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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와 복지부의 ‘영리병원’ 갈등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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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비슷한 시기에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 '영리 의료법인 도입의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다시한번 영리병원 도입 논란이 일었다가 워낙 반대가 거세자, MB가 여론 수렴 이후에 추진하라고 한 후 잠시 미뤄졌다. 하지만 MB정부가 끊임없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왔기에, 그리고 복지부 또한 그 입장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과연 언제 다시 추진될까가 궁금했다.
 
그런데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사임설,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재부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직원에게 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뒤에서 어떻게든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온갖 꼼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재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뻔히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윤증현 기재부장관의 발언은 "아마도 기재부 권력을 가지고도 영리병원 도입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며, 기필코 영리병원을 도입시키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 같다.
 
저들의 추진력은 정말 무섭다. KDI나 기재부도 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것이고... 내년 초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시끄러울 것임에 틀림 없다. MB가 여론 수렴을 언급한 만큼 그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떠한 수를 펼치는지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단지 기재부와 복지부 간의 부처간 갈등으로 협소하게 파악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언제부터 복지부가 영리병원 도입 반대, 의료민영화 저지의 선봉이 되었는지... 과거 유시민이 보건복지부장관을 할 때부터 보건의료운동진영과는 이미 갈라져 있던 것이 아니었던가? 
 
아래 관련기사들을 발췌하여 담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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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부처간 정반대 보고서 논란 (경향, 김준기기자, 2009-12-04 17:58:28)
ㆍ재정부 “도입땐 의료선택권 확대” 긍정적
ㆍ복지부 “의료양극화 심화될 우려” 부정적
 
◇ 최종 연구보고서 완성 = 4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에 따르면 두 부처는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용역을 맡긴 ‘영리 의료법인 도입의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달 30일 제출받았다. 당초 두 연구기관은 지난 10월 말 보고서 초안을 제출했으나 정부가 내용이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정부는 오는 14일까지 검수기간(보고서가 당초 의뢰한 주제에 합당하게 완성됐는지 검토하는 기간)을 가진 뒤 두 보고서를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부와 복지부가 영리 의료법인 도입을 놓고 대립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경제효과나 의료공공성 중 어느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느냐의 문제이지 찬반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고서 공개 뒤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정부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찬반 논쟁 가열될 듯 = 두 기관의 보고서는 긍정과 부정적 의견으로 갈린 것으로 알려져 보고서가 공개되면 논쟁도 커질 전망이다. KDI 보고서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이 소비자들의 의료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 영향이 크다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는 의사들의 쏠림 현상으로 상당수 지방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수도권과 지방,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의료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높다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와 복지부 간의 이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재정부 관계자는 “의료공공성의 훼손을 막기 위해 영리 의료법인에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고 기존 병원의 복지부가 요구하는 전제조건을 모두 수용키로 했다”며 “추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판단의 핵심은 의료공공성 훼손을 어떻게 보완하는 가인데 재정부가 이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공공성 훼손을 막기 위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저소득층 의료지원 강화 등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재정부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재정부와 복지부가 합의를 해 정부안이 도출된다 해도 야권과 시민단체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향후 국회입법 과정에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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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영리병원 도입 논란 (내일, 범현주 기자, 2009-12-15 오후 12:32:46)
KDI·보건산업진흥원 공동연구 발표
“생산유발 효과불구 의료비증가 부작용”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에 합동 연구팀을 구성,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용역을 맡겼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영리의료법인은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복지부 노길상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번 연구용역결과는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양쪽 입장을 정확히 반영했다”며 “앞으로 여론 동향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최상목 미래전략정책관은 “용역결과는 중립적”이라며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게 기재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 공청회를 일단 열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일정은 확정된 것은 없다. 연구용역결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관련 4가지 정책은 확고하게 유지한다는 결론을 냈다.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정책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체 유지 △현 건강보험제도 유지와 보충형 민영의료보험 허용 △기존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전환 금지 △재정 투입을 통한 의료공공성 지속 확충 등이다. 도입시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안으로 필수공익의료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소비자 정보공개 강화, 의료자원 관리, 비영리 법인 지원 강화 등이 제시됐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영리의료법이 도입시 유발효과 = 한국개발연구원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시 예상되는 효과를 크게 △소비자 위주의 다양한 비즈니스 유형 시도 △시장규칙 정립과 투명성 제고 △필수의료부문 진료비 감소 △산업화 촉진 등을 들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해 도입효과를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인구 3%의 고소득층에게 평균 진료비 2~4배 해당하는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이다. 2.7조~3.5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1000~2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국민의료비 1.5조~2조원이 상승하고 의사 300~420명이 일시에 영리병원으로 유출돼 20~28개 중소병원이 폐쇄될 수 있다.
 
◆어떻게 부작용 해소하나 = 한국개발연구원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정보공개 강화 △공적의료보장체계 정비 △비영리기관 역할 부여와 퇴출경로 마련 △민간보험 정보접근성 개선 △환자 진료정보 접근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최초 5년 도안 4조9000억원의 투입해 필수 공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병상 의료인력 의료기기 등 의료자원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제혜택과 재정지원을 통해 비영리병원을 강화시킨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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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의료법인 도입, '기정사실' vs '희망사항'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09-12-15 오후 4:45:12)
전재희 복지부 장관 "보완책 마련이 먼저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놓고, 정부 안에서 충돌음이 들린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기정사실로 못 박으려는 기획재정부와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보건복지가족부 사이의 충돌 때문이다. 두 부처의 갈등이 폭발한 계기는 15일 예정돼 있던 합동브리핑이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산업진흥원의 용역연구결과에 대해 두 부처가 합동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취소됐다.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도발한 것은 기획재정부였다. 15일 브리핑에 대한 보도자료가 나온 14일 오후, 기획재정부는 부처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브리핑을 열어 "(영리의료법인을) 어떤 방식으로 도입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지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인 만큼 도입이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좋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공의료 서비스의 확충 문제, 영리 의료법인 출범에 따른 진료비 상승을 국가가 낮춰주느냐의 문제 등 보완책을 관계기관이 협의해야하고 협의 내용을 국민이 납득할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뒤, "보완책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보완책이 있어야만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할 수 있는데, 보완책이 없으므로 도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어 전 장관은 "영리 의료법인 출범에 따른 보완책은 연구되지 못했다"면서 "기획재정부, 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협의에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전 기획재정부의 비공식 브리핑 내용에 대해서도 전 장관은 "재정부는 빨리하고 싶으니 그 같은 희망사항을 얘기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기획재정부의 주장처럼 '기정사실'이 아니며,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전 장관은 "의료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적정한 비용으로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뒤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산업화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전국의 모든 국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접근성과 일정 수준의 진료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현 상황에서 영리 의료법인 출범을 허용하면 결국 영리병원은 대도시로 몰리고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동브리핑이 취소된 배경에 대해서도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와 KDI는 영리 의료법인에 기대감을 갖는 곳이고, 복지부는 우려를 갖는 곳이며, 보건산업진흥원은 기대감과 우려를 모두 갖고 있는 곳"이라고 말한 뒤, "KDI와 보건산업진흥원 각각의 연구 결과가 종합 결론을 낼 수 없는 내용으로 나와 각 기관의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KDI의 연구 결과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효과를 긍정하는 내용이다. "음성적 자본조달을 양성화하여 의료산업 전체의 건전성을 높인다", "병원 경영자가 시장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다양한 의료 비즈니스가 가능해져서 향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에 잘 대처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다. 의료계를 뭉칫돈이 쏠리는 새로운 투자처로 키우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달리,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결과에는 부정적인 내용이 꽤 포함돼 있다.
 
이런 갈등 국면에서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영리의료법인'이나 '영리병원' 대신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공익보다 돈벌이에 치우친 의료 행태를 지금보다 더 부추긴다는 뉘앙스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과거 삼성 계열사였던 중앙일보가 대표적이다. 하루 전, <중앙일보>는 영리의료법인 도입 관련 연재를 시작하며 "본지는 '영리병원' 대신 '투자개방형 병원' 용어를 사용합니다. 병원의 자본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지금도 영리 행위를 하지 않는 병원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연재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의료 선진화'로 규정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서 "영리병원 도입이 국민 의료비 폭등과 의료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뻔한 결과에도 불과하고 이명박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병원자본과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생명 등 재벌 계열 보험사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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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입 “부가가치·고용 창출” “의료비 상승” (경향, 김준기기자, 2009-12-15 18:17:57)
ㆍ용역 결과 ‘극과 극’… 재정부 - 복지부 이견 여전
ㆍKDI “소비자 위한 다양한 서비스 가능”
ㆍ보건진흥원 “중소병원 대거 문 닫을 것”

 
◇ KDI, “산업적 기대효과 크다” = KDI는 의료법인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료 선택권이 넓어지고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게 도입 논거다.
 
◇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 = 보건산업진흥원은 ‘최대한 신중한 접근’을 제안했다. 사실상 도입 반대론이다. 진흥원은 영리 의료법인이 일부 경제적 효과는 있지만 의료비 상승과 의료접근성 저하 등 부작용이 크다고 설명한다. 진흥원이 영리 의료법인을 해외환자유치형, 고급의료충족형, 자본조달·기능특화형, 산업연계형 등 4가지 유형으로 분석한 결과 생산유발 효과는 1조3000억~7조5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1만~5만8000명이었다. 반면 의사들이 대거 영리 의료법인으로 유출되면서 기존 중소병원은 최대 92개가 폐쇄되고 국민의료비용도 최소 7000억원에서 최대 4조3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의료 취약지 지원, 어린이·장애인 등 필수공익의료체계 강화, 선진국 수준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하지만 거액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비용은 최초 5년간 4조9800억원이 소요되고, 이후에도 운영비 등으로 매년 8000억원이 필요하다. 또 영리 의료법인 도입으로 의료 접근성이 악화되는 저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지원이 필요한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데 약 7조4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 입장조율 쉽지 않을 듯 = 재정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영리 의료법인의 효과가 부작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 만큼 보완책을 마련해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복지부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부는 복지부가 그동안 요구해 온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민영의료보험 보충형으로 국한, 기존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전환금지 등을 수용했다. 하지만 의료공공성 확충을 위한 대규모 재정투입 여부 등 핵심 논란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보건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의료공공성 확충을 위해서는 1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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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대선때부터 줄곧 ‘영리병원’ 도입 주장 (경향, 박영환기자, 2009-12-15 18:14:08)
ㆍ“의료산업 활성화” 시장주의적 시각
ㆍ촛불시위 등 반대 거세자 한때 주춤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기간 그 필요성을 분명하게 밝혔고, 2008년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부처를 앞세워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일자리 창출 등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의료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바탕에는 경쟁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의료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시장주의적 시각’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보건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 의료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수차례 공약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백서도 “보건의료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영리의료법인 도입 등을 새 정부의 정책과제로 명시했다. 당시 인수위는 “규제 철폐에 따른 의료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기대효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신년연설에서 “의료, 관광, 교육, 금융 등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워 좋은 일자리와 국부 창출의 원천으로 만들겠다”며 ‘의료 선진화’ 문제를 다시 꺼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월 국회 답변에서 “의료법인 영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면 승부에 나섰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가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5월 민관합동회의에서 이 문제는 10월에 결정하기로 다시 연기됐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의료산업 선진화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영리의료법인 도입 문제는 부처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자율적 조정에 맡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이 대통령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청와대 정책라인의 핵심 관계자도 “영리의료법인 도입 문제는 정부내 협의를 더 거쳐야 한다”며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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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의료 양극화 해소대책 없인 불가능” 못박는 복지부 (경향, 정유미기자, 2009-12-15 18:14:22)
 
보건복지가족부가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꺼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의료비 상승과 의료양극화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전재희 복지부장관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리병원 부작용 보완책이 확실하지 않으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부처 갈등을 넘어 국론분열로까지 번지는 데도 복지부가 꿋꿋하게 버티는 것은 그만큼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뜻이다.
 
