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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만난 책, 노무현을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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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의 노무현이 만난 책, 노무현을 만난 책 (등록일: 2009.05.27 22:31)을 담아오다.

 
읽었던 책은 비슷한데, 왜 그와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경험 차이? 세계관의 차이?
읽어보지 않은 책도 많구나.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대통령님이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방문객 인사를 마감했던 12월 이후 독서량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랜 시간 앉아있기 힘드셨어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관심 분야는 더욱 넓어졌고 선택하는 책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서거하기 1주일 전에도 여러 권의 책과 자료를 구해달라고 주문하셨습니다. 클린턴 집권 초기 개혁을 한국에 소개한 책들, 클린턴 정부 정책관련 자료, 과거에 읽었던 「디 브리핑」(이철희), 「신군주론」(딕 모리스), 「해밀턴 프로젝트」 등이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대통령님께 전해드렸고 나머지는 찾고 있던 중에 대통령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대통령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 가운데 어느 한 대목 가슴을 치지 않은 게 있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동안 책과 자료를 수집해 전달했던 사람들에겐 “책을 읽을 수 없고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말씀이 그 어떤 구절보다 강한 충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언론의 무차별적인 손가락질 속에서 칩거 동안 유일하게 마음 편히 하실 수 있는 일이 책읽기였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그조차 할 수 없었다면 그 아픔과 그 고통이 얼마나 크셨을까요.

이제 더 이상 대통령님은 책을 읽으실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훌륭한 책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수 없습니다. 이제 가장 최근에 대통령님이 읽으셨던 책, 대통령님을 만날 기회를 가졌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오래오래 기억해 주십시오. 대통령님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책들입니다.
 
*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 W.F. 화이트, 나라사랑(1992)

봉하마을로 귀향하신 뒤 대통령님이 가장 애정을 쏟았던 일은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가꾸는 일이었습니다. 생태농업으로 오리쌀을 재배하고, 화포천을 가꾸고, 봉화산을 가꾸고, 생태연못을 꾸미는 일련의 작업도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가꾸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모든 주민이 공동체를 이루는 이상적인 생태마을의 조성에 관심을 갖다 보니 관련한 책들을 찾아 읽는 일도 많았습니다. 특히 관심을 가졌던 책은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와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었습니다.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인 몬드라곤을 조명한 책입니다. 몬드라곤은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을 통해 모든 것을 소유, 분배하며 대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해 온 도시인데 이 책은 몬드라곤의 성장 비결과 경영체제, 조직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자주 꺼내 읽으신 책입니다.

*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작은나라 쿠바의 커다란 도전
- 요시다 타로 (안철환 옮김), 들녘(2004)

미국의 경제봉쇄로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던 쿠바의 아바나 시민들이 맨손으로 도시를 경작하여 220만 명의 자급을 이뤄낸 신화는 유명합니다. 이러한 생태도시 아바나가 탄생한 배경을 다루고 있는 책이 요시다 타로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입니다. 대통령님은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가꾸는 지혜를 이 책에서 배우고자 했습니다.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2003)

대통령님의 관심은 법률과 정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 독서대를 발명했고 인명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정도로 과학 영역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역사와 현재를 알기 쉽게 정리해 놓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이런 관심의 반영입니다. 대통령님은 수시로 인터넷 서점을 방문해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곤 하시는데 2003년에 나온 이 책도 그런 과정을 통해 구입해 읽으셨습니다.

*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
-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조중빈 옮김), 지식의날개 (2006)

대통령님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습니다. 지난 겨울 읽으셨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역사와 리더십에 대한 관심에서 대통령님이 고른 책입니다. <변혁의 정치 리더십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원시 아프리카 부족장과 중세유럽 절대군주, 미국의 여러 대통령들 사례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는 리더의 임무와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동영 국회의원 등 현실 정치인의 추천도 대통령님의 눈길을 끈듯합니다.


*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 돌베개 (2009)

대통령님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내온 <후불제 민주주의>도 관심 있게 읽으셨습니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을 유시민 장관 특유의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있는데, 저자와의 개인적 인연이 각별한 만큼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셨던 책입니다.

* 유엔미래보고서 - 미리 가본 2018년
- 박영숙, 제롬 글렌, 테드 고든, 교보문고(2008)

재임 시절 비전2030을 제시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통령님은 우리 사회 미래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30년간의 보수시대가 저무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미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유엔미래포럼이 매년 발간하는 <유엔미래보고서>도 그런 이유로 찾아 읽으셨습니다. 이 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변화에 대한 주요 예측과 더불어 기후변화, 물 부족, 인구와 자원, 빈부격차 등 지구촌 미래를 위협하는 15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에 대한 방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유러피언 드림 The European Dream
- 제레미 리프킨 (이원기 옮김), 민음사(2004)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은 폴 크루그만의 <미래를 말하다>와 함께 대통령님이 퇴임 뒤 가장 가까이 두고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책은 “개인의 자율성과 부의 축적이 핵심인 아메리칸 드림은 급변하는 미래 사회를 지탱할 수 없으며, 긴밀히 연결된 네트워크 세계에서 타인간의 관계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유러피언 드림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님이 퇴임 후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권했던 책입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자주 하셨던 책이 바로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입니다.

*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
- 제레미 리프킨 (이희재 옮김), 민음사(2001)
* 수소혁명 - 석유 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 제레미 리프킨 (이진수 옮김), 민음사(2003)

유러피언 드림에 대한 대통령님의 호감은 저자 제레미 리프킨에 대한 호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유러피언 드림>에서 나타난 리프킨의 시각이 어떻게 구체화됐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셨습니다. 이전 저작까지 정독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소유의 종말>, <수소혁명-석유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등이 그러한 책들입니다.

리프킨의 책을 가까이 하셨던 것은 내용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논지를 펼쳐가는 리프킨의 서술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으셨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리하는 책을 한번 써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말씀도 자주 하시곤 했습니다.

* 슈퍼자본주의 Supercapitalism
- 로버트 라이시(형선호 옮김), 김영사 (2008)

미국 클린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의 <슈퍼자본주의>도 대통령님이 자주 언급하셨던 책입니다. 라이시는 1970년대 이후로 모든 것들이 급격하게 변했으며 대기업들은 훨씬 더 경쟁적이고 지구적이고 혁신적이 되면서 소위 슈퍼자본주의가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이같은 변화의 과정에서, 소비자와 투자자인 우리의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능력은 퇴보했다고 지적합니다. 라이시는 이 책을 통해 정치에 개입하려는 기업, 민주주의에 침투하려는 슈퍼자본주의를 경고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대통령님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더 플랜 The Plan
- 람 에마뉴엘, 브루스 리드 (안병진 옮김), 리북, (2008)

미국 민주당의 전략가인 람 메마뉴엘과 브루스 리드의 <더 플랜>은 미국의 변화를 위해 미국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젠다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 책입니다. 대통령님은 재임 시절 읽었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와 이 책의 관점 차이를 말씀하시곤 했는데,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읽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국가의 역할 - 장하준이 제시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
- 장하준 (이종태, 황해선 옮김), 부키(2006)

지난 겨울 대통령님의 주된 관심사는 ‘국가의 역할’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국가는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게 대통령님의 생각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하여 관련 서적들을 주문하여 탐독하셨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장하준 교수의 <국가의 역할>이었습니다.

* 시장인가, 정부인가?
- 김승욱, 김재익, 유원근, 조용래, 부키(2004)

국가의 역할에 관심은 <시장인가, 정부인가?>라는 경제학의 오랜 논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통령님은 예전에 읽었던 여러 책을 다시 꺼내들어 자유주의 성립과 몰락, 케인즈주의의 등장,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고전적 자유주의가 부활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는 한편, <시장인가, 정부인가?> 등의 국내 서적도 참고로 하여 ‘시장’을 바라보는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의 차이를 구명해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 사회정책의 제3의 길 - 한국형 사회투자정책의 모색 (2008)
- 김혜원, 양재진, 이종태, 정형선, 백산서당(2008)

<사회정책의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의 발전모델이나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이 아닌 새로운 사회투자정책을 모색하는 책입니다. 대통령님은 <시장인가, 정부인가?>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이 책에 관심을 두셨습니다.

* 제 3의 길 (The)Third way
- 앤서니 기든스 (한상진 옮김), 생각의나무(2001)

보수, 진보에 대한 관심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케인즈주의를 대체하여 경제학을 지배하게 된 근본 배경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1980년을 전후하여 신자유주의 시대라는 보수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가 실패했기 때문인가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인가?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던 노무현대통령은 유럽 사민주의 진영의 제3의 길 또는 신중도노선을 전면으로 재검토해 보기로 합니다. 가장 먼저 꺼내 든 책이 앤서니 기든스의 <제 3의 길>이었습니다.

* 노동의 미래 Where Now for New Labour
- 앤서니 기든스 (신광영 옮김), 을유문화사 (2002)
*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 Over to You, Mr. Brown
- 앤서니 기든스 (김연각 옮김), 인간사랑 (2007)

대통령님은 <제3의 길>을 시작으로 기든스의 <노동의 미래>, <이제 당신차례요, Mr. 브라운> 등을 순서대로 다시 읽으셨습니다. 이미 읽으신 책을 다시 찾아 읽으신 이유는 토니 블레어로 대표되는 유럽 진보진영의 리더들이 제3의 길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한 탐구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의 배경에는 진보진영에게 ‘제3의 길 이외 선택은 없었던가?’라는 의문이 자리잡고 있던 듯합니다. 최근까지도 대통령님은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종류의 책을 주문하셨기 때문입니다.

* 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 토머스 키다 (박윤정 옮김), 열음사, (2006)

최근 대통령님은 사람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게 되는 심리적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셨습니다. 또 자신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으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셨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하던 중 추천 받은 책 가운데 하나가 <생각의 오류>였습니다.

