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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 본 영화를 가지고 호들갑떠는 제목이 촌스럽다.
어쨌든간에 나는 새삼 다큐멘터리의 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최근들어 내가 영화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던 것과 일견 맥락이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위적이라고 치자면 다큐멘터리도 작위적이지 않으랴만, <송환>은, 영화 중엔 애써 눈감아두었다가 영화 끝나고부터 그 감춰두었던 꼬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공룡몸땡이를 보이는 듯 드러나는 찝찝한 구석들이 아직까지 없는 걸로 봐서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사실 이것은 다큐멘터리냐 극영화냐의 경계선이 아니다. 극영화도 잘 만들어졌다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을 것이고, 찝찝한 구석이란 것도 없을 것이다. 근데 이상하게 요즘들어 나는 영화보는 것마다 좀 그러그렇고, 어쩌다 보았던 다큐멘터리들에 감동받는다.
하긴 내가 영화를 많이 보았길 하나, 내가 영화를 뭘 잘 알길 하나. 이런 소릴 영화가 들으면 나한테 그럴 것이다, '니나 잘해.'
<송환>은 국민학생 아이가 찍은 것 같다. 스스로 잘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백지에서부터 대상을 좇는 카메라를 그래서 잘 따라갈 수 있다. 이데올로기의 입장도 아니고, 반이데올로기 입장도 아니고, 어느날 만난 모르는 아저씨들을 호기심으로 그냥 주욱 따라가는 국민학생.
남파간첩, 체포되어 30년, 때로 40년 넘게 수감되어 전향목적의 고문에 시달림- 비전향 장기수, 대부분의 사람들과 너무도 다른 과거를 가진 그들이지만, 카메라가 좇아가는 현재의 아저씨들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너무나 똑같다. 단지 그래서 영화는 충격적이고, 새삼 이데올로기를 묻는다.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길래, 체재가 무엇이길래.
그들을 수십년 동안 잔인하고 굴욕적이고 치명적인 방법으로 고문하고 감금하면서 얻으려했던 전향동의서. 그에 굴복하지 않는 저항. 거기에 정말 이데올로기가 있는걸까.
감독이, 이렇게 어린애마냥 순진무구한 얼굴은 이 사람에게서 처음 보았다고 하는 (포스터 오른쪽 상단에 나온 얼굴--감독은 정말 이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렸나 보다. 포스터에도 얼굴을 쓰고, 이 사람 인터뷰 중에는 얼굴을 클로즈 업 한채 몇번을 슬로우모션했다가 정지시키곤 한다.) 사람도 끝끝내 그 고문들을 이겨낸 자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눈빛의 간첩하고는 거리가 상당히 먼 이미지. 그는 거의 실신된 상태에서 손이 묶인 채 전향 동의서에 싸인을 하고 말았는데, 그것을 두고두고 가슴에 담고 있다. (북으로 송환된 후, 전향 취소선언을 했다고 한다.) 그는 그것을 그렇게 말한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때문이었다고. 오히려 모진 고문을 해댔기때문에 거기에 굴복할 수 없었다고.
나 같아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백이면 백, 누구나 그러하지 않았을런가. 드럽고 치사하여 거기에 머리 숙일 수 없는 것이다. 인권이란 누군가에게는 주어지고 누군가에게는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그걸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다 그걸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같다. 내가 만약 그것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 그 운이 없었다면 나도 딱 저 꼬라지다.
그들이 송환될 시점, 주변에 남한친구들이 많았다. 남한친구들은 그들의 송환을 두고 기뻐서도 울었고, 드라마틱한 그들의 인생때문에도 울었고, 지금 가면 다시 만나기가 막막하다는 현실에도 울었다. 꼭 일년 후에 다시 만나자며 손을 흔드는 그 말만으로도 눈물이 나온다.
이상한 경험이다, 이것은. 몇년 전 북으로 노래를 하러 간 가수들을 티뷔로 보고 있을 때도 그랬다. 태진아, 핑클, 등등이 북에 가서 쇼를 하고 이제는 남으로 돌아간다며 버스를 타고 있는데, 그들이 일제히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태진아 같은 사람들은 실상 전쟁과 분단을 경험했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핑클 같은 애들도 눈이 벌겋게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걸 보던 나도 즉각 눈물이 주르르 흘러 이상했었다. 민족주의자는 커녕 민족이란 말에 의심부터 하고 보는 나인데, 우리 땅, 우리 겨레는 이제 좀 다르게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편인데, 이 대목에서 왜 눈물이 자동으로 나오는 걸까.
양복에 넥타이를 맨 이들이 모여 그랬을 것이다. 이 빨갱이 간첩놈들, 대한민국이 어떤 데라고, 체재우위를 보여주려면, 이 놈들 고문을 시켜서라도 전향시키라고 회의에서 통과되었을 것이다. 양복에 넥타이 맨 이들이 모여 회의를 하시며 그랬을 것이다.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자고, 독재정권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하니까.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회의탁자에 앉아 에헴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이들이 또 얼마나 엄한 인생들을 지옥으로 만들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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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g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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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가 심각한 모양이야. 아, 어찌 되려고 저러나. 전쟁 나는 거 아닌가 몰라.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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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미국, 이랬다 저랬다. 자기네들이 전쟁 안해도 먹고 살만한가 아닌가 보나부지. 미국 사람들이 고기 먹는 것만 대폭 줄여도 전쟁 없이 살 수 있을텐데. 무서워, 전쟁..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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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김영식 선생님을 부각시킨 건 배급하는 쪽의 홍보담당하는 분이 결정한 것이라고 하데요.(쓸데없는 정보^^)송환 보고나서 감독님한테 "감독님, 참 모진 사람이네요"라고 했더니 모질 때는 모질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편집할 때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이 초청받아서 무대로 모두 올라가는 장면에서 김영식선생은 전향했기 때문에 쓸쓸하게 무대 밑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을 넣을 때는 이를 꽉 깨물었다고 하시더군요. 다큐는 영화속 인물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강단'이 없으면 흔들리기 쉬운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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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감독님이그 얘기 하더군요. "감독님, 참 모진 사람이네요" 어딘가의 글에다가 그런 문장도 쓰셨던대요. "나는 모진 사람이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