에 난리를 치고 있을 때.

좀, 도식적이지만, 나는 담배 핀 것으로 자식의 아량을 구하는 거구의 여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끼리만,의 풍경은 나로하여금 꼭 못된 생각을 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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