이 책은 누구나 구조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생각의 오류’를 6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으려고 하는데 “통계수치보다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더 솔깃해한다”, “내 생각에 의문을 품기보다 확신하려 든다”, “세상에는 운과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음을 간과한다”, “인간의 기억은 이따금 부정확하다” 등이 이러한 생각의 오류를 낳는 이유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Opening Skinner's Box
- 로렌 슬레이터(조증열 옮김), 에코의서재 (2004)

이 책도 심리학에 대한 대통령님의 관심에서 선택된 것입니다. 20세기 심리학이 인간 행동을 관찰한 끝에 던진 질문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 의지와 복종의 문제, 사랑의 본질, 군중 심리와 방관자 효과, 기억의 메커니즘 등 인간 심리와 관련된 핵심 주제를 파헤치는 실험을 통해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예리하고 중요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디케의 눈
- 금태섭, 궁리(2008)

법률가로서 대통령님의 관심을 반영하는 책입니다. 18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일반 국민을 비롯하여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체계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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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05:26 2009/10/26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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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매각, 국가재정 위기 타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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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기고 요청이 들어와서 쓴 글이다. 원고지 12매로 써달라고 하는데, 생각만큼 줄여지지 않더라. 또한 아무리 주제가 어쩔 수 없다지만, 이렇게 건조하게밖에 글을 쓸 수 없는지 싶기도 하고... 갈수록 왜 설득력 있게 글을 쓰지 못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더욱이 지금은 민영화가 전선의 핵심은 아닌데 하는 생각도 있고 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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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매각, 국가재정 위기 타개책? (민중의 소리,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2009-10-19 10:10:21)
[기고]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 서두르는 이유
  
그 동안 주로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기관 선진화의 일환으로 131개 공공기관의 출자회사 지분매각, 폐지ㆍ청산, 통폐합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던 공공기관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모양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9년 8월말 현재 공공기관 출자회사 17곳의 지분 매각을 완료하여, 700억원 가량을 회수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공공기관의 출자회사 지분 매각액의 270배에 달하는 매각대금이 예상되는 공공기관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3차에 걸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서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는 기관 5개를 포함하여 24개 공공기관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확정ㆍ발표한 바 있다.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공적자금 지원기관을 포함하여 공공기관 매각대금으로 약 63조 정도를 추정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10월 12일 배영식 의원에게 제출한 ‘민영화대상 공공기관 예상 매각대금’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총 24개 공공기관의 매각 예상액은 경영권을 매각할 청주공항과 2개의 자본잠식 기관(안산도시개발, 뉴서울CC)을 뺀 21개 공공기관의 총계가 2008년 말 기준 18조8401억 원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분 100% 가운데 51%를 매각하는 산업은행의 매각예상액이 8조148억 원으로 가장 많고, 보유 중인 65%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기업은행의 매각예상액이 4조8897억 원으로 그 다음이다. 
   
주요 민영화대상 공공기관 매각예상금액

공공기관

지분

매각금액

산업은행

51%

8조148억 원

기업은행

65%

4조8897억 원

대한주택보증

55.1%

2조4481억 원

인천국제공항

49%

2조90억 원

산은캐피탈

99.9%

5106억 원

기은캐피탈

99.3%

2113억 원

지역난방공사

21.2%

1518억 원

한국전력기술

40%

981억 원

경북관광개발공사

100%

836억 원

한국토지신탁

31.3%

829억 원

한전KPS

20%

821억 원

농지개량

100%

51억 원

총계

 

18조8401억 원

* 자료 : 기획재정부.
  
몇 차례 진행되었던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도 민영화 및 지분매각 대상 24개 기관 중 13개 기관이 이사회 의결 완료 후 매각절차 진행중이라는 사실만을 밝혔고, 기획재정부가 7월 31일에 배포한 “공공기관 민영화 추진현황 점검”에서도 매월 점검회의를 통해 민영화 추진상황을 점검?독려하고 있으며, 자산평가 완료, 매각공고 등 그 추진일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민영화대상 공공기관의 매각예상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국정조사에서 그 매각예상총액이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인데도, 언론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거의 19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임에도 그러하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매각 예상대금은 작년말 해당 공기업의 순자산 가치에 매각지분율을 곱해 단순 산출한 것이며, 따라서 향후 기업가치 평가결과, 상장추진 여부, 주가변동 등에 따라 상당 수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무심한 기재부의 태도는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13개 기관 중에서 단지 (주)농지개량 1곳만이 매각되어 지지부진한 민영화 상황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민영화는 계속 지지부진할까.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은 2010년 예산안에서 잘 드러난다. 정부는 무리한 부자감세로 세입기반이 크게 훼손되자 부족한 재원확보를 위해 국유재산의 매각이나 지분배당금 등을 포함하는 세외수입을 7.4%(21조7000억 원→23조3000억 원) 증가시켰다. 여기에는 2009년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매각이 연기된 기업은행 주식매각수입 12,690억 원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매각수입의 일부인 5,909억 원이 반영되어 공기업 주식 매각을 통해 국가재정 위기를 타개해보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민영화를 통한 세외수입의 확보는 항구적인 재원확보 대책도 될 수 없을 뿐더러, 기간산업의 헐값 매각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2010년 10%의 공사 지분을 IPO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5,909억 원이 인천공항 10%지분 매각 가격이라면 정부가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49% 지분의 가치는 2조 8954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기재부가 배영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인천공항의 매각예상액은 이보다 낮은 2조90억 원이었다. 그러나 2008년도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총 자산가치는 장부가액으로 8조2100억 원(부채를 제외한 순자산가치는 장부가액으로 4조 1000억 원)이고, 보유토지의 공시지가를 반영한 금액은 11조 7867억 원에 이른다. 이런 인천공항의 49% 지분을 2초90억 원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민영화 추진세력들은 민영화의 기대효과로서 효율성 증대, 적자공기업 민영화 시 재정적자 감축 및 신규투자를 위한 정부지원 절감, 작은 정부의 실현 등을 든다. 하지만, 민영화는 위에서 본 것처럼 부유층과 대기업에게 조세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적 감세정책으로 발생하는 국가재정적자를 축소하고 정부 세입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시장논리에 따르면, 공공성이 매우 낮은 기관, 그 중에서도 경영효율성이 떨어지는 기관이 우선적으로 민영화 대상이 되어야 하나, 이와는 반대로 수익이 짭짤한 알짜 공기업을 팔아치우거나, 실적이 나쁜 공기업의 경우에는 사적 자본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여 먹기 좋게 포장을 하게 된다. 포항제철(현 포스코), 담배인삼공사(현 KT&G), 한국통신(현 KT) 등 과거 민영화된 공기업들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를 통해 수익성이 높아진다면 이들 기관들을 매각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굳이 매각하겠다고 고집을 세운다면, 국가재정위기의 타개, 재정수입의 확보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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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20:13 2009/10/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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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의 노래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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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이 진행한 정태춘, 박은옥 인터뷰는 참 많은 걸 생각나게 하고, 동감할 지점도 많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태춘, 박은옥씨와 생각은 비슷하나, 보였던 행태는 달랐던 듯 싶다. 그들은 예술가이지만, 나는 걍 백수여서 그런가.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절망도 하고, 분노도 했지만, 그래서 내게 남은 게 무엇인지... 어쩌면 나를 보고도 맛이 갔다고 할 사람들도 있을 터. 항상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문제다. 노빠들만이 그런 것은 아니고... 나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예전에는 곧잘 이들의 노래를 듣곤 했는데,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5년이 넘게 이들이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참,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조가 각종 행사 때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는 공문을 각급 기관에 보냈다고 한다. 공무원이 민중가요를 부르고 대정부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행위는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해 국가공무원법 제63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짓이란다. 지난 5.18기념식 정부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은 그럼 어떻게 봐야 하나. 
 
정태춘의 노래는 민중가요일까? 1996년 이전의 서정적인 노래들은 대중가요인 걸까. 대중가요와 민중가요의 경계도 애매하구나. 하긴 요즘엔 간혹 있는 꽃다지의 공연을 제외하고는 민중가요를 집회자리 외에는 접할 기회가 드문 듯하다. 민중가요 중에서도 좋은 노래가 많은데...
 
 
역시 운동이 침체기라서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 다시 예전처럼 좋은 노래들을 만들고 불러주었으면 좋으련만... 오늘은 그들의 옛노래나 들으면서 책을 봐야겠다.
 
이 인터뷰를 보면서 10월27일~11월1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정태춘·박은옥씨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일정과 많이 중복되는데, 어떻게 시간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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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침묵…인간에게 희망 있나 회의했다” (한겨레, 김규항 문화평론가, 2009-10-23 오후 02:34:09)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자본의 독재 외면
상상력이 정당에 머문다는건 현 세상 극복 포기
 
 
“현실 정치에서 당선 가능성이라든가 현실적 실현 가능성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우리의 상상력의 최대치가 제도정당의 그것에 머문다는 건 우리가 현재 세상을 넘어서길 포기한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나는 그런 상상력의 빈곤이 답답했어요.”
 
“김대중 정권 즈음에 다들 거대담론이 아니라 미시담론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반대 생각이었어요. 거대한 것이 밀려오고 있었어요.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사적인 변화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래서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큰 거대담론이 필요한데 그 변화를 읽지 못하고 시민의 일상, 지역의 문제 같은 미시적인 문제만 중요시했지요.”
 
“급진적인 세력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메인 스트림 속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메인 스트림에 한 발 걸친 운동으로 갈아탈 조건을 가졌다는 건 분명히 그들의 약점일 수 있었죠. 그런 면에서 나는 그들과는 조금 달랐다고 할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나는 변혁운동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일원이기도 했지만 음악가로서 개별적인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개별성이 변화하는 상황을 그나마 내 나름의 눈으로 보게 했던 것 같기도 해요.”
 
(박)“이 사람이 반복해서 말했어요. 군부독재가 물러났지만 이젠 더 공고하고 사악한 자본의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그런 변화에 대해선 외면하고 그 질서 속에 들어가 명랑한 얼굴로 개혁을 말하고 민주화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
 
“예술가들이 시대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시대엔 대중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슬로건을 가지고 혼자 치고 나갈 수도 있는 거죠. 예술가들이 대중과 함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대중으로부터 유리되더라도 진정한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거죠.”
 