영리병원은 외부에서 투자자본이 투입돼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돈이 되는 ‘비보험’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추가 의료행위를 부추기다 보면 국민의료비는 상승하게 된다. 의료 양극화는 심해진다. 우수 의료인력이 대도시 영리병원에 집중되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지방과 농어촌은 진료받기가 더 힘들어진다. 필수 의료영역(산부인과, 응급실, 중환자실 등) 붕괴는 물론이고 지역간 의료인프라 격차가 심해져 서민들의 의료접근성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다. 한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태국만 해도 영리법인과 의사들이 지방에는 없고 방콕에만 몰려 있다.
 
또 수익창출이 안되거나 재정이 취약한 중소병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개인병원이 기업화되고 영리병원이 전체의 20~30%를 차지할 경우 시장가격을 지배하면서 의료비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의문이다. 현재 기존 병원조차 병상과잉으로 폐업이 늘고 있다.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정규직 대신 임시직을 고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의료서비스 저하도 우려된다.
 
첨단 의료기술 개발논리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첨단 의료기술은 엄격한 윤리적 임상시험이 요구되는 만큼 외국과 마찬가지로 공립 또는 비영리 대학병원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려면 7조~12조원에 이르는 예산집행이 선행돼야 하다고 주장한다. 공익·공공의료를 확충하려면 최초 5년간 4조9800억원이 필요하고 이후 매년 운영비 8000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 비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확대(56.4%→72.8%)하려면 7조4000억원이 더 있어야 한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재정투입을 현재 14% 수준에서 20%까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0조원을 들여 10년, 20년 단계적으로 추진해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운데 1000억원을 줄 테니 한꺼번에 해결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부작용 해소를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예산안을 (기획재정부가) 내놓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국민의료비가 줄어드는 데 의료산업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산업적 효과가 0%라는 얘기”라면서 “영리병원 허용 시 의료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전혀 증명되지 않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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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의료법인 도입 부처 대립] 의약개편도 갈등 표출 (서울, 정서린기자, 2009-12-16  5면)
재정부 “영리법인약국 허용” 복지부 “대자본 유입 우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의약품 정책은 이해 관계자들의 이권 다툼, 의약품 리베이트로 결정됐으며 글로벌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상시적으로 의약품을 재분류하고 영리법인 약국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피로회복제, 소화제 등 자유판매의약품(OTC·처방없이 살 수 있는 약)을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하면 국민들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부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의약 부문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확정, OTC의 약국 외 판매와 영리법인 약국 허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달 12일 공청회가 재정부와 KDI 방안에 반대하는 약사들의 단상 점거로 무산되는 등 2차례 연기된 끝에 열렸다.
 
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기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김충환 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슈퍼마켓으로 일반의약품을 넘기자는 발상과 약국 영리법인 도입 모두 반(反)서민적”이라고 반박했다. 체계적인 약품 관리나 문제 발생때 신속한 회수가 어렵다는 논리다. 또 일반인이 약국에 투자할 경우 재벌 제약회사, 도매상 등이 참여해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박춘근 대한약사회 상근이사는 대자본이 약국시장으로 유입되면 담합이 우려된다며 동네약국 지원책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용진 서울대 교수는 “의약품 재분류는 약국의 판매독점권, 영리약국은 약사들의 개설독점권으로 필요가 없다면 해소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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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료수요 창출… 부가가치 24조 (서울, 임일영 기자, 2009-12-16  5면)
KDI가 전망한 기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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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료비 2조 상승·중소병원 줄도산 (서울, 오이석기자, 2009-12-16  5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연구용역 결과는 부정적인 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면 ▲국민의료비 상승과 ▲의료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작용의 핵심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개인병원 가운데 20%가 투자개방형 법인 병원(영리병원)으로 전환할 경우 66~92개의 중소병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국민의료비도 최대 2조 2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경제적 효과 부분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보건의료체제에 큰 부작용을 주지 않고 영리병원이 지닌 목적과 역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필수 공익의료 확충, 공적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자원에 대한 관리방안 구축 등 보완정책 과제들을 우선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선뜻 이를 받아들이는 데 난색을 표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1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언론사 복지담당 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부작용에 대한 해소책이 없는 한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안 된다.”며 기획재정부의 강공 드라이브를 차단하고 나섰다. 용역결과는 관련 부처 협의를 위한 기초자료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전 장관은 “아무리 기재부가 빨리 해 달라고 해도 의료법 개정 주무부서는 보건복지가족부”라며 “의료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만큼 이를 잘 지키면서 시장의 바람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그렇지만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우려할 만한 것을 다 씻어낼 수 있다면 반대하는 것은 넌센스”라면서도 “보완책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거쳐야 할 과정과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법”이라며 기재부의 조속한 도입 입장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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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만세' 되뇐 KDI '영리 병원' 보고서의 진실은?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2009-12-16 오전 9:44:29)
보건의료단체연합 정면 반박…"영리 병원은 의료비 폭등 불러와"
 
15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가족부가 공개한 영리 의료법인 용역 보고서를 놓고 부실·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를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날 영리 의료법인의 허용을 놓고 전혀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연구 결과는 실증 근거가 누락돼 있어서 이런 논란을 자초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 "KDI,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사실상 영리 의료법인 '허용'을 전제로 연구를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두 기관의 연구 결과는 상반된다"며 "이런 상반된 결과를 놓고 영리 의료법인 허용을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 의료법인 허용으로 '국민 의료비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그 효과는 없거나 미지수'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에 KDI는 '영리 의료법인 허용으로 의료비는 오히려 감소하고, 고용 창출, 경제 성장 효과가 아주 크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런 입장차가 "KDI의 부실·왜곡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KDI는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하면 경제 성장, 고용 창출 등의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주장하지만 보고서 어디서도 실증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심지어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하면 의료비가 감소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것은 KDI의 보고서가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것이 잘 된다는 믿음에만 근거해서 보고서를 작성한 탓"이라며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1인당 의료비가 대폭 증가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KDI는 근거 없는 이념적 주장만 늘어놓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KDI 보고서의 사실 왜곡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미국의 경우 영리 의료법인이 비영리 의료법인보다 환자 1인당 의료비가 20%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있는데도, KDI는 미국에서 배워야 할 교훈으로 미국 의료의 상업화를 촉진한 '상업 의료 행위 허용 판결'만 골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KDI의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내용이 많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보고에 인용된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비영리 병원은 100병상당 522명을 고용하는 반면, 영리 병원은 352명만 고용했다. 비영리 의료법인의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윤 추구를 최대의 목적으로 하는 영리 의료법인에서 인력을 덜 쓰려고 노력할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영리 의료법인이 비영리 의료법인과 비교했을 때 사망률이 높고, 응급실 진료를 포기하는 등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으로 의료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결과를 놓고도 한계를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등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 병원 중 20%가 영리 병원으로 전환하면 연 1조5000억 원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진료가 1%가 늘면 연 1070억 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났다"며 "그러나 의료비 폭등은 실제로 훨씬 더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하면 비영리 의료법인의 의료비가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spill-over effect)나 △비영리 의료법인이 영리 의료법인으로 전환하게 될 때의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다"며 "이런 효과까지 계산한다면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했을 때 의료비 폭등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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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입 논란…MB "여론수렴 뒤 추진하라" (프레시안, 송호균 기자, 2009-12-16 오후 4:36:17)
靑 "장기적으로는 추진할 사안이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기적으로 추진을 검토할 과제인 것은 맞지만 충분히 의견 수렴이 되고 여론 설득이 된 후에 정책이 추진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16일 밝혔다.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인 기획재정부 대신 '신중론'을 펴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손을 일단 들어 준 것이다.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부담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민감한 사안이니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서민 입장에서 볼 때 가진 사람이 더 혜택을 받는 것처럼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부처간에 협의를 잘하고 여론수렴을 더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수석은 "부처 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특히 이 사안이 우리 건강보험 제도를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만큼 충분히 이견을 조정하고, 토론도 하고, 여론수렴도 더 해서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리병원 도입은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여전한 입장이다. 이동관 수석은 "장기적으로는 추진을 검토해야 할 사안인 것은 맞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공약에도 들어 있고, 국가경쟁력 차원과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계속 논의가 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유보하라는 쪽에 무게중심이 있는 게 아니다"면서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질타였지, 정책의 방향을 정리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영리병원 도입여부와 관련해서는 반대한다는 여론이 찬성론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42.9%였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24.2%에 그쳤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와 찬성이 각각 32.8%와 31.6%로 비슷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여론(45.8%)이 찬성(28.4%)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실시된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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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전문가들 “KDI 영리병원 보고서, 왜곡 심해”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2009-12-16 오후 07:27:01)
의료가격 떨어진다? “의료비 증가 수조원 달할 것”
의료서비스 질 제고? “미국 우수병원은 비영리병원”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16일 “의료 분야에서는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시장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과 서유럽 나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지나친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 오히려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설립을 막고 규모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를 봐도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 증가 폭은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며 “영리병원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려면 환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내도록 해야 하므로 환자들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영리병원의 진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평균 20%가량 높지만 치료 뒤 사망률은 오히려 높게 나온다”며 “2004년 미국의 우수 병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른 병원들은 모두 비영리병원이거나 주립병원이었다”고 밝혔다.
 
