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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는 동성애자가 분명했는데, 다른 한 사람은 모르겠다.
커다란 갈색 천 소파 위에 눕듯이 앉아있다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모를 남자가 몸을 일으켜 동성애 남자의 바지를 벗기고 그의 것을 입으로 애무했다. 갑자기 내 앞에서.
보라색 면 바지가 소파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은 장난이었다. 내가 평소에 하지 않는 짓을 지금 하는 이유는 널 놀리기 위해서야,라는 듯한. 그러나 그 남자는 동성애자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눈빛이 그랬다.
한참을 깔깔대며 그러고 있으니, 동성애자는 진정으로 흥분하여 이번엔 자기가 애무해주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다른 남자는 얼른 몸을 뺐다. 아니야, 아니야, 됐어, 됐어, 하면서.
이 두사람은 지금 알 수 없는 이유로 날 감금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재빨리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내가, 나, 이제 집에 가봐야돼, 하고 일어나니, 둘은 장난을 그만두고 빨리 운동화를 꿰신느라 주춤주춤하면서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하고 외쳤다. 순간 공포감이 확 밀려왔다. 나는 태연한 척 하면서, 천천히 신발 신어,하고는 마침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던졌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대머리 노인(최근에 벤 킹슬리 영화를 봐서 그런듯)과 다른 몇몇 노인들이 있었다. 그들 뒤로 들어가 엘레베이터 벽에 몸을 착 붙이고 노인들의 뒷 모습을 봤다. 모두 깡 말랐다. 그래도 목 뒷덜미가 몇 겹 접혀있었다. 노인들은 내가 일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나의 일행을 기다리느라 엘레베이터문의 오픈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도 안 들어오자 다시 닫힘 버튼을 눌렀다. 문이 거의 닫힐 무렵 두 남자가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서둘러 층계로 달려내려가고 엘레베이터 문은 완전히 닫혔다.
엘레베이터는 층마다 멈추고 문을 열었다. 아무도 내리고 타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릴때마다 비상계단을 달려 내려가고 있는 그들과 마주 쳤다. 그들은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그냥 계속 층계를 뛰어내려갔다.
건물을 빠져나오니 앞에 고속도로가 펼쳐있었다.
고속도로에는 뜨거운 해때문에 이글이글 아지랭이가 잔뜩 깔려있었다.
거기에 큰 개들이 늑대처럼 어슬렁 대고 있었다.
저 개 좀 봐, 어느결에 내 옆에 선 동성애자가 말했다.
그 개는 네 다리로 걸으며 작은 다리 한 쌍을 어깨에 권투글러브를 걸친 모양처럼 늘어뜨리고 흔들흔들하며 걷고 있었다. 저게 정말 다릴까?하고 내가 물어보았다.
아지랭이 때문에 잘 안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하얀색 큰 개 한마리가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허리 아래부분이 차에 깔렸는지 고개와 어깨만 좌우로 흔들 뿐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저기서 새끼를 낳고 있는건지도 몰라,하고 동성애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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