“역사를 보면 시대의 진보성이라는 게 역사적 격동기를 거치면서 그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진보가 주류 사회로 체제내화하면서 그보다 급진적인 것들은 ‘철 지난 이야기들’, ‘불편한 존재들’로 폐기되는 거잖아요. 그런 처지를 당하는 사람은 한때 절망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대부분의 많은 세대들은 인생에서 그런 격동기를 아예 체험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져가죠. 그러니 인생에서 그런 역사적 격동, 변화의 시대라는 공공적 열정의 체험을 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기본적인 뼈대는 역시 오늘 우리가 매여 살아가는 이 자본의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겠죠. 어떻게 하면 그 체제에 불복종하고 그 체제에서 이탈해서 좀더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그런 고민의 국제적인 실천과 연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당신들의 문명열차에서 뛰어내렸다’ 말하면서 고작 그 비상구 앞에 무기력하게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게 현재 내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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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서 더 이상 노래가 나오지 않아” (한겨레21 2009.10.30 제783호, 안수찬 기자)
[VS] 데뷔 30주년에 마지막 정규공연 여는 정태춘·박은옥 부부…
“수년간 싸운 대중의 열매를 누가 가져갔나”

 
정 = 나는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 지식인도 아니다. 그러나 <실천문학> 같은 것을 읽으면서 삶이나 예술의 목적을 찾았다. 내가 주류 문화를 왜 싫어하는지 알게 됐다. 그만큼 그런 문제에 갈급해 있었고,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정 =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불편했던 사람들, 절망했던 사람들이 있다. 누가 승리했는가 하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대중이 몇 년 동안 싸운 열매를 누가 가져간 것인가. 그런 세상에 편입해 들어갈 수 없었다. 자본의 지배로 진입해가고 있었다. 거기에 동승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이 문명의 일부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선언하고 이 문명에서 이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 자기 입으로는 (세상에 대해) 문을 닫았다고 하지만, 더듬이는 항상 사람 사는 일에 가 있다.
 
정 = 아니, 역할론은 싫다. 어떤 것을 해왔으니까 이제는 이런 것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지금까지 첨병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도 전선에 서라고?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역할이란 건 없다. 자기 열정으로 자기 실천을 하는 것이지. 열정이 식으면 그 사람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상황에 대해 새로운 열정을 가진 인간이 반드시 나타난다.
 
정 = 나한테 노래는 굉장히 중요했다. 나를 표현하고 실천하는 도구였다. 노래를 다시 시작한다면 대단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섣불리 시작해 그만둘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 = 내 속에서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노래가 나오는데 일부러 억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나온다. 더 이상 그런 게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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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17:17 2009/10/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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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사]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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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09:31:33
'넛지'가 번역되어 나온 줄 모르고 영어로 된 관련 서평을 읽고 이해하기 힘들어 하던 후배에게 이 책의 서평기사를 말해주며 번역본을 보라 하였다. 그랬더니 아마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무슨 집회에 함께 참여하는 길이어서 바로 교보문고에서 그 책을 사더라. 서평만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MB각하께서 휴가를 떠나시며 파란기와집 직원들에게 이 '넛지'란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랬을까 궁금하더라. 오바마 따라배우기 차원에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서울신문의 진경호 논설위원이 '넛지'란 책을 추천한 이유를 MB정부의 국정홍보 강화 노력과 연결지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썼다. "넛지의 시작은 옆구리를 찌를 팔꿈치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눈과 귀"인데도, 소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홍보에만 신경쓴다는 것이다. 물론 소통의 부족이 MB정부가 가진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것마저 하는 않는 형편에 뭘 기대할 수 있으랴 싶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이끌어내는 함의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아니, MB가 '넛지'를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을까. 아무튼 올 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늘었다. 후배 녀석에게 빌려 봐야겠군. 그러고 보면 내가 행동경제학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현명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2009-04-21 16:37)
 
'넛지'(리더스북 펴냄)는 파리가 그려진 소변기처럼 강요나 인센티브 없이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내는 힘인 '넛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넛지(nudge)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단어지만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하버드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로 정의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넛지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뜻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붙이는 것은 넛지지만 '파리 그림을 맞추시오'라고 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넛지를 만드는 것은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다. 선택설계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으로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붙이기로 결정한 사람이 바로 선택설계자가 된다. 넛지가 필요한 것은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인간의 성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편견 때문에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허다하다. 저자들은 이 때문에 어떤 특정한 정책이나 방침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되면 민간의 기업이나 공공 부문의 관리자들이 넛지를 이용해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 제시되는 넛지의 사례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넛지는 환경문제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넛지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다.
  
넛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온건한 개입주의를 받아들이면 그 이후에는 극도의 개입주의적 간섭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해 과도한 자유주의가 오히려 심각한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요를 수반하지 않는 개입주의인 넛지는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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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은 부드러움이 지배한다 (한국, 장병욱기자, 2009/04/25 02:49:13)
한 장의 표어, 모형파리 소변기… 강요와 제재 없이 인간 행동을 변화
넛지/캐스 선스타인 등 지음ㆍ안진환 옮김/리더스북 발행ㆍ428쪽ㆍ1만5,500원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Don't mess with Texas)!" 고속도로에 무심코 버려지는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텍사스주가 TV에 내보낸 공익광고 카피다. 인기 풋볼팀 선수들이 쓰레기를 줍다 맥주캔을 찌그러트리며 으르릉대던 화면이었다.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 표현은 그러나 2006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표어로 선정, 뉴욕 도심을 행진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1년 만에 텍사스주의 쓰레기는 29% 줄더니, 6년 후에는 72%까지 감소했던 것이다(100쪽).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강제도, 강압도 아니다. 비밀은 창의적인 넛지(nudge)에 있다.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에서 나와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통하는 말이다. 이것을 두고 <넛지>의 저자들은 자유주의적 개입 혹은 간섭이라고 규정한다.
 
넛지는 어떤 선택을 금지한다거나 경제적 조건들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부드럽지만, 그 힘은 강력하다. 인간의 행동 양식을 현격하게 변화시키는 모든 요소를 아우른다. 이 책의 표현에 의하면 "인간은 넛지 당하고 있는"(69쪽)는 것이다. 인간의 비논리성에 주목, 실질적 행동을 유도해 내는 사람들을 가리켜 이 책의 저자는 '선택 설계자'라고 부른다. 넛지란 그런 자들이 사용하는 '부드러운 힘'이다.
 
우리 시대 초미의 관심사가 된 환경 문제, 특히 지구 온난화의 해결이라는 심각한 문제에서도 '온화한' 넛지는 탁월한 비법을 창출할 수 있다. 1990년 미국 역사상 가장 극적인 형태의 경제적 인세티브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대기오염 방지법(Clean Air Act)'의 수정조항이 좋은 예다. 대기오염을 줄이면 그만큼을 배출권을 거래하는 등 현금으로 환불받을 수 있게 해, 결국 산성비를 규제하는 데 강력한 효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넛지는 아들 부시 대통령의 경직된 팽창주의에 넌더리 난 미국의 새로운 선택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또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 속에서 일가족 살해 후 자살하는 가장들이 속출하고 있는 미국을 떠안게 된 오바마 행정부에게 주어진 일말의 희망이기도 하다. 넛지는 또한 붕괴 수준에 이른 전통 혼인 제도에 대한 현실적 구제책이 될 수도 있다. 요체는 결혼의 완전 민영화다. 기존의 결혼을 폐지하고, 대신 '시민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광범위한 실험이 허용돼야 한다는, 미국적인 제안(329쪽)이다.
 
저자 중 한 명인 캐스 선스타인은 현재 오바마 정부의 규제정보국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공저자인 리처드 탈러는 넛지를 주제로 한 행동경제학을 정치ㆍ경제학계에 유포한 주인공이다. 탈러의 이론에 기반한 저축 플랜은 빚더미에 앉은 미국을 구할 수 있는 처방으로 각광받았다. 한 가지, 저자는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 넛지가 자칫 부패 공무원들에게 매력적 옵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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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나를 변화시키는 ‘숨겨진 간섭’ (경향, 한윤정기자, 2009-04-24-17:44:21)
넛지,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 리더스북
 
암스테르담 공항은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여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었다. 같은 목적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있다. 소변기를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할 수도 있고, 깨끗이 이용하는 사람에게 할인 쿠폰을 줄 수도 있다. 전자가 금지, 후자가 인센티브라면 파리 모양 스티커는 ‘넛지’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란 뜻을 가진 넛지(nudge)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개입, 혹은 간섭을 가리킨다.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있는 상태를 말한다. 넛지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S자 커브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은 시카고의 레이크쇼어 도로에 일부러 좁은 차선을 그려놓았더니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속도를 낮췄다. 참가자들에게 캠벨사의 토마토 수프를 먹도록 하고 그릇 밑에서 몰래 채워주는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엄청난 양을 먹어치웠다. 2006년 미 의회를 통과한 새 연금보호법 역시 고용주들에게 기존의 은퇴연금을 변경할 의무는 없지만 변경할 경우 보상을 얻게 만든다는 점에서 넛지의 훌륭한 예다. 
 
정책 시행에서 넛지는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선택들, 즉 어렵고 빈도가 낮으며 적절한 피드백이 제공되지 않을 뿐더러 선택과 경험 간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선택들을 마주하게 될 때 필요하다.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자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행동을 바꾼다. 타인의 선택을 설계한다는 이 아이디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데이비드 카메론이 이끄는 영국 보수당에서 채택, 시행되기도 했다.
 
시카고대 동료 교수로 각각 경제학자, 법학자인 저자들은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금지, 인센티브와 함께 넛지가 중요한 정책조합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넛지에 대한 반대 논리를 차단한다. 그들에 따르면 넛지가 타당한 이유는 무엇보다 인간의 약점 때문이다. 기존 경제학의 전제는 사람은 누구나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다르다. 사탕이 건강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먹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개인의 선택을 옹호하는 자유주의보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즉 넛지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높일 수 있다. 넛지가 자칫 통제사회로 갈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개인의 선택이 어떤 경우에도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 개입과 강요는 다르다는 점을 들어 반박한다. 이 책의 탈고(2008년 여름) 직후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해 저자들은 너무 복잡해진 금융상품이 무분별한 선택과 무책임한 판단을 야기해 발생한 혼란으로 진단하면서 과거처럼 30년 고정금리 표준모기지만을 허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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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똑똑한 선택 끌어내는 부드러운 힘 넛지 (서울, 최여경기자, 2009-04-24  19면)
 
# 미국 일리노이주가 운영하는 장기 기증 홍보 웹사이트 ‘도네이트 라이프’에는 “당신의 장기 기증이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으니 서명하라.”는 주장이 없다. 다만 “일리노이주는 성인의 87%가 장기 기증자로 등록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느끼며, 거주 성인 중 60%는 장기 기증자로 등록돼 있다.”는 문구만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옳은 일이라고 느끼고, 실제로 이것을 행하고 싶어한다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본래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단어지만 탈러와 선스타인은 이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로 끌어들이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이다. ‘자유’와 ‘개입’이라는 모순된 단어가 혼용이 가능한 것은, 선택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심각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자유주의) 이로운 결정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려고 하기(개입주의) 때문이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급식 시간에 몸에 좋은 반찬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지만, 패스트푸드를 먹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이런 넛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선택 설계자’로,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구성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이며, 평균 이상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편견 때문에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잦다. ‘100명 중 90명이 산다.’와 ‘100명 중 10명이 죽는다.’는 같은 뜻이지만 ‘산다.’와 ‘죽는다.’의 어감으로 전자를 더 나은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특성이 있으므로 민간의 기업이나 공공부문의 관리자들은 어떤 특정한 정책이나 방침이 보다 낫다고 생각되면 넛지를 이용해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넛지를 공공 영역에 활용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세계에서 가장 경치 좋은 도로로 꼽히는 미국 시카고의 레이크쇼어 도로는 S자 곡선길이 이어진 위험한 구간이 있어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시 당국은 도로 위에 하얀 선을 그어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한다. 덜컹거리는 과속방지턱을 이용해 강제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대신 점점 좁아지는 하얀 선을 이용해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를 주면서 본능적으로 속도를 낮추는 결과를 낸다.
 