영리병원은 수익을 앞세우다보니 인력도 비정규직으로 채울 가능성이 커 오히려 비영리병원보다 고용 안정성을 크게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지금도 의료비가 부담스러워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해 고통받는 서민들이 많다”며 “정부는 고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는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공공의료 확충 등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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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영리병원 설립의 손익 계산법 (서울, 이진석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2009-12-23  31면)
 
“영리의료법인은 여론이 설득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맞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대통령의 발언을 ‘중단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반면, 기획재정부는 ‘추진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며 ‘계속 추진’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 수행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의 공동연구에서도 양 연구기관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 정책에서 전적으로 그른 것과 옳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 나름의 합리성이 있으며, 그런 만큼 제각각 이득과 손실도 있다. 결국 이 둘을 잘 가늠해서 보다 나은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정책 결정 과정이다. 그러나 이득과 손실 계산 단계에서부터 특정한 의도가 강하게 개입되면, 합리적인 정책 결정은 아예 불가능해진다. 작금의 상황이 딱 그 꼴이다.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정책일수록 객관적인 근거가 중요하다. 객관적인 근거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일반의 상식을 기준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것이면 족하다. 이런 기준으로 영리의료법인의 이득과 손실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
 
첫째,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면, 의료서비스의 비용이 낮아지는가? 그렇지 않다. 영리의료법인 허용의 주된 목적은 고급의료와 차별화된 의료서비스에 있다. 이런 서비스를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비용이 낮아진다는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다. 둘째,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인가? 부분적으로 그렇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데 따르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이 이득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능력을 갖춘 계층에 국한된다. 게다가 미국 등에서는 영리의료법인에서 제공하는 의료 관련 서비스의 질이 일반 병원에 비해 오히려 더 낮다는 연구보고도 많다. 수익 증대를 위해 서비스 생산 비용을 무리하게 줄이기 때문이다.
 
셋째, 의료 불형평성이 심화될 것인가? 그렇다. 의료자원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영리의료법인으로 쏠릴 경우, 계층간 불형평성이 심화될 수 있다. 넷째, 병원산업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영리건 비영리건 간에 의료기관이 늘어나면, 일자리는 늘어난다. 일자리 창출은 영리의료법인의 고유한 효과가 아니다.
 
다섯째, 의료기관으로 유입되는 자본 규모를 늘릴 것인가? 불확실하다.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미 의료기관이 세계 최고 속도로 증가(매년 2000여 곳, 2만 7000여 병상)하고 있고, 고가 의료장비 보유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료과잉 상태에서 자본을 더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여섯째, 영리법인이라야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전 세계에서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미국 유수의 병원들은 대부분 비영리법인이다. 지금도 국내 병원들이 비영리법인이라서 해외환자 진료를 못하는 건 아니다. 이런 손익계산을 과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리의료법인 도입반대 의견이 찬성의 2배에 달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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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희 복지 “사임·출마설 사실무근”…‘영리병원’ 갈등 재연되나 (경향, 정유미기자, 2009-12-24 01:12:11)
ㆍ윤증현은 직원들에 “힘없어 미안”…일각선 개각 앞두고 ‘흔들기’ 지적
ㆍ“재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너무해”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60)이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전 장관은 23일 자신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설에 대해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왜 헛소문이 돌고 있는지 전 장관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 장관을 둘러싼 소문은 여러 가지지만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전 장관은 “모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장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의설’이 나도는 것은 기획재정부와 영리병원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의료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복지부와 의료산업화를 앞세워 조기 도입을 주장하는 재정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15일 양 부처가 공동 용역보고서를 내놓을 때는 당초 예정된 브리핑까지 취소,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바 있다.
 
양측의 갈등은 이명박 대통령이 “(영리병원 문제는) 신중하게 추진하라”고 말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윤 장관이 간부회의에서 “장관이 힘이 없어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복지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경제를 고민해야 할 재정부가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지, 부처 갈등과 조직와해를 일으켜서야 되겠느냐”며 “재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할 것도 아닌 만큼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23일에도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부작용 보완책이 확실하지 않으면 동의할 수 없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에는 저출산 문제 극복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낙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 수가를 일정 부분 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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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까닭 (시사IN [119호] 2009년 12월 28일 (월) 13:36:01 이종태 기자)
 
‘영리병원이란 것’의 도입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대체로 이른바 ‘시장주의 보수’는 찬성하고 ‘진보’는 반대하는 분위기. 심지어 정부 내에서도 기획재정부는 ‘찬성’이고, 보건복지부는 ‘반대’다. 이명박 대통령이 “(영리병원 도입을) 신중하게 해나가라”고 했더니, 언론도 자기 시각에 따라 ‘(영리병원에) 제동이 걸렸다’와 ‘중단 없다’로 해석을 달리 한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이제야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며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 ‘떼돈 버는’ 것으로 알고 있는 병원이 언제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았단 말인가?
 
물론 병원들은 그동안 영리를 좇아왔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규제가 여러 가지였다. 예컨대 당연지정제. 국내에서 설립되는 병원이라면 어김없이 ‘돈 안 되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전 국민이 대상)를 고객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다. ‘의료 서비스’ 공급자인 병원 측에 수요자(고객)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던 것이다. 또한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의 경우 그 진료비(가격)를 국가(건강보험공단)와 협상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처럼 병원 쪽에는 사실상 가격 결정권도 없었다. 현행 법률 아래서는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의료인·국가·지방자치단체)만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었다. 이런 제도의 바탕에는 의료가 ‘상품’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인술’이란 세계관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 하에서도 병원들은 영리를 추구해왔다. ‘영리병원 도입’이란 의료기관이 이윤을 더욱 노골적으로 좇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리병원’이란 한마디로 ‘주식회사 형태의 의료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금융수익을 얻기 위해 영리병원을 세운다. 이런 영리병원의 최대 경영 목표는 당연히 ‘이윤 극대화’일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비영리병원’과 달리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해야 하고, 세금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필수적 의료 서비스’에 대해 지급받는 ‘쩨쩨한’ 진료비 대신 국민건강보험 외부의 고수익 서비스에 집중해 지불 능력이 없는 병자들을 소외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런 영리병원이 많아지면 국민건강보험 시스템마저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부작용이 우려되는 영리병원을 굳이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부자 정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시도의 기저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의료·교육·금융·법률 등)으로 고도화하려는 국가 전략이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서비스 산업 중점 육성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는 1990년대 초반 이후 한국 정부들의 기본 전략이었다. 당시 세계화 담론을 처음 도입했던 김영삼 정부는 한국의 산업구조를 ‘제조업 중심’에서 ‘비즈니스(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정부 역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세계 유수 기업의 거점+물류 거점+금융 거점’으로 발전시키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12월에 열린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의료와 교육도 산업적인 측면이 있다. 산업적인 측면은 산업적으로 발전시킨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에서 ‘서비스 산업 중심론’이 나온 1990년대 초반은, 세계적으로 ‘자본시장의 자유화 및 개방’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투자자들은 자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기업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이 자금을 자유롭게 빼낼 수 있었다. 심지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즉, 기업의 총주식 중 상당한 비중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으로 주식가치를 높여 되파는 금융기법도 나타났다. 영국과 미국의 금융자본은 이런 ‘금융 장사’를 선도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이런 ‘금융 장사’가 신천지로 주목한 것이 바로 공기업과 ‘사회적 서비스 부문’(의료·교육 등)이었다. 기초 생필품을 생산하는 공기업이나 교육·의료 등 사회적 서비스는 공공성이 매우 강한 부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소유하거나(공기업), 비영리법인(민간 의료, 교육 기관 등)으로 지정해 혜택(보조금 지급이나 세금 감면)을 주는 대신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부문이 개인 주주(투자자)가 자신의 금융 수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지배하는 주식회사가 되는 경우, 공익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자본 처지에서는 병원이나 대학을 영리법인화해서 ‘병원 주식회사’ ‘대학 주식회사’를 설립하면 광범위한 금융 수익의 기회가 새로 생기는 셈이었다.
 
다른 한편 그동안 국가의 보호에 안주해온 공기업과 사회적 서비스 부문을, 수익을 내지 못하면 망하는 ‘광야’(시장)에 내던짐으로써 좀 더 소비자의 수요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유도한다는 시장주의 이데올로기도 성행했다. 결국 ‘서비스 산업 중심’은 의료·교육 등 공공성 강한 부문들까지 ‘높은 금융 수익 추구가 가능한 장소’로 상업화해서 국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이야기다. 지금 논란이 되는 영리병원은, 이 같은 변화의 한 사례일 뿐이다. 노동운동 등 민중세력과 일정하게 타협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비스 산업 중심론’을 강하게 추진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사회보험을 확대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여 만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동시다발로 걸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서비스 산업 선진화’이다.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함께 이명박 정부는 교육기관의 영리법인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 산업 대형화’를 위해 동원되는 수단은, 의사가 아니라도 병원을, 약사가 아니라도 약국을, 변호사가 아니라도 로펌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벌이 소유하는 병원·약국·로펌 등 대형 서비스 업체가 설립될 전망이다.  10대 그룹의 투자 정도를 가늠케 하는 유보율이 지난 9월 말 사상 처음으로 1000%를 넘기는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들이 투자하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여유자금은 수백조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는 이 자금이 서비스업으로 흘러들어가 고용을 창출하는 경로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는 ‘전문자격사 제도 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의사·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 전문직 서비스 직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전문가의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결국 ‘서비스 산업 선진화’의 궁극적 목표는 경쟁 환경 조성으로 서비스 업종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 수출동력화하는 것이다. 영리법인화는 서비스 산업을 경쟁 환경에 던져넣는 한편, 이에서 승리한 기업은 주식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해 대형화하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이를 통해 국내 서비스의 공급량과 질이 개선되면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우량한 의료·교육·법률 서비스를 누리게 될 뿐 아니라 국가경제가 다시 성장궤도로 진입해 고용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반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사회적 서비스의 상업화에 따라 불평등이 더욱 깊어지면서 사회적 혼란이 극대화되는 경우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병원 도입 방안만 봐도 이 같은 염려의 타당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앞서의 보고서를 통해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다양한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자본 조달 경로가 확대되어 첨단 의료기술 연구가 촉진될 뿐 아니라 서비스 공급의 증가로 필수 의료 부문의 진료비가 오히려 감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당연지정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강화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 측의 ‘진료비 감소’ 주장에 대해 박형근 제주의대 교수는 “짜맞춘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의료 분야는 전통적으로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시장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기관 서비스 공급의 증가로 가격이 하락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또한 영리병원을 도입하면서 당연지정제 유지를 호언장담하는 태도는 문제가 심각하다. 박교수는 “만약 개설된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한다면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라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려 해도 불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GM에 대우차를 매각한 뒤, GM대우에서 출시한 상품을 ‘한국차’로 우기는 것이 이상한 만큼, 주주가 지배하고 책임까지 지는 영리법인을 만들어 놓고 당연지정제로 영업 자유를 막는 것은 괴상망측하고 시장파괴적인 짓이다. 공공성을 주장하려면 애초에 대우차를 팔아서는 안 되고 영리병원제를 도입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당연지정제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헌법재판소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 혹시 정부가 사법기관의 결정에 개입한다는 항간의 의혹이 사실인 것일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영리병원으로 인한 당연지정제의 사실상 폐지는 국민건강보험 체계 전반의 동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한국은 이미 미국을 제외하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의료 서비스 분야의 시장 경쟁이 강화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방식을 선택한 미국은 GDP의 16%(한국은 6% 정도)를 국민의료비로 사용하면서 의료제도의 성과는 선진국 중 꼴찌를 기록하는 나라다. 이런 미국을 따라가겠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보았듯이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 산업 선진화’는 ‘서비스 산업 시장화’의 별명에 불과하다. 운과 역량이 닿으면 산업 고도화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존재하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과 국가경제를 산산조각 내는 국가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리병원 도입안의 사례에서 봤듯이 구체적인 추진 방안도 너무나 허술하다. 미국과 달리 의료제도의 공공성 원칙을 견지하며 미시적으로 시장원리를 도입한 덕분에 서비스의 효율성 및 품질 높이기에 성공했던 유럽 사례를 이명박 정부가 되짚어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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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5 02:21 2009/12/25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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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였으나, 대중정치가로서는 부족했던 박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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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지음. 『박헌영 평전』. 실천문학사. 2009. 
 