에너지 문제에서도 효과적이다. 캘리포니아주 샌마커스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가구에 에너지 소비량 통보와 함께 찡그린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자 에너지 소비량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한 말 대신 정보를 주는 감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되며 행동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넛지에 대한 위험도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표방한 ‘개입’이 서서히 침투되면서 이것이 ‘간섭’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저자들은 과도한 자유주의가 최근의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요를 동반하지 않은 개입주의인 넛지는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도 수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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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왕상한의 ‘왕성한 책읽기’]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주간동아,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2009-05-27 10:41)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주위를 환기하기 위해) 남을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이다. 심리학자들은 넛지란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이 책 저자들은 ‘강제하거나 금지하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개입)’이라고 정의한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오바마 행정부에 합류해 규제정보국 일을 돕고 있는 캐스 선스타인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심리학적 성과를 수용하는 행동경제학 연구를 계속해 ‘행동경제학의 발명가’로 불리는 리처드 탈러가 공동 저자다. 인간의 사고방식과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에 대해 주목한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사람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도록 돕고, 재미있으면서도 중요하고 실용적이기까지 한 의견들을 이 책을 통해 상세하게 제시한다.
 
이들은 ‘넛지’는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유도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내일 투표할 예정이냐’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디폴트 옵션(지정하지 않았을 때 자동적으로 선택되는 옵션)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의 사례들을 담았다.
 
저자들은 인간 뇌의 인지능력 상이함에서 오는 시스템적인 오류나 유혹과 자기통제 능력, 무심한 선택, 집단동조 현상 등을 실험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선택이 얼마나 어이없고 불완전한지를 보여준다. 가령 베토벤이 청각을 잃고도 ‘합창교향곡’을 작곡했지만 종종 집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렸다는 것은 뇌가 담당하는 영역의 차이에서 오는 이중성을 보여주는 한 예라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구입하면 벨소리, 배경화면 등 많은 것을 선택해서 입력해야 한다. 제조업체는 이들 선택 항목에 대해 미리 디폴트 옵션을 지정해놓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디폴트 옵션과 무관하게 업체가 설정해놓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넛지는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용자 환경을 편리하게 바꿈으로써 대박을 터뜨린 아이팟이 대표적 예다. 이를 공공적인 영역으로 확대하면, 예컨대 위험한 급커브 구간에서 차선 간격을 좁게 그려 속도가 증가하는 느낌을 줌으로써 운전자들이 본능적으로 속도를 늦추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선택 설계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법대 교수와 경영대 교수가 쓴 책이지만 ‘경영 냄새’는 나도 ‘법 냄새’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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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간섭 안하는듯… 미(美) '넛지(nudge·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규제 뜬다 (조선, 김연주 기자, 2009.06.24 03:08)
이해 쉬운 '표준상품' 제시 소비자 올바른 판단 유도
'넛지' 저자 백악관 요직에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금융규제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소비자금융보호국(CFPA)'을 신설했다. CFPA는 때때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정보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기타 금융상품들에 대한 감독을 맡는다. 이 기구가 신설되기까지에는 '넛지(Nudge)'라는 책과, 이 책의 공저자(共著者)인 카스 선스타인(Sunstein)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선스타인 교수는 현재 백악관의 정보·규제 담당 실장에 내정됐다.
 
그릇의 크기를 작게 해, 자연스럽게 소식(小食)을 유도하는 것도 넛지에 해당한다. 선스타인 교수는 인간이 완벽한 선택을 하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적절한 넛지를 가해서 올바른 결정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소비자금융보호국도 이런 취지에서 생겨났다. 인간 합리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과도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절한 '넛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피하게 된다.
 
한편 '넛지'의 공동저자인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Thaler)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새 규제모델'로 "비교하기 쉬운 표준 상품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모기지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 맥주 한 잔의 기준인 '12온스(340mL)'처럼 이해하기 쉬운 표준 조건을 갖춘 상품 두 가지를 소비자에게 알려준다면, 소비자들은 이 표준 상품과 비교하면서 새 상품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30년 상환 고정금리 융자'나 '5년 상환 변동금리 저당대출' 등이 표준 상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모기지 상품 수를 직접 규제하지 않고서도,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할 수 있다.
 
의사결정 분야 전문가이자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에릭 존슨(Johnson) 교수는 "비교 대상을 제공해 줌으로써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피하면서도 '똑똑한' 규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스타인 교수가 맡은 백악관 정보·규제담당 실장직은 백악관의 금융·환경 등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말 그대로 '규제의 차르(czar·'러시아의 황제'를 지칭하는 단어로, '총괄조정자'라는 뜻)'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넛지는 정책의 주요 일부가 돼야 한다. 규제 당국은 사람들이 복잡성을 관리하고 유혹을 거부하며 주변의 사회적 영향에 따라 잘못 인도되지 않도록 돕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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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넛지(nudge)의 유혹 (서울, 진경호 논설위원, 2009-08-06  31면)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휴가를 떠나면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리처드 탈러 미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함께 쓴 베스트셀러 ‘넛지(nudge)’다. 직역하면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이고, 의역하면 ‘주의를 환기시키다’가 된다. 덧붙여 탈러와 선스타인은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을 얹었다. 작은 자극만으로도 상대의 판단과 반응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당신은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의 앞에 던질 때와 뒤에 던질 때 “행복하다.”라는 답변의 비율이 달라지는 게 바로 프레이밍 효과를 이용한 넛지의 힘이다. 남성들의 수렵본능(?)을 이용, 남자 화장실 소변기 한가운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과녁처럼 붙임으로써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을 80%나 줄였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일화도 넛지의 사례다.
 
촛불정국에 호되게 데이고 난 지난해 7월 여름휴가 때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며 위기정국 돌파 의지를 내비쳤던 이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올여름 넛지를 집었다. 무슨 뜻일까. 뭘 말하자는 걸까. 얼마 전 만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이제서야 대통령이 정치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제’란 지난해 촛불시위와 친박 진영과의 갈등,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등을 거친 뒤이고, 근원적 처방을 언급하며 친서민 행보의 기치를 뽑아든 시점을 말한다. 새삼 정치에 재미를 붙인 이 대통령이 넛지를 잡았다면 그 메시지는 뭔가. 부드럽게 홍보하자? 국민들에게 넛지를 가하자? 정국 프레임을 바꾸자?
 
탈러가 말한 넛지는 선의의 정책 행위를 전제로 한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같은 값이면 정교한 홍보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정책을 잘 이해시키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정책 성공의 지름길임을 말한다. 좋은 일을 잘해 보자는 게 넛지다. 여기엔 전제가 있다. 넛지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상대(국민)를 알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데 지금 여권은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 각 부처 홍보인력을 늘리더니 국정홍보를 강화할 기구를 국무총리실에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자기들 손으로 관(棺)에다 처박은 국정홍보처까지 다시 꺼낼 심산인 듯하다. 소통을 하랬더니 홍보를 하겠단다. 들으라 했거늘, 떠들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촛불에 덜 데인 모양이다. 나 지금 당신 옆구리를 살짝 찌를 거야. 이렇게 말하면 이미 넛지가 아니다. 넛지의 시작은 옆구리를 찌를 팔꿈치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눈과 귀다. 확성기 틀어놓고 목청 터져라 외쳐 고개를 돌리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귀를 간지럽혀 저도 모르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게 홍보다. 책이 아깝다. 

 
2009.10.12
넛지, 행동경제학 등에 조선, 동아, 경제신문들의 관심이 크다. 어쩌면 넛지론은 지금까지 시장지상주의, 무조건적인 정부개입의 배제만을 외쳐온 그들에게 정부규제도 나름대로 역할을 하며, 여기에도 우리가 관심이 있어라고 말하게 되는, 변명꺼리, 우회로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진보진영에서도 여기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는지 말이지.

 

[Cover Story]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시카고大 교수 인터뷰 (조선, 강경희 기자, 2009.09.12 03:13)
부드러운 개입… '넛지(nudge·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의 힘
"인간은 허점투성이… 그저 살짝 옆구리만 찔러줘도 바꿀 수 있어"

 
그를 인터뷰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에 선물처럼 그가 한국에 왔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동문회 행사를 위해 호주·싱가포르·홍콩·대만·중국·한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7개국을 3주간 여행하는 일정 중에 방한한 것. 그를 지난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인터뷰했다.
 
원래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영어 동사다. 탈러 교수가 행동경제학의 용어로 개념화한 '넛지'란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특히 정책 결정자가 공공 정책을 결정할 때 부드럽게 개입해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사회적 넛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올해 비즈니스북 가운데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기록 중이다.
 
―왜 '넛지'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됐나요? '넛지'는 미국에서 흔히 쓰는 단어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미국에서도 사람들이 뜻은 알지만 그리 흔히 쓰는 영어 단어는 아닙니다. 우리 철학에 딱 맞는 단어라서 선택한 것이지요. 우리 철학이란, 요약하자면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가 매우 점잖게 슬쩍 미는 정도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인데, 그 의미에 딱 맞는 단어가 바로 넛지입니다."
 
"슬쩍만 찔러 남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넛지' 이미지 때문인지, 유튜브에서 본 통통한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만나기 전에는 그가 무척 거구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은발에,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탈러 교수는 생각보다 작았다. 실례를 무릅쓰고 키를 물었더니 "5피트 6인치(약 167㎝)"라고 했다. 책 〈넛지〉에 나온 것처럼, 역시 인간은 잘못된 편견에 붙들린 오류의 동물인가 보다. 그런 속에서도 매일 무언가를 선택하고, 미래도 결정해야 한다.
 
책 〈넛지〉에는 대조적인 두 유형의 인간, '이콘'과 '인간(휴먼)'이 등장한다. '이콘'이란 '극히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줄임말이다. 기존의 경제학은 이콘을 전제로 논리의 뼈대를 세워나간다. 하지만 현실 속에 사는 인간(휴먼)은 허점투성이다. "살 빼야지" 하면서도 마구 먹고는 숟가락 놓자마자 후회하고, 날로 늘어나는 뱃살에 "운동해야지" 하면서도 하루하루 미루다 한달 가고 1년 가고, "저금해야지" 하면서도 멋진 옷, 멋진 차에 눈이 팔려 예금 잔고를 바닥내고야 만다. 탈러 교수가 바라보는 것은 바로 이 허점투성이의 인간이다. 이런 속성상 도처에 널린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에 의해 인간의 행동은 좌우되며, 따라서 더 나은 삶을 유도하기 위해 슬쩍 옆구리를 찔러주는 정도의 악의 없이 가벼운 개입, 즉 '넛지'가 필요하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논리를 펼친다.
 
■우리는 매일 '넛지'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정통 경제학의 가설을 비판하는, 행동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대학원 시절부터였어요. 나는 종종 저녁 식사에 손님을 초대하면서 와인과 함께 즐길 만한 안주로 캐슈너트라는 열매를 그릇에 담아서 내놓아요. 식사 전에 캐슈너트를 다 먹어버려 밥맛이 없을까봐 캐슈너트 그릇을 치워버리면 '이콘'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경제학자 손님들조차 저더러 '고맙다'고 해요.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과는 달리, 현실의 인간은 얼마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지요. 노벨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 교수는 기존에 경제학과 관련된 가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행동에 관련된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말했었지요."
 
―교수님 스스로는 어떤가요? 이콘과 인간, 어느 쪽에 더 가까우세요?
"뭐, 경제학 할 때나 이콘처럼 생각 하겠지만, 먹고 마시고 행동하는 건 인간이지요. 언젠가 파리 갔을 때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 승차권의 한쪽에만 마그네틱 처리가 되어있었어요. 검표기에서 마그네틱이 위로 가게 했더니 잘 되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파리 갈 때마다 쭉 그렇게 지하철을 탔어요. 한데 알고보니 그 승차권은 어느 쪽으로 넣어도 상관 없었어요. 이콘은 경제학 교과서에나 나오는 상상 속의 생명체입니다. 매우 똑똑해 MBS(주택저당증권)를 보고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고, 항상 자기 이익(self interest)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지요. 하지만 인간은 어떤 MBS가 위험한지 아닌지도 잘 모르고, 집중도 제대로 못하는 제한된 합리성을 갖고 있어요. 또 이콘보다 훨씬 착하지요."
 
―인간이 불완전하다고 해서, 아무리 사소하다고는 해도 누군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는 매일매일 넛지에 둘러싸여 살아요. 가령 학교 식당에서 음식을 어떤 식으로 배열하는가도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요. 몸에 좋은 과일을 좀더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살찌는 단 음식을 뒤로 둘 수도 있고, 반대로 살찌는 음식을 앞에 놓을 수도 있고, 그냥 음식을 무작위로 놓는 방법도 있겠지요. 이 가운데 학생들의 건강을 돕는 넛지가 가능한 것이지요.
만약 당신이 심각한 병에 걸려 의사가 수술을 권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의사가 '이 수술 받은 사람 100명 중에 90명이 5년 후에도 살아 있다'고 한다면 아마 수술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사람 100명 중에 10명이 5년 내로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면요? 그 말 듣고도 수술했을까요? 식당에 음식을 놓는 사람, 수술을 권하는 의사, 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 모두 '선택 설계'를 구현하는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에 해당됩니다. 건축가가 설계하는 대로 사무실도, 방도, 화장실도 만들어지듯이 선택 설계란 피할 수가 없어요."
 
■인간은 누구나 '귀차니스트', 그래서 초기 설정이 중요하다
보통 경영 서적이나 처세서를 읽으면 주눅들 때가 많다. 보다 완벽에 가깝게 설정된 사람을 모델로, 자신을 철저히 바꾸라는 주문을 해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넛지〉를 읽었을 때는 그 반대였다. 너무 귀찮아 손해 보는 것도 감수하는 인간, 남들 가는 대로 우르르 틀린 답을 좇아가는 인간이 지극히 정상이다. 오히려 그런 속성을 감안해 제도를 만들라고 제안한다.
"TV에서 보던 프로그램이 끝나도 귀찮아서 그냥 같은 채널의 다음 프로그램을 계속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유지 심리 때문에 어떤 제도에 어떻게 '디폴트 옵션(default·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그냥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선택조건)'을 설정하느냐가 사실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디폴트 옵션을 바꾸어 정책 효과를 높인 사례가 있나요?
"미국은 401(k) 같은 연금제도가 있습니다. 세금 공제도 되고, 많은 경우 기업주들이 근로자 기여분만큼 돈을 지원하는 등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제도인데도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 중에 30%가 등록을 하지 않았어요. 이럴 경우, 디폴트 규칙을 바꾸는 것도 '넛지'입니다. 그전까지는 신청서를 내야만 가입이 되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디폴트였습니다. 하지만 자동 가입 방식을 도입해 굳이 가입하지 않겠다는 서류를 내지 않는 한 자격이 되는 사람은 무조건 가입되는 디폴트 규칙을 세워 가입률을 높였죠."
탈러 교수는 비슷한 예로 장기(臟器) 기증률을 높이기 위한 디폴트 규정에 대해서도 책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탈러 교수는 "이번에 한국에 오기 전에 호주를 방문해 케빈 러드 총리를 만났는데, 장기 기증을 받은 경험을 가진 러드 총리가 '넛지'를 감안한 장기 기증 제도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정부가 일일이 넛지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나요? 어떨 때 넛지가 더 필요한가요?
"가령 이게 맛있는 사과인지, 맛없는 사과인지는 먹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어요. 굳이 넛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조건의 펀드 상품에 투자할 때는 좋은 사과인지, 썩은 사과인지처럼 한눈에 구별해낼 수가 없어요. 이처럼 어렵고 복잡하며 발생 빈도가 낮은 결정에 대해,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이 금방 제공되지 않아 학습 기회도 없을 때 넛지가 필요합니다. 가령 복잡한 모기지의 경우,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넛지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경제 위기는 인간의 취약성 때문에 초래된 것
질문을 글로벌 금융위기로 돌렸다.
―행동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나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어요. 첫째는 세계가 극도로 복잡해졌다는 점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모기지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어요. 30년 만기에, 고정금리로 대출조건이 간단했지요. 그런데 모기지가 너무 많고 복잡해져서 티저 금리(대출의 첫 1~2년간만 적용되는 낮은 금리) 같은 것도 생기고, 모기지 브로커가 등장해서 재대출해주는 것도 생기고…. 그러니 인간들이 이것을 처리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지요.
둘째는 고도로 전문화된 금융의 문제점이에요. 대출의 증권화 기법 등이 발달하면서, 금융회사들도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지요. 물론 세계화 덕분에 한국과 같은 나라의 번영도 가능해졌고, 나 역시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세계화의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위기의 발단은 미국의 부동산대출에서 시작했지만, 저 멀리 아이슬란드 경제까지 망가졌지요. 불과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지요."
 
―각국에서 위기 재발을 위한 금융부문의 규제 개선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까요.
"더 나은 공시(公示)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공시가 이뤄져 대형 금융회사들이 지나친 시스템적 리스크를 떠안고 있지나 않은지, 레버리지(대출)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회사 경영진조차 리스크(위험) 정도를 모르는 상황이 되풀이되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임금과 보너스 등 보상 체계를 규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데, 제 생각엔 보상 금액의 수준을 규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대신 보상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해요. 가령 지금은 회사가 오르막길을 달릴 때는 엄청난 보너스를 챙겨가면서, 회사가 내리막길을 달려도 그걸 도로 토해내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래서 CEO나 금융인들이 엄청난 리스크도 감수하려는 심리가 생기게 되지요. 따라서 위쪽, 아래쪽 다 책임지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면 너무 많은 리스크도 감수하려는 심리를 제어할 수 있지요."
 
■오바마 대통령이 넛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공동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오바마 행정부에 합류했지요? 그렇다면 넛지를 반영한 정책이 더 많이 이뤄지겠네요.
"캐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시카고 대학의 법학대학원에서 강의하던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오랜 친구 사이입니다. 백악관에서 규제 관련 일을 하게 됐는데 미국 언론에서는 그를 '규제의 차르(전제군주)'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를 '넛지 사령관'이라고 부르지요. 자유방임에 가까운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비하면 분명히 규제가 많아지는 것은 맞지만, 캐스의 접근법이 그리 심한 규제를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 많은 정책 결정자들이 그토록 '넛지'에 관심을 갖나요?
"넛지는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내는 정책인데 왜 마다하겠어요? 위기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젠 이콘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해요. 캐스와 오바마 대통령, 벤 버냉키, 래리 서머스 모두 한 단어를 공유합니다. 바로 '실용주의'지요. 오바마 대통령은 결코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을 재임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버냉키 역시 탈정치적인 인물이지요. 우리는 이 책을 쓸 때 좌도, 우도 아닌 중도의 공공 정책을 추구했습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파, 데이비드 카메론도 보수파지요. 오바마는 민주당입니다. 좌우를 떠나 정책 결정자들이 이 책이 유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지요. 심지어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의 본산 시카고대학에서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개입주의 아이디어가 나온 건 좀 의외입니다.
"시카고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부스경영대학원은 훨씬 자유롭고 다양한 사고를 하거든요."
 