『박헌영 평전』을 읽은지 보름쯤 되었나. 평전을 읽고 나중에 다른 이들과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구절들을 발췌해놓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막 읽었을 때 덧붙여놓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더 추가하기가 어렵다. 역시 그때그때 정리를 해놔야 하는데...
 
사실 책상에 앉아서 읽은 것이 아니라 버스, 지하철 속에서 읽은 것이라 당시 읽으면서 머리에 떠올렸던 것을 다시 재생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뭘 읽어도 교훈은 있는 법.
 
반세기가 넘은 시절에 활동했던 이의 평전을 읽는 것이 지금의 현실을 반추하는 데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더욱이 내가 박헌영과 같은 혁명가를 롤모델로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시의 상황은 지금의 상황과 전혀 다르기에 이 또한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어제 김진균 기념사업회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이성형 선생의 『대홍수 - 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한국에서의 폭압정치가 아무리 가혹하다고 해도 필리핀이나 남미 등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왔다. 집권 보수정당이 혁명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법과 제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지대가 버젓이 존재하고 대낮에도 사설 폭력집단으로부터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와, 장기간의 국가에 의한 파쇼폭압통치를 거치면서 국가 이외에는 제도화된 폭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한국사회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 해방 전후의 한국사회는 바로 전자에 가까운 사회였고, 거기에서 좌파가 살아남고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리 어렵다 해도 그 당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활동하기 용이한 상황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하여 세상이 쉽게 바뀔 리는 만무하겠지만...

 

○ 입만 벌리면 진보적 민주주의니 자유평등을 외치던 공산주의자들에게 넌덜머리가 났던 보수 기득권 세력들이 오늘도 계속되는 민주주의와 진보의 행렬에서 공산주의의 유령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에 의해 빨갱이라 불리는 것은 결코 불명예스런 일이 아니다. 빨갱이란 호칭은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투쟁하는 모든 선인들을 가리키는 명예훈장인 것이다.
박헌영은 좌우대립이라는 주요 모순의 최고 정점에 올라가 있는 인물 중의 한 명이다. 한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대로 알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박헌영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와 증언만으로 보건대, 박헌영을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라거나 불세출의 영웅이라 찬양하기는 어렵다. 그는 공산주의 이론에는 탁월했지만 선동력과 포용력 등 대중정치가로서 필요한 정치수완은 거의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다. 근본 성품은 온후하고 지성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입장은 다분히 교조주의적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표범처럼 단단한 인상에 좀처럼 웃지 않는 과묵하고 비밀주의적인 성향은 지하운동의 지도자에게는 적합했을지라도 공개정당의 지도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정황과 증거자료로 보건대, 그는 결코 미국의 간첩 노릇을 했거나 비겁자인 적은 없었다. 그는 일제 후반기 내내 코민테른으로부터 조선공산당 조직의 최고책임자로 임명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이 해방되자마자 그를 최고지도자로 옹립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칙적이고 교조적인 성향이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했다고 공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면모가 없었다면 공산당 지도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한계요, 시대의 한계였다. (26-28쪽)
 
○ 국제레닌학교 교수단은 박헌영의 수업 성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활동성이 매우 만족스러우며 몹시 열심히 공부한다는 총평이었다. 그러나 아직 극복하지 못한 관념적 성향을 드러내는 데 대해 심각하게 지적했다.
“발전 정도가 매우 우수하다. 매우 적극적이며 학업에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 실천적 경험이 상당히 빈약하다. 그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학구적이며 도식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한 자기비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만약 이춘 동지가 이러한 결함들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당에 헌신적인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조선공산당 내의 지도적인 집단에서 사업할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낮은 수준의 일상적인 대중적 사업과 견고히 결합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산주의자들은 공장노동자나 농민 같은 기본대중 속에서 조직적 경험을 하고 선전선동의 훈련을 하는 것이 전통처럼 되어 있었다. 낮은 수준의 일상적인 대중사업 속에서 훈련되어야 관념주의나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불행하게도, 운동의 시작 단계부터 지도자로 출발한 박헌영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대중운동의 경험 부족은 그를 자주 학구적이고 도식적인 경향에 빠뜨리게 했다. 레닌학교 교수들은 이 점을 간파해낸 것이다. (148-149쪽)
 
○ 1929년 12월 중순 모스크바의 동방노력자공산대학 구내에서 개최된 조선 공산주의운동에 대한 합동토론회에서 코민테른 동양비서부 조선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발언한 박헌영은 파벌 문제로 인해 신랄한 비판에 직면했다. 당 간부 선발에 대해서, 박헌영은 다양한 종파에서 일하고 있는 좋은 인재들과 감옥에 수감된 공산주의자들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러 공산대학생들은 박헌영이 노동계급 속에서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당 간부로 선출하지 않고 파벌투쟁에 익숙한 감옥의 지식인들 중에서 선발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박헌영이 과거의 혁명역사 위에 공산당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의 화요회 활동에 대해서는 철저한 반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박헌영이나 화요회에 대해 국내에서부터 끈덕지게 비방해온 이들이 현실 운동에서 그다지 헌신적이지 못한 이들이란 점이었다. (152-153쪽)
 
자본주의의 근원적인 모순밖에 읽을 줄 모르는 교조주의자들의 눈에는 세상은 항상 혁명적이고 민중은 항상 혁명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민중은 혁명을 요구하는데 전위가 이를 지도하지 못한다고 불평하며 보다 분발할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해외에서 조선을 바라보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선을 자처한 이들의 주관적이고도 조급한 요구는 느리고 힘겨운 사업에 매진해온 국내 운동가들의 반발을 사는 것이 보통이었다. (156쪽)
 
○ 1932년 7월에 발간된 『콤무니스트』 제6호에서 박헌영은 「상해폭탄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느냐?」라는 제목으로 윤봉길의 폭탄 투척 사건을 다루었다. 그는 윤봉길의 의거는 결코 살인이 아니며 일제의 대표들을 죽이고 ‘병신’을 만들었다는 것은 참으로 통쾌한 기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개인적인 테러와 공산주의와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개인적인 테러는 군중의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투쟁에 장해가 되며 그들에게 비조직적이고 개인적인 투쟁의 환상을 심어 결과적으로는 적에게 유리한 무기가 되고 만다고 보았다. 빨치산과 같은 무장유격대의 활동이 혁명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도 있으나, 이는 대중적 투쟁이 무르익어 무장폭동의 기세가 충분히 성숙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보았다. 의병운동이나 암살운동조차 없었다면 조선의 망국사는 더욱 비참했으리라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투쟁은 민중의 이익을 위해 민중적으로 이뤄져야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160쪽)
박헌영은 조선인 자본가와 지주, 고급 지식인 등 조선인 유산계급이 동맹파업이나 농민쟁의 같은 민중시위는 반대하면서도 윤봉길 사건 같은 개인적 테러 행동은 찬양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들이 민중적 시위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이권도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며 개인적 테러를 찬성하는 것은 적당히 일제에 자극을 가해 보다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함이라고 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윤봉길 사건을 ‘너희끼리 싸우든지 말든지 우리는 모른다’고 손을 씻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기회에 개인적 테러 행동이 결코 혁명적 투쟁 방법이 아닐 뿐 아니라 도리어 군중의 조직적 투쟁을 방해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저 부르주아들이 무엇 때문에 개인 테러를 환영하는가를 광범한 노동자와 농민 대중에게 폭로하는 동시에 우리의 투쟁 방법을 널리 선전하여 대중화시켜야 한다.”
구체적인 투쟁 방법으로는 공장 파업, 실업자의 군중적 행동, 농민쟁의의 조직화 등을 들었다. 이런 싸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공동의 정치적 파업과 시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61-162쪽)
 