―법학을 전공한 캐스 선스타인 교수와 함께 책을 쓰셨지요. 〈넛지〉는 법학과 경제학의 공동 작업을 의미하나요?
"캐스와 나는 시카고대학의 오랜 동료예요.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책 쓰자는 데 의견을 모았어요. 캐스는 행동경제학을 공공 정책이나 법에 적용하는 데 관심이 무척 많아요. 우리가 책을 쓸 때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행동 경제학의 아이디어를 좀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세계 문제에 적용해 보려고 했어요. 두번째 목표는, 공공정책과 관련된 철학을 만들 때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중간에 있는 철학을 만들자는 것이었지요. 정부가 너무 강해지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부의 힘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효율적인 민주주의이고, 이 책의 목적도 바로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자는 데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세 사람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교수님이 개척자적인 역할을 한 행동경제학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너먼 교수는 자신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 탈러 교수님의 공헌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그런 학문적 '융합'이 일어난 것인가요?
"1977년~1978년에 스탠퍼드대에 가 있었어요. 그 때 카너먼 교수와 그의 오랜 동료인 트버스키 교수도 와 있었는데, 우리 셋이 잘 어울렸어요. 나는 그분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쳐 주었고, 그분들은 내게 심리학을 가르쳐 주었어요. 그렇게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나 행동경제학이 시작된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은 이제 3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신생 분야입니다. 기존 경제학의 가정에 비판을 가한 행동경제학이 앞으로 기존 경제학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그리고 아니오. 둘 다요. (웃음) 앞으로 기존 경제학에서도 행동경제학을 점점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도 신생 분야여서 개척할 분야가 많아요. 역사가 30년밖에 안되는데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카너먼 교수와 함께 1994년엔가 행동경제학 서머스쿨을 만든 적이 있어요. 2년에 한 번 열리는데 이제 새로운 젊은 세대가 형성됐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주류 경제학을 파괴하려는 건 아닙니다."
 
―책에서 시종 '좋은 의도의 부드러운 개입'을 강조하지만, 반드시 좋은 넛지만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령 인터넷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가하려는 넛지를 시도합니다.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나요. 그런 나쁜 넛지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나요?
"음, 물론 나쁜 넛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폐쇄된 사회에서의 사회 검열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넛지'의 성공 사례로 탈러 교수가 늘 첫손가락에 꼽는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남자 화장실의 파리 그림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처음 파리 그림을 봤을 때는 파리를 정조준하려던 사람들이, 그게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넛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다른 심리가 작용하지 않을까요?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갈망한다면, 일부러 엉뚱한 곳에 일을 본다든가 해서 '넛지'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질문에 탈러 교수는 깔깔 웃더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파리 그림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을 펴 사진 한 장을 가리켰다.
"넛지를 알린다고 해서 넛지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이 길을 보세요. 시카고의 동쪽 경계선인 미시건 호수를 끼고 펼쳐진 도로인데, 경치는 아름답지만 S자 커브가 계속 있어 위험해요. 시카고 시 당국은 최근에 감속(減速)을 유도하기 위해 커브 구간에 마치 간격이 좁아지는 것처럼 하얀 선을 표시했어요. 나는 매일 이 길로 운전하는데, 넛지라는 걸 알지만 저절로 속력을 줄이게 되거든요.
파리 그림? 넛지인 걸 알고 일부러 파리 그림을 피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도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않을까요? 파리를 더 열심히 맞혀 아예 파리 그림을 싹 지워버리겠다고 작정하고 더더욱 정조준할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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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현명한 선택 돕는 '규제 아닌 규제'… '정책 설계' 활용 고민해야 (조선,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 2009.09.12 03:12)
'넛지'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탈러 교수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현명한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사려 깊은 '선택 설계'를 설정해 도와주는 것을 '넛지'라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을 현명한 선택의 방향으로 넛지해 주게 하기 위한 선택 설계의 원칙과 사례를 보여주고, 나아가 정부에게도 시민들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을 선도(善導)하는 방안을 사례로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소비자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해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로, 지난해 미국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모기지 부실화를 들 수 있다. 법에 의해 모기지 브로커는 모기지의 복잡한 대출 비용 구조를 차입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브로커는 그러한 내용을 담은 방대한 계약 문서철을 차입자에게 보여주되 계약 체결 직전에 보여줌으로써 어수룩한 차입자를 사실상 속이곤 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대출 조건을 차입자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는 법적 규제로 인해 초래된 결과였다. 즉 그릇된 선택 설계의 탓이었다.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 설계로, 탈러 교수는 금융기관이 모기지 대출 조건을 이자와 중개비용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을 한 가지 숫자로 요약해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을 법으로 요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넛지론의 매력은 소비자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하자는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규제 도입에 대한 대안이 넛지론인 것이다. 넛지론은 민주시장경제의 기본적 가치인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우리 각자가 타인의 현명한 선택을 도와주거나 국가가 시민의 현명한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가령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 성장 정책에서도 탈러 교수가 제시하는 '넛지론'을 도입할 만한 사례가 많다. 가령 에너지 사용량을 이웃과 비교해 수치화하고 액수화해서 알려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식의 넛지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당장 활용 가능한 방안들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정보규제실의 책임자로 〈넛지〉 공저자의 한 사람인 캐스 선스타인 교수를 영입했다. 1981년 신설된 정보규제실은 규제에 관한 모든 정책의 초안을 검토해서 불필요한 규제인지를 검토한다. 〈넛지〉의 저자를 영입한 것은 넛지의 논리에 입각해 공공선을 추구하면서도 최대한 친시장적 차원에서 규제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이처럼 친시장적 관점에서 규제 정책을 다룰 수 있도록, 넛지론을 더 진지하게 체계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궁리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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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넛지`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 "넛지의 힘이 규제보다 강해" (한경, 정리=김동욱/조귀동 기자, 2009-09-13 17:19)
"힌트만 줘도 바뀌는게 인생"
대담=현오석 KDI원장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과거처럼 정부나 기업체 리더들의 '상명하달'식 일방적 정책집행이 효과를 보기 힘들어지게 됐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듯 '타인에게 자연스럽게 선택을 유도한다'는 '넛지(nudge)이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광우병 파동으로 곤욕을 치렀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휴가를 떠나기 전에 청와대 참모들에게 리처드 탈러 교수의 신간 '넛지'를 선물하며 눈길을 끌었다. 넛지의 개념을 만들어 전파 중인 리처드 탈러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와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만나 최근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넛지'의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저서 '넛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40만부 정도 팔렸다.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놀라운데,출간 4개월여 만에 13만부 정도 팔렸다고 들었다. 중국에서는 나온 지 두 주 정도 됐고, 일본에선 조만간 출간된다. 영국에서도 잘 팔렸는데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가 책을 잘 읽고 있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책 홍보에 정치가들이 나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데, 청와대에서 내 책을 대통령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
 
▼인기를 실감하나?
"한국에서 골프를 쳤는데 캐디조차도 내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그 유명한 책의 저자시군요. 저 읽었어요'라고 말해서 놀랐다. 아주 훌륭한 캐디였다(웃음)."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넛지'라는 개념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원래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단어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의미로 책에서 사용했다. 특히 정책 결정자가 공공 정책을 결정할 때 부드럽게 개입해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사회적 넛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주요 기업과 정부의 리더들에게 어필한 듯싶다. "
 
▼'넛지'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다시 골프로 돌아가 보자.골프를 치던 중에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캐디가 '어떻게 칠 것인지' 조언을 하더라.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지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바로 넛지다. 나는 타이거 우즈도 아닌 만큼 그런 조언은 실제 나의 골프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굉장히 많은 와인리스트가 있는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거나 짧게 요약된 추천 와인 등이 큰 도움이 되곤 한다. 수많은 와인리스트 페이지를 읽는 게 즐거운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20페이지짜리 와인리스트와 2페이지짜리 와인리스트는 다르다. 목적에 따라, 취향에 따라 와인별 추천을 만드는 것도 넛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 경제학의 이론과'넛지'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
"신고전파 경제학이 언제나 주어진 정보를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가상의 인간을 상정한다면 나의 '넛지'가 그리는 사람은 제한된 합리성의 상황에서, 제한된 시간 하에서 선택해야 하는 보통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모든 측면에서 사람들은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다. 특히 경제적 문제에서 삶이란 건 아주 복잡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전화기는 검정색의 다이얼 전화기 한 종류뿐이어서 전화기를 주문하면 똑같은 제품이 왔다. 지금은 휴대폰 종류가 다양해 현 원장님처럼 와튼 MBA를 나오신 분들도 제대로 고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 문제는 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삶을 편하게 했지만 다른 측면에선 매우 복잡하게도 만들었다. 우리는 천재는 아니기에 소위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고전파는 '누구도 선택을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큰 실수를 범했다."
 
▼그러면 '선택 설계'는 누가 하나.
"우리는 모두 선택 설계를 한다. 캐디도 선택 설계를 하고, 서빙하는 웨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내라고 할 때 1페이지짜리 요약본을 내는 것도 선택 설계다. 50페이지짜리 보고서의 첫 페이지에 무엇을 집어넣을 것인가를 정하는 게 선택 설계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지만 수많은 선택 설계들을 하면서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
 
▼'넛지'와 '개입'의 구분이 좀 애매한 경우도 있는데.
"자전거 타기 캠페인은 순수한 넛지다. 반면 엄격하게 탄소배출을 금지한다고 하면 이는 완전한 개입이다. 하지만 탄소세를 도입해 자연스레 규제한다면 이는 넛지다. 일종의 조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을 아주 높게 매긴다면 이는 완전한 개입이 된다. "
 
▼규제 철폐와 넛지의 관계는.
"내가 몸담고 있는 시카고대의 경제학자들은 정부 규제에 대해 아주 불편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 미국의 건강보험 문제를 예로 살펴보자. 공화당원들은 정부가 어떤 개입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향도 미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16%가 건강보험 관련 분야에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순수한 자유지상주의는 신화에 불과하다."
 
▼시카고대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제학계의 큰 학맥인 '시카고 학파'와는 시각이 크게 다른데.
"'효율적 시장가설' 이론을 주창한 내 동료 유진 파머 교수가 시카고대에서 리더십을 쥐고 있는데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웃음). 시카고 학파 사람들과는 계속 논쟁하고 있다. 나나 예일대의 실러 교수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에 대해 경제학계 주류에선 '경제학을 파괴한다'고 보는 듯한데 우리는 '경제학을 개선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증거에 기반한 경제학이 필요한 시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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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 사안마다 소신 발언 (한경, 2009-09-13 17:18)
글로벌 경제위기는 '과잉확신'이 초래
인터넷은 루머 온상…한국 광우병사태가 대표적
 
리처드 탈러 교수는 글로벌 경제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넛지' 이론을 적용하며 솔직담백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사회에서 주요 정책을 집행할 때도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자연스런 정책집행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탈러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자신이 저서에서 지적한 '과잉확신' 때문에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과잉확신'이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믿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올 것이냐고 질문할 경우 90% 이상이 '중간 이상은 갈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탈러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위기는 금융권 관계자 등 경제참여자들이 지나치게 과잉확신을 가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험수위에 접어들었다. 금융권이나 일반인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나는 괜찮을 것','나만 재미를 보고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과잉확신에 빠져 공멸의 길로 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인터넷 발전에 따른 부작용으로 급속한 루머의 확산을 꼽으면서 정책 결정자는 루머를 예방하는 '정치 언어'를 구사해야 하고, 효율적인 넛지를 활용한 정책집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에선 주류 언론이 모두 정부 통제 하에 있어 인터넷이 가장 믿을 만한 정보의 원천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열린 사회에서는 루머의 온상으로 간주된다"며 "지난해 한국의 광우병 사태가 대표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선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지만 한국에서는 촛불시위가 일어났다"며 "이는 정책결정을 표현하는 정치언어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금융권 임원들의 보수 제한 움직임에 대해선 "보수를 제한하기보다는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일정액 이상의 보수를 받을 경우 회사가 손실을 보면 일정 부분을 '토해내는'식의 규정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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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Interview-《넛지》 저자 리처드 탈러 시카고 경영대 교수
“‘넛지’ 알았다면 금융위기 없었을 것” (이코노믹리뷰, 이재훈 기자, 2009년 09월 15일 16시 27분)
  
지난 7월 말 휴가를 앞둔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청와대 전 직원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했다. 시카고 경영대의 리처드 탈러 교수와 오바마 정부의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캐스 선스타인의 공저 《넛지》였다.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란 부제가 붙은 책이다. 대통령의 추천도서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가 강연차 방한했다. 연이은 강연 일정으로 목소리가 약간 잠겼지만 ‘넛지식 개입’으로 경제 주체들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주장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넛지》는 이미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 ‘넛지’의 개념이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설명을 해준다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의 남자 화장실이 좋은 예다. 그 화장실의 남자 소변기에는 배수구 옆에 파리가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소변 볼 때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리 그림을 보고 나면 거기에 조준을 하게 된다. 결과가 어땠을까. 소변이 밖으로 세는 것을 80%나 줄였다.
넛지(Nudge)의 본래 뜻은 부드럽게 미는 행위이다. 팔꿈치로 부드럽게 살짝 밀면서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게 넛지다. 이 개념을 조금 확대해, 주어진 여건이나 주변 환경의 사소한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로 인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넛지식 개입’을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고 표현했다.
전통경제학에서 시장은 완벽하게 운영된다. 효율적인 시장의 가설인데, 이 가설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이번 금융위기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식당에서는 같은 오렌지주스인데 영어로 표기된 메뉴는 5달러인 반면, 스페인어로 표기된 메뉴는 4달러이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고, 경제 주체들도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개입이 필요한데, 사람들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 개입이 바로 넛지식 개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주의’라는 표현과 ‘개입주의’라는 표현의 연결이 상충되지 않는다고 본다. 
 
‘넛지식 개입’에서는 선택설계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선택설계자를 다른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드러내면 넛지식 개입의 효과가 떨어지지 않나.
선택설계자에게 더 많은 힘을 주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도울 목적으로 선택설계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미국의 저축률을 올리기 위해 내가 제안한 프로그램인 ‘Save More Tomorrow’를 진행할 때도 모든 것을 공개했다. “지금 당신의 저축률이 3%인데, 노후에 돈이 없을 것이다. 당신도 저축을 더 하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정책을 마련했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했다. 투명하다고 효과가 떨어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Save More Tomorrow’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저축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저축률은 0%였다. ‘Save More Tomorrow’ 프로그램을 통해 세 배 정도 저축률이 상승했다.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따로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을 활용했다. 수익의 증가에 따라 자동적으로 저축률이 증가되도록 디폴트 옵션을 만든 것이다.
“디폴트 옵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연금제도에 활용되고 있다. 직원들이 신청서를 내지 않아도 연금의 비율과 종류가 디폴트 되도록 하고 있어 연금가입률이 매우 높다.”
 
디폴트 옵션은 다른 분야에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고정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현상유지 편향이라고 부른다. TV를 볼 때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났는데도 채널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보고 있는 경우라든가,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했는데 매뉴얼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디폴트 옵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에서는 기업의 연금제도에 활용되고 있다. 직원들이 신청서를 내지 않아도 연금의 비율과 종류가 디폴트되도록 하고 있어 연금가입률이 매우 높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장기기증에도 디폴트 옵션을 활용한다. 장기를 기증하지 않겠다고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장기가 기증되도록 하는 것이다. 
 
디폴트 옵션 외에 넛지식 개입으로 보다 큰 효과를 보기 위한 원칙이 있나.
수시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피드백이 없으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흰색 벽에 새로 흰색으로 페인트를 덧칠한다고 가정해 보자. 같은 색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칠했는지 모를 수가 있다. 그래서 처음엔 분홍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흰색으로 변하는 페인트가 발명됐다. 원래 녹색 전구이지만 에너지소비량이 늘어나면 빨갛게 변하는 전구도 있다. 이 전구만으로 에너지소비량을 40%나 줄일 수 있다. 학생들이 돌아다니며 문 앞에 에너지 절약 전단지를 놓게 했다. 비용절감, 환경보호, 시민의식 등 여러 문구를 써보았지만 효과 없었다. 이웃에 비해서 내가 얼마나 쓰고 있는지 비교해서 보여주는 청구서를 보여주자 에너지소비가 바로 줄어들었다. 
 
넛지 이론의 핵심적인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경제학 이외의 분야에서 참고하는 것이 있다면.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는 대학원생 일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경제학 외에도 심리학, 특히 사회심리학을 많이 응용하고 있으며, 과학 분야도 응용한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으로 시작했는데 내가 경제학에 대해 알려줬다. 
 
당신은 행동경제학의 아이디어를 경제학계에 알리는 데 노력해 왔다. 행동경제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결국 <넛지>를 쓰게 된 계기와도 연결될 것 같은데.
전통경제학은 가정이 너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행동에 관련된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상상의 경제 주체인 이콘(Econ)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똑똑하다. 하지만 실제의 경제 주체인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 집중을 잘 못하며, 자기통제에도 문제가 있다. 또한 이콘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다른 동료를 이용해 먹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에 비해 착하다. 이러한 인간을 경제 주체로 세운 것이 행동경제학이며, 이 아이디어를 공공 정책과 관련된 철학을 만들 때도 적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넛지》를 쓰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행동경제학에선 이번 금융위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자신은 인간이지 이콘이 아니라고 인정을 했다. 두 가지 실수를 했는데, 첫째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을 지나치게 믿은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감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 두 번째 실수는 파생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공짜 점심’을 먹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은 리스크 없이 15BPS(Book-value per share, 주당순자산)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말도 안 된다. 
 
결국 경제주체인 인간들의 합리성 결여로 인한 문제라고 보는 것인가.
미국과 영국의 주택 소유자들이 상환할 수 없는 대출을 받았다. 갚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대출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금융사 직원들도 리스크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 결과 베어스턴스, 리먼 등이 무너지고 아직 남아 있는 회사는 엄청난 손해를 보고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인간들의 의지력은 제한적이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들은 무리한 확장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밑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리스크를 취하지 않던 금융기관 CEO들은 골프장에서 놀림을 당하고 있었다. 다른 회사의 수익에 대해 샘을 내면서 위기가 더 커지게 됐다. 
 
미국 정부가 이번 위기에서 어떤 식으로 개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서머스 위원장이나 오바마 대통령이나 버냉키 의장이나 독자적으로는 행동할 수 없다. 부양책 법안이 나왔을 때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할 수만은 없다. 빠르고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되는 문제다. 정보공개가 더 투명해야 한다. 모기지 대출 요건이라는 것이 시장마다 달라진다. 미국 내에서도 임대료가 높은 경우에는 투기 거품이 있다. 모기지 대출기관도 보유자산을 늘려 거품을 사전에 방지하는 식으로 해야 된다고 본다.
 
넛지 이론을 국가 차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사람들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일단 정보공개와 기술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 정부에서 금융기관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것은 나도 찬성한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아직까지는 거버넌스를 잘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모든 차원에서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바람직한 선택 유도하는 ‘넛지’식 개입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매경이코노미 제1524호(09.09.23일자), 2009.09.23 04:00:11)
 
‘의사결정에 관한 한 우리는 천재인 동시에 바보다.’ 특히 얼토당토않은 의사결정 때문에 낭패를 당해본 사람이라면, ‘천재인 동시에 바보’라는 표현에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이는 똑똑한 사람조차 정황 또는 맥락의 사소한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내가 그때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탄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의사결정 과정이 아주 사소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때 사람들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을 ‘선택 설계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나쁜 방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되돌아보라.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받는 차용자들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상품 설명서와 계약서를 눈앞에 두고 브로커의 권유에 따라 별다른 고민 없이 사인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반영한 디폴트 조항이 들어 있었더라면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또한 디폴트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릴 수 있는 선택 조항이 제공됐더라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택 설계자인 사기업은 디폴트 조항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일은 원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이를 강제화하는 데 앞장선다면 어땠을까? 넛지식 간섭이 사회 전체 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이 책의 저자들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넛지(Nudge)는 무엇을 뜻하는가. 사전적인 의미는 ‘(특히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 찌르기’를 뜻하지만 이 책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경제학자들은 늘 선택의 자유를 목소리 높여 외친다. 맞는 말이다. 선택의 자유 정도를 높여가는 일은 자유로운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를 높임과 동시에 이들이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사회적인 차원에서 뿐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왜냐하면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내림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들은 넛지식 개입을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표현에 연결시킨다.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를 토대로 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도울 수 있는 개입주의를 더하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어떤 정책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넛지식 개입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사용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아이팟이나 아이폰 역시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증가시킨 디자인으로 호평을 얻지 않았는가?
 