○ 소련에서 한인에 대한 숙청은 192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반자본주의 투쟁에 평생을 바쳐온 그들에게 씌워진 죄명은 다름 아닌 자본제국의 간첩이라는 것이었다. 진정 안타까운 것은 러시아왕조와 일본제국주의의 탄압을 두려워 않고 생명을 내걸고 싸웠던 그 많은 혁명가들이, 이 부당하고 참혹한 숙청을 당하면서도 감히 누구도 공개적으로 스탈린과 공산당에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실천에 옮기지도 않은 개인의 욕망과 사상까지 고백하도록 할 뿐 아니라 타인의 생각까지도 끄집어내어 비판하게 만들고 이렇게 들춰낸 관념에 죄를 물어 처형하거나 수용시설로 보낼 수 있게 한 집단비판의 효력이었다. 유물론적 세계관으로 시작한 공산주의가 최악의 관념론에 정복당하고 만 것이다. 이 불가사의한 집단적 광기의 전조는 중국공산당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수백 명의 조선인 항일운동가들이 아무 죄도 없이 동료 공산당원들에게 무자비하게 고문을 당하고 학살되고 있던 것이다. 이른바 민생단 사건이었다.
스탈린의 대숙청과 중국공산당의 민생단 사건은 수많은 공산주의 동조자들을 혁명으로부터 등 돌리게 만들었다. 다수의 서구 공산주의자들은 소련식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보다 민주적인 사회주의 혹은 보다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가미한 자본주의를 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커녕 민주주의라는 말도 한마디 할 수 없는 식민지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어떠한 퇴로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돌아갈 조국조차 없었다.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177-179쪽)
 
○ 모순된 것은 파시즘의 최대 적수인 공산주의자들 역시 전체주의를 활용했다는 사실이었다. 우익 전체주의에 대해서는 타도를 외치면서 좌익 전체주의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라고 옹호한 것이다. 박헌영을 포함한 공산주의자들은 파시즘이라는 이름의 전체주의를 맹렬히 공박하면서도 사회주의란 이름의 파시즘에는 면죄부를 주었다. 이는 명백히 이중적인 잣대였다. 식민지 조선의 가혹한 현실에 두 눈이 가려진 그들은 자기들이 추구하고 있는 이상의 나라와 현실 속의 국가인 소련은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209쪽)
소련공산당에 대한 박헌영의 입장은 언제나 동일했다. 당은 무오류라는 원칙 아래, 소련공산당 혹은 코민테른의 결정이라면 일말의 의심도 표현하지 않고 무조건 복종했다. 벌써 10년 전부터 혁명과 개인,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고민해온 당대 진보적 지식인들의 고충은 박헌영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공산주의 이론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출발했다 할지라도 그 실현과정에서는 무수한 모순에 부딪힐 수 있고, 그 모순을 지적한다고 모두 반공주의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진정으로 진보를 사랑하는 이라면 반드시 이 새로운 이념의 허실을 캐내고, 새로 세워진 권력을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박헌영은 죽는 그날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단 한마디라도 공산주의에 대해 회의하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사상적으로 박헌영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랄 수 있었다. 공산주의 내부의 공격과 달리, 그는 일제의 간첩도 미제의 간첩도 아니었으며, 그 어떤 증언이나 기록에도 그가 비겁자로 굴었다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우익의 공격대로 철두철미한 소련파였으며, 그것이 그의 치명적인 결함의 출발이었다. 그는 오로지 소련공산당과 스탈린이 나눠준 교과서대로 세상을 보려 했다. 일제하 공산주의자들이 모두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행동은 같이하더라도 여러 가지로 번민하는 흔적을 남겼다. 유독 박헌영은 교조적인 원리주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이 그를 불변의 공산당 지도자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위대한 역사적 인물이 될 수 없게 만든 이유도 되었다. (210-211쪽)
 
○ 박헌영이 그랬듯이, 이관술ㆍ이현상ㆍ김삼룡ㆍ이주하 등 경성콤그룹의 핵심들은 자신의 존재를 영웅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대중적으로 드러내는 것조차 극히 꺼리며, 아무런 사심도 개인적 시간도 없이 오로지 당 활동에만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공산주의운동에 대한 일체의 회의나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거의 맹목적이라고나 할 이 철두철미한 헌신성은 그렇지 못한 대다수를 포용하기에는 너무 엄격했다. 그들은 과거에 조금이라도 일제에 타협한 흔적이 있거나 운동에서 이탈했던 사람들, 혹은 분파적인 태도가 확인된 이들을 가차 없이 배격했다. 나아가 자신들과 함께한 이력이 없는 지방의 운동가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불신과 경계심을 갖고 대했다. 특히 조직책임자인 김삼룡은 한 번 배신했던 이들을 믿지 않았다. 그는 차라리 운동경험이 일천하여 좌익맹동주의에 경도되기 쉬운 젊은 공산주의자들을 파견해 지방조직을 장악하게 함으로써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합법적 대중정당으로 출발하는 이제는 진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이들을 하나로 끌어모아 화합을 이뤄내 단결시킬 필요가 절실했으나, 박헌영은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 것이다. (240쪽)
 
○ 박헌영 평전은 시종일관 박헌영이 미제의 간첩이라고 주장했던 북한 재판정의 판결을 반박하는데 초점이 놓여져 있다. 사실 북한의 주장을 수긍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한에서도 엔엘운동권을 빼면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인데, 이를 책 전반에 걸쳐 서술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함께 해왔던 동지들을 간첩, 스파이로 모는 짓은 아무리 선전선동 차원의 것일지라도 지나치다. 비단 박헌영 일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소련에서, 중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했던 간첩몰이를 어떻게 봐야하나. 아마도 지나친 체제유지, 세력유지의 강박에서 나온 과도함이 아닐까 싶다.

 
○ 박헌영 일파가 분파적이었던가, 아니면 해방 전후의 사회주의자들은 물론 좌파 일반이 그렇게 종파적인 것인가. 각 세력들의 노선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서로에게 적대적이었던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긴 나도 상대적으로 그런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전에 동지였던 이들과도 갈라지게 되고... 과거에는 나보다 더 과격했으나 이제는 시민운동을 하는 이들, 관악에서 함께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던 이들, 전진에서 탈퇴한 이들... 운동권과 완전히 선을 그은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적대적일 필요가 없을 듯하다. 물론 그 전제는 그들과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진정 싸워야할 대상도 많은데, 그렇지 않은 이들과 극단적으로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지적하면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는 좀더 포용적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박헌영은) 동지의 인연을 맺은 사람에 대해서는 파벌주의라 비판이 나올 만큼 애정을 갖고 보호하되 적으로 분류된 이들에 대해서는 예리한 비판과 신경질적인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동지에게 소탈하고 온유한 반면 적에게는 맹렬한 이 태도야말로 정치적 권위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상대방을 어루만져 유리하게 결정지어야 할 경우에도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여 협상을 결렬시키고 마는 경우가 있던 게 사실이었다. (277쪽) 
- 박헌영은 이론에 밝은 공산주의자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항상 원칙과 이론에 근거한 주장만을 내세우는 고집 센 혁명가였다. 때로는 소년의 고위 장성들에게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단순무지한 군인들은 말 많고 고집스러운 박헌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283쪽)
→ 이는 해방 초기에 그러하였을 뿐 아래에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에서 김일성이 주도권을 장악한 후에는 박헌영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니면 그런 말을 할 생각 자체가 없었거나...
 
당성이니, 자아비판이니 하는 심리적 압박이 일상화되면서, 언제 어떻게 비판당하고 숙청당하게 될지 모르게 된 공산주의자들은 일제하나 남한에서의 패기를 잃어버리고 점차 위축되어 결국 스스로 전체주의의 부속물이 되어갔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공산주의자들의 비겁함은 들이 당한 불행을 동정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박헌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대개 옳은 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당에서 결정한 잘못된 정책을 가장 앞장서 수행하여 오명을 뒤집어쓴 트로츠키와 같은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제2인자들의 정해진 운명이었다. (394쪽)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결벽증은 조선공산당 출신들의 일반적인 성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주하를 비롯한 이강국ㆍ최용달ㆍ배철ㆍ이원조ㆍ이태준ㆍ이현상ㆍ김응빈ㆍ김태준 등의 원칙주의는 유명했다. … 이들에 비하면 박헌영은 지나칠 만큼 입조심을 하는 편이었다. 하나하나 실권을 잃어가고 있던 1949년 8월경에도 박헌영은 남한의 현실을 맹공격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판에 박힌 연설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490쪽)
실상 북한 주민과 단체들에게 주어진 자유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희생에 한정되어 있었다. 사적인 감정에 충실하거나 개인적인 자유를 얻으려는 태도는 집단적으로 규탄받았다. … 당은 무오류요 지도자는 곧 당이라는 명제 아래 노동당 중앙이나 김일성에 대한 일체의 비판은 물론 만평 같은 불경스런 묘사도 엄금되었다. 박헌영의 생애에 진정한 오류가 있다면 이 전대미문의 전체주의 체제를 끝까지 찬양한 데 있었다. 그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자였던 것, 이상사회를 지향했던 것은 죄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평화통일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무력통일에 찬성했던 것처럼, 파시즘의 죄악에 대해 그토록 많은 논문을 썼으면서도, 스스로 새로운 전체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그 체제에 맹동한 것은 그의 씻을 수 없는 오류였다. (491-492쪽)
 
- 2ㆍ7 구국 투쟁 선포 당시 많은 남로당원들이 체포되어 고초를 당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무모하고 극단적인 투쟁으로 돌파해야 할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막는다는 명목이었지만 북한 역시 단독정부 수립의 최종 절차를 밟고 있었다. 남로당의 전면 투쟁이 박헌영이나 그 측근들의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라 소련군정과 김일성의 제안 또는 승인에 의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에 대해 어떤 항의도 하지 않고, 투쟁을 최종적으로 지시한 박헌영의 책임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결재한 모든 투쟁에 책임을 져야만 했다. (417쪽)
이 시기 박헌영이 보다 장기적으로 역량을 보존하는 데 힘쓰지 않고 너무나 많은 고귀한 생명들을 죽게 만든 것은 그의 커다란 오류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박헌영 혼자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는 없다는 것도 명백했다. (418쪽)
→ 숙청 당시 박헌영이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지난 과오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책은 곳곳에서 평전의 저자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러한 서술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우도 있지만,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 1945년 12월 28일 북한을 첫 방문한 박헌영이 남한 최고의 지식인이자 항일투쟁의 전력도 화려한 인물들(김태준, 박치우, 최용달, 이순근 등)을 대동한 것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서울의 조선공산당 중앙당에는 기본계급인 저학력 노동자 출신이나 10년 이하 감옥살이를 한 이들은 찾을래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 무렵 공산당원의 80%가 양반 출신 지식인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 북한이 해방되자마자 어려운 한자를 폐기하고 한글을 전용하게 한 반면, 대개 고급지식인으로 이뤄진 남한의 빨치산들은 한국전쟁 중에도 온통 한문으로 된 보고서를 주고받는 게 보통이었다. 계급과 학벌에 의한 이 신분적 이질감은 북한 출신들이 남한 출신을 경원시하고 경계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308-309쪽)
→ 이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어야 했을까. 아무래도 남쪽의 사회주의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을 듯한데...
 
○ 1945년 말 1946년 초 신탁통치에 대한 찬반논란은 확실히 남쪽의 좌파에게 커다란 오류가 되었다. 조선공산당이 반탁에서 찬탁으로 바꾼 것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변명이 안된다. 더구나 박헌영이 북쪽에 갔다와서 소련의 지시를 받고 입장을 변경하였다니... “소련의 사주를 받는 공산당이 조선을 또다시 강대국들의 식민지로 전락시키고 나아가 소련의 연방으로 흡수시키려 한다는 우익들의 선동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음을 말할 필요도 없다. 3상협상안이 무조건 신탁통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를 수립하겠다는 결정임을 강조하여 입장을 바꾸었다면, 처음부터 그리했어야 한다. 이로 인해 조선공산당이 정국의 주도권과 대중의 지지를 우익들에게 넘겨준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라고 본다.
  
남한과 비슷하게 80년대 후반 민중혁명에 성공한 필리핀에서도 좌파는 신인민군을 조직하고 바얀당을 건설하여 제법 상당한 세력을 이루었다. 그래서 그들의 활약이 한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는데,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중국 천안문 사태가 났을 때 유혈사태를 유발한 중국공산당을 견결하게 옹호한 점이었다. 그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하부조직이 붕괴되어 버리고, 지금은 거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는 이렇게 여기저기서 반복된다. 앞으로 남한의 진보진영이 그런 실수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인간의 역사를 자유와 평등을 위한 투쟁으로 보는 역사적 유물론을 배운 공산주의자라면 어느 특정 개인에 대한 숭배를 용납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봉건제를 타도한 자본주의까지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들이 봉건적인 지도자 신격화에 반발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었다.
일제 때부터 사회주의운동을 해온 대부분의 운동가들은 박헌영에 대한 최소한의 찬양에도 반발했다. 김학철은 조선공산당사에 걸린 박헌영 만세 구호들을 보고 경악했다. 그는 YMCA 회관에서 열린 공산당집회에서 박헌영이 스탈린 덕분에 조선이 해방되었다고 연설하자 벌떡 일어나 항의하고 퇴장해버렸다. (321쪽)
 
박헌영 일파가 조선공산당에서 주류를 장악하였기에 그들은 중앙파로 분류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중앙파들은 항상 논란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아래 간담회의 분위기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고 안재성은 평하고 있는데, 좌파 정치조직이라면 이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민전 결성 직후인 1946년 2월 19일부터 이틀간 공산당 본부에서 열린 ‘중앙 및 지방동지 연석간담회’에서 반중앙파들은 경성콤그룹 출신들이 자기들만 불굴의 혁명가라 자처하고 그 외의 그룹들의 운동경력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 중앙당에서 지방으로 파견한 조직담당자들이 지방의 정통 운동가들을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새로이 자기들의 조직을 만들고 있다는 것등을 비난하며 이러한 종파주의를 맨 앞에서 지휘하고 있는 김삼룡ㆍ이주하ㆍ김응빈ㆍ이주상 등을 퇴진시키라고 요구했다. 혁명단계 설정 문제, 우익과의 통일전선 문제 등에 대한 박헌영의 오류가 당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결론적으로, 전당대회를 열어 현 중앙을 타도하자는 것이 그들의 공식적인 주장이었다.
당 중앙에 대해 이처럼 자유롭고도 무자비한 비판이 제기되고 또 이를 정중하게 수용하는 광경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었다. 남한에서 열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이 간담회야말로 일제 때부터 공산주의운동을 해온 국내파들의 자유롭고도 민주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된 유일한 회의라 할 만했다. (325-326쪽)
 
○ 일반적으로 권좌를 놓고 물러나는 것이 비판자들을 위해 권력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혁명가가 직책을 벗으려는 것은 무책임한 도피로 비난받을 뿐이었다. (328쪽)
→ 타당한 말이지만, 후자의 이유는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려는 변명인 경우가 많다. 
 
○ 미국과 손잡은 이승만과 한민당의 테러 탄압 아래 남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세력은 거의 없었다. 필요한 것은 투쟁뿐이었다. 조선공산당과 그 후신인 남로당이 우익과 타협하지 못해 정치 주도권을 잃었다는 비판은 순박하거나 아니면 고의적인 왜곡이었다. 오히려 그들의 가치는 타협이 불가능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유일하게 맞선 세력이라는 점에 있었다. (355쪽)
 
○ 남한의 우익들이 자기가 좌익사범들을 얼마나 참혹하게 학살했는가를 평생의 자랑으로 삼는 것과 달리, 공산주의자들은 폭력주의자로 몰리는 것을 제일의 불명예요 수치로 알았다. 진정한 공산주의자라면 누구나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고 단 한명의 인명이라도 구하려 애써야 옳았다. 때문에 남로당 출신들과 북로당 출신들은 서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기 자신이 아닌 내부의 다른 누군가가 폭력을 유발시켰다고 믿고 싶어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386-387쪽)
 
○ 어떤 사람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활달하고 매력적인 성품을 가졌다 해도, 나눠줄 것이 없으면 그저 좋은 친구에 불과한 법이다. 대위 김일성을 수령 김일성으로 만든 힘의 원천은 새 나라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수십만 개의 직책과 금전자원을 배분하는 막강한 권력에 있었다. (390쪽)
 
한국전쟁 전후 북한 사회에 대한 안재성의 묘사도 주목할 만하다.
 
- 남한 지식인들에게 북한은 마치 ‘상부 명령’이라는 원동기와 ‘연락’이라는 벨트로 움직여가는 거대한 기구처럼 보였다. 일찍이 어떤 사회도 도달하지 못했던 기계적인 체계 속에, 각 개인은 그 일부를 형성하는 부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430쪽)
→ 이 대목을 보고 갑자기 ‘뇌봉’이 생각났다. 혁명의 나사못이 되고자 했던 뇌봉...
 
- 학생들은 음악, 무용, 연극 같은 문예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나 그만큼의 시간을 농장이나 공장 혹은 국가적 토목행사에 동원되어 노동을 해야 했다. 학급회의는 쾌활하고 집단주의적인 인간성을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소극성, 시기심, 질투 같은 심리까지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개인주의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을 전체주의로 개조하려 하고 학생들을 집단노동에 동원하는 행위야말로 모든 파시즘 정권들의 공통적인 정책이었다. 겉으로는 누구나 이 체제를 수용하고 찬양했지만 내면으로는 반발이 누적되었다. 불과 2년 후 전쟁으로 국가적 통제가 마비 상태에 빠졌을 때, 최소 20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월남했고 그 중 상당수가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했다. (434쪽)
→ 한국전쟁 발발 전 방북자들의 눈을 통해 본 북한의 실상에 대해 안재성은 위와 같이 평가한다.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책 곳곳에서 일방적으로 정의된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을 내비치는 대목이 그러하다. 슬라보예 지젝이 ‘전체주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던데, 그걸 봤다면 다른 식으로 평가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개인주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최근 이타적 유전자 관련 글을 참고할 수 있겠고, 집단노동에 동원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그 자체는 문제가 있겠지만,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자들도 필수적으로 일정 시간을 내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도록 하는 사회(소설에서는 자본주의 행성에 대비되는 사회주의 행성의 모습)를 건강하게 보았던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을 보았다면 다르게 볼 수 있겠다.
결국 안재성은 공산주의적인 요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다가도 어느 면에 가면 전체주의적인 요소에 대해 부정적으로 서술하는데, 그 접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약간 모순적인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지점들을 안재성은 회피하고 넘어가는 듯하다.

○ 조선공산당은 3만여 명의 정예집단을 유지했으나 남로당은 사상이나 투지가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20만이 넘는 신규 당원의 상당수는 이론학습이나 지하조직의 훈련이 되지 못한 상태였다. … 사상적으로나 조직적으로 훈련이 되지 않은 당원들은 경찰에 체포되기만 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너무 쉽게 털어놓아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체포되게 만들었다.
정적들은 이 결과를 두고 박헌영이 종파적인 욕심으로 당원 배가 사업을 벌여 당을 망쳐놨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당원 배가 사업은 전위정당이던 공산당을 대중정당인 노동당으로 바꾸기 위해 남북노동당이 동시에 실시한 사업이었다.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당원은 1945년 12월에 4,500명에 불과했으나 1948년 북로당원은 무려 80만 명이나 되었다. 북쪽이라 해서 교육이나 훈련이 충실한 것도 아니었다. (419-420쪽)
→ 예나 지금이나, 진보정당의 당원 배가 사업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 민주노동당과 분리하여 창당한 진보신당은 그 오류를 개선하여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더 퇴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촛불집회 이후 대거 입당한 이른바 촛불당원이었고... 물론 대중정당인 이상 당원의 문호를 넓힐 필요는 있으나, 좀더 당원이라면 단지 당비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교육과 학습, 조직활동이 수반되도록 해야 했으나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차치하고라도 진보신당이 과연 변모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노준이 조금더 변하면 좋으련만...
 