선택은 인간들이 하는 것이지만, 선택의 자유를 넓히는 것은 선택하는 사람의 효용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때문에 선택 설계자들은 그들의 선택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고 혜택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종업원의 협조를 구하는 일, 특정 정책을 성공시키는 일, 특정 상품의 판매를 히트시키는 일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넛지식 개입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개인도 넛지식 개입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알아서 하도록 놔둬’에다 넛지식 개입을 더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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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변화 두려워하는 조직 ‘넛지 방식’으로 혁신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10월 1일자), 동아, 2009-10-10 02:57,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변화관리 핵심은 직원들 심리관리
직설적 의사표현 통한 종용보다 배려 기반으로 한 우회화법 효과적

 
서구의 정책 설계자들은 최근 ‘넛지’를 이용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다수의 사람이 더 바람직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 넛지는 동양의 배려와 일맥상통
최근 서양의 행동경제학자와 정책조언자들이 ‘개인자유 극대화가 최선의 결과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고전경제학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카프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람들의 경제적 선택이 이성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서구의 지도자들은 최근 ‘넛지(nudge)’란 개념을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용어설명 참조). 이들은 넛지를 이용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다수가 더 바람직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미국 정부는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이론에 기반해 퇴직연금제도 ‘401(K) 저축플랜’을 재설계해 가입률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401(K) 저축플랜은 사실 매우 매력적인 제도다. 저축액에 대해 세금이 공제되고 많은 고용주가 분담금을 내 준다. 그렇지만 미가입자가 무려 30%나 됐다. 희망자만 가입했기 때문에 깜박 잊었거나 차일피일 미루다 가입을 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탈러는 401(K)의 기본 원칙(default)을 희망자만 가입하는 것에서 자동가입으로 바꿨다. 그 결과 401(K)의 가입률이 급격히 올라갔다. 과거 서양인들은 개인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하다며 국가나 조직의 개입을 피해왔지만 이제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넛지를 통한 변화관리
넛지는 기업 현장에서의 변화관리에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변화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조직원들이 리더의 생각을 저항감 없이 수용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변화관리의 핵심은 결국 ‘변화에 노출된 직원들의 심리관리’다. 사람의 마음은 장애물을 만나면(또는 저항감이 생기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돌아간다. 변화를 수용하게 만든다는 것은 바로 이 저항을 제거해 주는 일이며, 여기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넛지다.
 
필자의 고객사 중 한 곳에서 새로운 성과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적이 있다. 회사는 관리자들에게 휘하 직원을 관찰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록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관리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시간을 따로 내 노트에 무엇을 기록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에서였다.
 
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사에 간단한 넛지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직원의 평가등급을 정할 때, 관련 부서장이 함께 모여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들었다. 관리자들은 처음에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과거 자신의 부서원만 평가하던 때와 달리 타 부서장과 토론까지 해야 하니 기록에 근거한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평가등급의 강제배분을 시도하자 이런 경향은 가속화했다. A등급을 받을 수 있는 직원의 수가 한정되자 관리자들은 서로 자기 부서원의 업적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관찰기록을 강제하는 것보다 기록이 부족하면 부서원이 불이익을 받게 하는 넛지 시스템이 더 효과적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 넛지도 도구일 뿐, 핵심은 리더십
모든 도구가 그렇듯이 넛지도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좋게, 또는 나쁘게 쓰일 수도 있다. 설계자가 이기적인 의도 또는 악한 의도로 넛지를 활용한다면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해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6·25전쟁 당시 연합군과 중공군은 전쟁포로를 정치적 선전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각각 심리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미군 포로가 공산주의로 전향한 기록이 있다. 중공군은 미군 포로들에게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글을 짓게 한 뒤, 우수한 글을 쓴 포로에게 담배와 사탕을 상으로 줬다. 작은 보상에 맛을 들인 포로들은 글짓기 대회가 열리면 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자연스럽게 상당수가 자발적 공산주의자로 변했다. 중공군은 포로들이 처음부터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도록 강제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경제적 불평등이란 소재를 통해 체제를 비판하도록 유도하는 넛지를 사용했다. 조금씩 심리적 저항요소가 제거되자, 일부 연합군 전쟁포로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싸운 대상인 공산주의로 전향하고 말았다.
 
이처럼 넛지는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로 사용되느냐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도구다. 리더가 바른 신념과 조직을 섬기는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넛지는 최악의 경영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리더의 인격과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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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2 01:27 2009/10/12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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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더 잃을 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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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투본의 활동이 예상했던 수순으로 가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공공운수연맹은 1만명이 참여하는 노동자대회를 열었고, 11월 6일에는 총파업을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과연 총파업이 가능할까. 총파업 성사를 위해 현장을 얼마나 조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껏해야 철도, 발전, 가스가 파업을 하는 시늉을 하고 마칠 것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최근 공공부문 노조활동 탄압의 양상을 보면 예년 같지가 않다. 말 그대로 비상하다고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단위사업장 노조가 민주노총에서 탈퇴하고 있고, 단체협약 또한 그동안의  성과라면 성과랄 수 있는 것들을 무력화시킨 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고, 특히 노조활동이나 사내복지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타협적이다. 이것은 297개 공공기관 대부분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과거에는 비공식적으로 사측과 노조가 합의를 하는 일도 있었으나, 이제는 감사원 감사, 기획재정부에서 내려오는 각종 지침들, 노동부의 감시, 그리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을 통해서 그런 식의 합의가 기관장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분명해진 상황에서 정부의 대리인인 사측은 거리낌이 없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탄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겠기에 이것이 민주노총 탈퇴와 단협상의 굴복으로 가시화된다. 그렇다면 공공운수연맹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이런 어려움을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연대해나가야 한다. 
 
단지 상황 파악이 부족한가. 이미 다 아는 것들 아닌가. 현장을 둘러봤다고? 과연 단협은 어떻게 체결되고 있는지, 정부와 사측의 압력은 어떤 식으로 표출되고 있는지 다 파악되고 있는가?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으로 내려가서 지금의 탄압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고,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공공부문의 민주노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공공운수연맹은 너무 무력하고 무능하다. 공투본 사업을 잘하면 될까. 글쎄다. 잘해야 면피 수준이겠지. 지금은 그 정도 가지고는 부족함을 알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자고? 우리의 역량에 맞는 투쟁을 하자고? 이대로 있으면 계속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건 자명한 것 아닌가. 밖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게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자리를 걸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  
 
덧붙여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대한 대응기조에 대해서도 한마디. 아래 기사들을 보니 선진화 정책은 공기업 재벌분양책이고 상업적 운영을 강화하는 사유화 정책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 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제2기 선진화 정책의 방향은 경영효율화과 공공부문 노사관계 선진화에 맞춰지고 있다. 그 핵심은 공공부문 노조의 무력화에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민영화 대응 교안을 쓰기도 했지만, 지금의 초점은 공기업 사유화가 아니다. 저들도 그 점을 알고 있기에 사유화를 내걸지 않고 있다. 이미 은행과 공적 자금 투입기업의 매각 등을 통해 재정수입 목표는 어느 정도 충족했기 때문에 사유화를 위한 겉표장으로 선진화를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고 본다. 
 
물론 '선진화=사유화' 슬로건이 프레임 전환을 위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아닐까. 지금도 꼴보수 논객들이 자신들의 찌라시에 공공기관을 민영화해야 공기업 개혁이 완수된다고 떠드는 판국에 말이다. 
 
그렇다면 경영효율화의 방향과 문제점에 대해 폭로하고, 공공부문 노사관계 선진화의 양태가 어떠한지를 먼저 드러내야 한다. 우리의 치부가 있다면 이를 드러내고 자기혁신하겠음을 보이자. 언제까지 정부와 보수언론이 심심하면 공공부문의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면서 자신들이 공기업 개혁의 화신인 양 하는 꼴을 봐야 하는가.
 
그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자면 우리 스스로부터 잘 알아야 한다. 현장조직화를 하려고 해도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실사한다고 시간낭비를 하지는 말자. 뭘해야 하는지 잘 아는 선수들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프레시안 기사 소제목에 "우리는 더 잃을 것도 없다"고 나온다. 과연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더 잃을 게 없을까. 적어도 정부와 자본이 보기에, 그리고 이들의 공작에 넘어간 국민들이 보기에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아직도 엄청나게 잃을 게 많은 넘들로 보일 것이다. 이걸 깨지 않는다면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미래를 없다.
  
쩝, 아무리 블로그라고 해도 이렇게 생각나는대로 쓰면 안되는지 알지만, 답답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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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정책은 공기업 재벌분양책 (레디앙, 2009년 10월 11일 (일) 09:08:52 이은영 기자)
공공운수, "11월 6일에 총파업" 선언 
공공노동자 1만명 노동자대회…민주노총-야4당 공동대응 밝혀

 
현 정부는 그 동안 4차례 걸친 공기업 선진화 발표에 따라 41개 기관의 통폐합 및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원축소, 초임삭감,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전면도입, 단체협약 후퇴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서 공공운수연맹 김도환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은 공공노동자들을 혁신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철밥통'을 깨부수기 위해 인력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고,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고 강변한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기만적인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은 공공기관의 사유화와 상업적 운영을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원축소, 초임삭감도 모자라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의 전면적인 도입, 피땀으로 쟁취한 단체협약의 개악, 나아가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말살을 기도하면서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은 공공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이며, 공공서비스 공급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의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4당도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정책을 비판하고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에 연대할 것을 밝히는 ‘공공기관 선진화 반대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선진화 정책은 모든 국민들에게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정책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의 축소와 양극화현상 심화는 물론 일자리 축소와 비정규직의 확대 그리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마저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공공기관의 소유는 기본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사회적 소유 형태를 △운영은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관련 시민사회와 전문가 등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운영을 △운영재원은 국가재정을 기반으로 하되,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민간재원 사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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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부터 철도·가스·발전 등 공기업 공동파업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9-10-11 오전 12:00:36)
"민주당 등 야4당도 '지원'…"우리는 더 잃을 것도 없다"
  
공공기관 노동조합들로 구성된 공공운수연맹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11월 6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철도, 발전, 가스, 가스기술, 의료, 사회보험, 연대연금, 공공연구, 전력기술 등이 공동으로 총력 투쟁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정책 때문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신입사원 초임 삭감에 이어 인력감축, 단체협약 개악, 연봉제 도입 등 다각도로 공기업 노동자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에 맞서 공기업 노조들은 지난 9월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잇따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1만 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공공부문 노동자대회'에서 김도환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은 "공동파업에 맞서 마지막으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대정부 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도환 위원장은 "정운찬 총리가 또 다시 대화 요구를 외면한다면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유례없이 민주당 등까지 포함하는 야4당과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이명박 정권의 공공기관 선진화는 모든 국민에게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정책에 불과하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중단과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책적인 연대활동을 전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오는 10월 25일 이전에 정책협의회를 열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들의 공동 파업은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 공기업 노조는 대부분 현행 노조법의 필수유지업무제도 적용을 받기 때문에 파업 중에도 일정한 비율의 인원은 반드시 근무해야 해, 예년에 비해 파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는 13일 공동투쟁본부 집행위원회를 열어 파업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결정한다. 사업장별로 릴레이 파업을 벌이거나 지역별로 같은 날짜에 공동 파업을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0/12 00:25 2009/10/1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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