○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 비극의 역사는 남침을 선동하는 말과 남한 내의 무장폭동을 선동하는 말의 차이를 중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겉으로 표현되지 않은 머릿속의 생각이란 현실정치에서는 어떤 의미도 갖지 못했다. 박헌영은 마음속으로는 전쟁에 반대하고 샤브신에게 개인적으로 그 속내를 털어놓았을지 몰라도, 어떤 공식적인 회의나 문건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출한 적이 없었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남한 민중들에게 전면적인 폭동을 요구하는 맹렬한 선동뿐이었다. 마음속에만 들어 있는 생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김일성이 주도한 전쟁의 제1 공범임에 틀림없었다. (481쪽)
 
○ (한국전쟁의) 전선이 고착되어 있던 3개월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남한 땅에 이식되었던 북한체제도 실망을 주었다. 중농에도 들지 못하는 이들의 토지를 마저 빼앗아 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다던가, 매일 저녁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상교육을 시킨다든가 하는 모습들은 남한 민중의 거부감을 샀다. 무엇보다도 큰 충격은 김일성 우상화였다. 이승만이 아무리 독재라 하더라도 그를 독재자라 비판하는 다양한 야당들이 모인 국회도 있고 언론도 있었다. 경애하는 지도자나 위대한 수령으로 묘사되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미사여구로 치장된 김일성에 감동받을 남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남한 민중들의 막연한 기대감은 깨져버리고, 빨치산과 인민군은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당사자들은 남한 인민이 공산주의를 염원하지만 ‘미제와 그 괴뢰’들의 잔인하고 혹독한 탄압 때문에 본심을 숨기고 있는 거라고 믿었지만, 이 역시 주관적인 착각이었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공산주의자들이 너무 쉽게, 상식 이하의 주관적인 관념에 빠져버리고 있었다. 패배는 필연적이었다. (529-530쪽)
→ 박헌영 평전에서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은 흥미롭다. 특히 북이 패한 주된 요인 중의 하나가 지휘관들의 무능력이라는 점은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지만(물론 큰 관심도 없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내용이다. 기껏해야 항일유격대 식의 경험만으로 정규전을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아가 인민군이 그렇게 고전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김일성 우상화를 든 점도 설득력이 있다. 이 또한 미쳐 하지 못했던 생각이다. 다른 책들에서도 보지 못한 내용이고... 나는 단지 미군의 공습만을 떠올렸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진정으로 부끄러운 일은 남한 민중이 봉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니었다. 북한 민중이 봉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밀려오는 미군과 국군들에게 맞서 빨치산투쟁을 벌이기는커녕, 앞장서서 환영하고 나섰다. … 연합군은 아무런 장애도 없이, 불과 1개월 만에 거의 북한 전역을 점령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개월 후 국군이 후퇴하기 시작하자 엄청난 수의 북한 민중들은 그 뒤를 따라 남하해버렸다.
북한 수뇌부는 미군의 폭격에 모든 원인을 돌렸으나, 남한은 물론 북한까지 겨우 1개월 만에 빼앗긴 것은 결단코 무장력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현상과 하준수가 이끄는 남한의 빨치산들은 그보다 훨씬 끔찍한 악조건 속에서도 국군의 무기와 탄약을 탈취해가며 2년여를 싸워왔다. 북한의 험준한 산악을 이용해 유격전으로 저항했다면 얼마든지 버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민군 장성과 군관들 누구도 산악 빨치산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531-533쪽)
 
○ 1951년 5월 문화선전성의 유럽부장이었던 박갑동에게 박헌영이 집무실에서 한 말. “직장에 불평불만을 가져서는 안 돼요. 남에서 온 동지들은 모든 것을 꾹 참아야 해요. 남에서 온 당원들은 일제 때부터 부정적 사실에 대해 남달리 예민했고 불평불만을 품고 그것을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하여 혁명의 길로 들어선 것이에요. 해방이 되어서도 우리의 불평불만은 해결되지 못했지요. 북에 와서 불평불만을 품어서는 큰일나요. 모든 것이 일조일석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야 진실한 혁명가가 될 수 있으며 정치가가 될 수 있어요.” (549쪽)
→ 이게 타당한 자세일지...
 
○ 이 전쟁을 시작한 자는 누구라도 전범으로 취급되어야만 했다. 원인 제공자는 해방된 나라의 권력자로 재등장한 부일매국노들이었으나, 피해자는 남북의 민중들이었다. 악당들은 건재했을 뿐 아니라 전쟁특수를 통해 장차 독점자본의 기초를 쌓아갔다. 반면에 남한의 압도 다수 민중들은 반공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일제강점기 동안 축적되었던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신뢰는 파탄이 나고, 동족상잔을 불사하는 전쟁과 인민재판을 떠올리게 만드는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무리들로 각인되었다. 남한의 진보운동은 씨앗이 자랄 토양조차 잃고 말았다. (552쪽)
→ 이러한 이유로 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반공주의를 몰지각한 것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다. 반공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좀더 지난하고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 남한 권력의 주력이 친일파와 친미파들로 이뤄진 데 비해 북한 권력의 핵심이 항일빨치산파로 구성된 점 자체는 비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공산주의 이론에 대한 고민과 그 대중적 실천의 경험이 부족한 군 출신들의 권력화는 북한을 갈수록 질곡에 빠지게 했다. 이 특수한 사회구조는 과연 북한을 사회주의국가로 볼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까지 제기하게 만들었다.
지배권력의 세습과 출신성분의 구별, 거주 이전과 이동의 부자유, 정보통제와 언론, 출판결사의 부자유 등은 명백히 봉건시대의 유물이었다. 심지어 토지와 산업의 국유화조차도 봉건제가 갖고 있던 특성이었다. 북한을 사회주의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어 반제투쟁이라는 동력으로 돌아가는 전근대적 봉건국가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산주의 이론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이 새로운 국가 형태는 주체사상이라는 비과학적 사상으로 합리화되었다.
대숙청 이후 북한에는 정통 공산주의자라고 할 만한 이들이 거의 살아남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봉건적 위계의식이 강한, 의타적이고 복종적인 이들만 살아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점은 실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제거된 자리를 봉건의식 뚜렷한 민족주의자들이 차지함으로써 북한 사회가 자본주의보다도 더 반동적인 봉건체제로 회귀할 가망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610-611쪽)
 
○ 북한의 유일한 승리자 김일성의 집권 50년은 주체사상이라는 이름의 자주노선으로 요약되었다. 그러나 김일성이 죽는 그날까지, 주체와 자립은 구호요, 희망에 머물러 있었다. 북한이 1960년대까지 남한의 두 배 이상 경제력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련의 무상 지원 13억 루블 등,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 및 중국의 막대한 지원 덕분이었다. 소련과 중국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어 지원이 어려워진 1970년대 이후로는 다시는 남한을 능가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일성은 줄곧 국민총생산의 20~30%에 이르는 군사비를 지출하며 4대 군사노선을 유지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중소규모 무장유격대 남파를 계속했으며 미얀마에서 남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등 기습공격을 거듭했다. 무장유격대와 테러에 대한 집착은 정통 사회주의자들과 구별되는 김일성 특유의 성향이었다. 그는 항일빨치산의 경험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었다. (614쪽)
 
○ 문제는 언제나 실천하는 인간에게 있음을, 인간의 역사는 잘 보여준다. 보다 자유롭고 보다 평등하고 보다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인간이 창안해낸 이념들은 언젠가 반드시 현실에 적용된다는 점을 역사는 증명한다. 처음 한동안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지라도, 결국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인간임을 보여준다. 언젠가는 평등과 평화의 나라가 도래하리라던, 박헌영을 비롯한 조선의 혁명가들이 품었던 염원을 한낱 망상이었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622-6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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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0 16:38 2009/12/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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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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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조금 덜 추우려나. 어제가 올해 들어 제일 추웠던 날이었다고 한다. 귀가한 후에 베란다에 놓아두었던 귤을 먹으려고 찾으니 귤이 땡땡 얼어있었다. 그제부터 조금 조짐을 보이긴 했어도 설마 했는데, 이럴 수가.. 그나마 얼지 않은 귤을 찾아서 먹고, 나머지는 거실에 놔두었다. 아침에 보니 원상회복.

 

2. 월요일부터 STATA 특강을 듣기로 했다. 학교 BK사업단에서 진행하는 것인데, 부족한 통계 능력을 만화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체면 따질 때가 아니다. SPSS도 배우는 단계이지만, STATA도 배워두면 유용할 것 같다.

 

문제는 어제 STATA 특강 강의노트와 라이센트 파일을 받아서 노트북에 설치할 때 일어났다. 몇번이고 시도를 했는데, 오류가 나는 거다. 물론 처음부터 계속 실수를 했던 건 사실이다. 이름과 조직을 빼먹고 진행하질 않나... 아침에 시도한 것까지 포함하면 5번 정도를 했는데, 설치가 되긴 했지만, 메뉴얼에 나온 것과 같게 되지는 않았다. 대충 그림은 나오는데, 아마 막상 실행을 하고자 하면 문제가 생길 것임에 틀림 없다. 다른 노트북을 빌리든지 해야지.

 

통계 정복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논문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 여유부리며 이럴 필요가 있냐 싶지만, 이 정도 시간은 내야 하지 않겠나.

 

3. 오늘 제3차 민중대회가 있다. 그 동안 강의, 프로젝트 등을 명목으로 어느새 집회 참석 같은 것에서도 멀어지다 보니 일정조차 몰랐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투쟁일정은 알지 못했다니... 확실히 감이 떨어지긴 한 모양이다. 조금 있으면 시작할 텐데... 가야 하나.

 

4. 김해회 관련 일처리를 다 마무리했다. 종손이다 보니 친척계모임인 김해회에서 할 일이 꽤 있었다. 선산을 화순으로 옮기면서도 거기에 상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런 노력은 종손으로서 당연한 것츠로 치부되고 잘 알아주지도 않는다. 사실 그런 일들에서 해방되고 싶고, 그리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참 모호하다. 

 

묘소위치 결정이나 묘소 정리 같은 것은 다들 한마디씩 하면서도 정착 가장 중요한 비문과 관련된 사항은 다들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제사를 지낸다고 하면서도 제문은 당연히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런 것까지 어머니나 내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써야 했다. 

 

어머니가 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매년 김해회비 결산을 하면서 힘들어했는데, 이번에 선산을 이전하면서 회비를 다 돌려주고 결산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 때문이었다. 종가집에서 해야 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에 따른 소모가 너무 많았다. 내년 양력 설 때 친척들이 다 모이는데, 그 때 총결산을 하면서 털어내버리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제 새벽까지 정리를 했고... 내년부터는 관련 일이 좀 줄어들겠지. 

 

5. 올해가 이제 10여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뭘 했는지... 여전히 한 일도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으니 뭐가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다. 능력이 부족한 건지, 일의 선후를 분간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역량 배분이 잘못된 건지... 아무튼 남은 시간이나마 제대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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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9 15:18 2009/12/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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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대우건설, 매각차익보다는 공공적 가치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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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해법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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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살리는 기업매각 원칙돼야”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9-12-10 오후 10:28:18)
바람직한 M&A 토론회
가격보다 ‘고용유지’ 우선…채권단 아닌 ‘공공기구’ 주체로
  
 
“시공능력평가 1위의 건실한 대우건설 노동자들이 뭘 잘못했기에 또 팔려가는 유랑 신세가 돼야 하나?”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매각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호와 채권단, 우선인수협상대상자 사이에 온갖 확인되지 않는 ‘소문’만 무성하고, 정작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대우건설 직원들의 목소리는 끼어들 여지가 없는 탓이다. 고용승계 문제는 아예 거론도 되지 않는다. 허 대표는 “기업 매각이 올바르게 진행되려면 노조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인수·합병(M&A)에 노조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등 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노동조합들이 이런 화두를 놓고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머리를 맞댄 토론회를 열었다.
 
김석연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장기적으로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이사회 인원 3분의 1 이상을 노조가 추천해 매각 등 주요 의사결정에 의견을 반영하는 ‘노동자 경영참가제도’ 도입을 주문했다. 당장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 입찰 때 고용 평가 점수를 매기거나 인수 뒤 몇년간 고용유지를 의무화하는 등 매각 원칙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현재 ‘자산 매각 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돼 있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조항을 ‘고용’ 위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 조항 때문에 공적자금 관리기관이 인수 주체의 성격·능력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비싼 값’에 파는 데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6조원이 넘는 고가에 대우건설을 팔면서, 금호는 인수자금이 모자라 풋백옵션을 내걸고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가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되파는 ‘부메랑’을 맞았다. 김 변호사는 “가격 우선의 매각 원칙이 해당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사회적 갈등을 키워 국민경제에 부담을 지운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힘을 보탰다.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은행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감독규정을 신설해, 인수한 기업의 재무구조개선 계획 등을 감독 당국에 사후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PEF)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해당 펀드 참여자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인수기업의 잠재적 부실요인이 될 수 있는 풋백옵션 같은 조건은 재무제표상에 적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개인 대출처럼 인수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따져 적정한 대출 규모를 정하는 등 채권금융기관의 심사를 강화하자고도 제안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채권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 대신, 기업 평가나 매각 등을 논의하는 공공기구를 설치하고 주요 사안을 국회에서 결정하자”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하다보니,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나 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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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매각이 해법? 언론이 거간꾼인가 (미디어오늘, 2009년 12월 18일 (금) 13:59:56 이정환 기자)
쌍용차·대우건설, 매각차익보다는 공공적 가치 고민해야
 
쌍용자동차 회생이 결정됐다. 법원이 17일 쌍용차 법정관리인이 제출한 회생계획 수정안을 강제인가 결정을 내리면서 청산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18일 대부분 언론이 이 소식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는데 주목할 부분은 해외 매각을 유력한 대안으로 꼽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팔려갔다가 4년 만에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한 전철을 되풀이할 우려는 없을까. 상하이차라서 문제였지만 다른 회사는 괜찮을까.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쌍용차는 출자전환과 감자를 거쳐 상하이차가 11%, 일반주주가 17%, 채권자가 72%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개발 중인 C200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신차 개발에 필요한 투자비용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는데 있다.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이 해외 매각을 유일한 대안으로 꼽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추가 출자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대부분 언론이 조심스럽게 쌍용차의 정상화 가능성을 내다보고 자생력 확보를 주문하면서도 결국은 매각이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적이다.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자생력을 갖춘 다음 해외에 내다 판다?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매각주체로 이탈리아 피아트 등을 거론하고 있다. 소형차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다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지 않아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계일보는 "쌍용차 회생의 열쇠는 소비자 신뢰회복을 통한 판매확대와 M&A 성패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고 서울신문은 "채권 금융단이 신규 자금조달의 전제조건으로 회생계획안 인가와 인수합병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3자 매각을 위해 해외의 몇몇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결국 막대한 투자비를 댈 새 주인을 찾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쌍용차가 다시 해외에 매각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그 전제조건이 있다. 독자생존을 하더라도 연구개발 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 그리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하는 경우, 국내에서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쌍용차의 해외 매각은 현재로서는 성급한 판단이다. 새로운 인수자가 상하이차처럼 '먹튀'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려갔다가 다시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이나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이나 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언론이 이들 기업들을 단순히 시세차익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얼마에 팔 것인가가 언론의 유일한 관심이다. 대우건설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자금지원을 받는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에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나 산업은행도 쪼개팔기나 합병 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을까. 지난 10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던 "바람직한 기업매각의 해법"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석연 정책위원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노동조합의 의견을 반영시킬 통로가 없다"면서 "종업원 1천명 이상 대기업인 경우 기업의 전체 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노조가 추천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노동자기금제도를 도입해 노동자들이 자사주 형태로 기업의 일정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노사 공동부담으로 재단법인 성격의 기금을 조성하여 자사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자사주의 처분 및 관리에 관한 권한을 노조가 행사하면서 퇴직금의 출연을 가능하게 하고 정부가 세제지원을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 기업문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데 있다"면서 "기업매각에서도 최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차지하면서 매각단가가 올라가고 인수자 쪽에서는 투자대금 환수를 위해 고액배당과 '먹튀'를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정가격을 상회하는 차액에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보장된 풋백옵션이었다"면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우발채무가 되는데 이런 위험이 재무제표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풋백옵션이 명백하게 차입금 성격이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쌍용차와 대우건설 재매각에 이런 이면계약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매입한 지분의 보호예수를 비롯해 인수자금의 상환계획이나 재무구조 개선계획과 그 이행여부에 대한 감독당국의 사후보고 등의 규제를 신설해서 투기적인 기업인수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는 인수 대상자의 자본구성 등을 공표해서 시장에서 이를 판단하도록 하고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한 부당이익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정용건 위원장은 "과거 기업 인수합병의 주요 목적이 수직적·수평적 다각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의 신사업 진출이었다면 신자유주의 금융주도적 축적체제에서는 자본이득이 주된 목표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이종탁 부소장은 "무작정 해외매각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운영구조를 확보하는 적극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자금 회수 또는 매각차익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기 보다는 고용 안정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민하자는 이야기다. 필요하다면 사회적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경실련 김석연 위원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을 매각할 때 고용 계획을 평가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고용유지를 의무화하는 등 원칙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쌍용차의 해외매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거간꾼 행세를 하는 언론의 조급증이 우려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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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17:49 2009/12/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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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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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교수의 아래 글은 아마도 김규항의 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쓴 것인 듯하다. 이 의견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한다. 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김종엽 교수가 말하는 대안대로 해서 우리 안의 이명박을 몰아내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기비판 과잉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 안의 이명박'은 하나의 전형이자 이념형일 뿐이다. 이와 비슷한 사고와 행태는 노무현 일파에게서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과연 '우리 안의 이명박'을 극복할 의지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들이 과연 근본적인 혁신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안의 이명박'을 극복하자고 할 때에는 이에 부회뇌동하는 민주당 류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물론 일상의 삶에서, 대체적인 사회 현안에서 이들 세력과 진보세력을 엄밀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또한 항상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이들에 코드를 맞추고 있는 대중들이 진보진영을 신뢰하는 이들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이대로 멈춰있을 경우 그 결과가 어떠할 것인지는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김종엽 교수는 대중들이 제도적인 기회가 열린다면 자신 안에 있는 속물적 성향보다는 더 생태적이고 더 평등한 삶에 대한 지향을 발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성선설일까. 자본주의 하에서 살아왔고 이에 적응해온 대중이 자연적으로 더 생태적이고 더 평등한 삶을 지향할까. 그것이 더 나은 삶이라는 근거도 전혀 없는데?
 
그래서 대안적인 삶을 직간접적으로 학습하게 하게 체험하도록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게 김종엽 교수가 말한 정치적 대안의 조직화라면, 나는 이를 좀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진보정당 활동도 하지 않는 처지에 대안 부분은 자신 없지만, 적어도 선거연합이나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생협 등의 급진화와 진보정당 실험의 착근을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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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 안의 이명박? (한겨레,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09-12-15 오후 10:31:45)
 
대상에서 악을 발견하는 시선 자체가 악을 품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비판자 자신에게 되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선거 규칙이 중요한 매개로 작용하긴 해도 이 대통령을 선출한 것은 집합체로서 대한민국 시민들이며, 그가 표상하는 가치관으로부터 우리 사회 성원들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되듯이 내 아파트 값이 치솟고 내 아이가 명문대를 입학하기를 바라는 심리가 이 대통령의 당선과 연결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자기비판의 몸짓이 ‘우리 안의 이명박을 몰아내자’거나, 이명박의 대운하보다 더 도도하게 흐르는 ‘우리 안의 대운하’부터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이를 때, 거기서 우리는 자기비판의 과잉을 발견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성토’가 자기비판을 회피하려는 은폐된 시도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듯이, 자기비판의 과잉 또한 비판 대상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우리 자신의 속물성을 지적하며 그것을 선결과제로 내세우는 ‘발본적’ 비판은 나쁜 것과 덜 나쁜 것을 분별하는 ‘지상의 척도’를 세우기 어렵게 하고, 사회적 투쟁 의지를 죄의식으로 물들인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란 자신의 비판 행위와 공적 발언의 일치를 지향하며 투쟁 속에서 스스로를 정화하는 존재라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을 앞으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성찰이라는 과제를 이행하기도 하는 존재라는 점을 무시하게 된다.
 
균형감을 가지려면 가치관의 일신과 존재의 전회 또는 메타노이아를 고창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선호가 사회적 기회구조와 연동된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나는 많은 우리 사회 성원들이 속물적이기보다는 범속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성인의 도를 따를 만한 의지와 능력이 모자라더라도 제도적인 기회가 열린다면 자신 안에 있는 속물적 성향보다는 더 생태적이고 더 평등한 삶에 대한 지향을 발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입시경쟁과 아파트 투기 혹은 연줄과 후견관계에 경사되는 것은 제약된 기회와 기형적인 제도의 산물이지 그 반대는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왜곡된 제도와 좁은 기회구조 속에서 형성되는 성공과 패배의 누적이 그들의 선호와 가치관을 일그러뜨려 왔지만, 그것에 맞서는 대안적 가치관과 선호를 남김없이 갈아 없앨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경쟁에 제 아이를 내몬 부모조차도 그런 전체 과정을 분노와 탄식과 안타까움 속에서 바라보게 된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생활세계는 강한 내적 긴장상태에 있는 것이지 속물화의 높은 파고에 붕괴해버린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학의 위험까지 내포한 자기비판의 엄격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과의 화해된 삶을 향한 지향을 위한 제도적 수로를 여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에서 풀뿌리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다. 그런 과제의 목록을 작성해 본다면, 면밀하게 고안된 제도적 대안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느끼게 되며 그런 과제에 비해 우리의 역량과 노력이 한참 모자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런 대안들이 구체성을 가질 때마다 사회적 선호와 가치관도 변화할 것이며, 그만큼 혁신의 역량도 불어날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지점은 역시 정치적 대안의 조직화이다. 그러므로 선거연합에 대해 논의하고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혁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안의 이명박을 몰아내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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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17:37 2009/12/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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